가정상비약 편의점 판매, 약국에는 '기회' 또는 '위기'

상당수 편의점 판매 미미, 안전성·전문성 부각시키려는 노력 필요

타이레놀, 베아제 등 일부 가정상비약이 지난 15일부터 편의점에서 판매되기 시작했다.

입지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가정상비약을 진열해 놓은 편의점은 그다지 많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으며, 판매되는 가정상비약 매출도 미미한 것으로 전해졌다.

판매 가격이 약국보다 비싼데다, 편의점에서 약이 판매된다는 것을 잘 모르는 소비자들이 상당수 있기 때문이다. 

가정상비약을 진열해 놓은 편의점에서도 가정상비약에 대한 매출에 대한 기대감은 별로 없고 구색맞추기 차원에서 진열해 놓은 곳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적지 않은 편의점은 관리가 어렵고 매출이 별로 안된다는 예측아래 가정상비약을 취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가정상비약이 편의점에서 판매되지 3일정도 시일밖에 지나지 않아 그 영향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지만 약국들의 매출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가정상비약이 편의점에서 판매된 후 약국가를 대상으로 반응을 살펴 본 결과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동일한 가정상비약과 동일품목의 약국 매출에는 별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마포구의  C편의점>
일요일 오후 6시경 24시간 편의점에 들러 ‘소화제’를 찾았다.

점원은 계산대 뒤에 설치된 별도의 유리로된 박스 매대에서 소화제를 하나 집어들고 “전에 먹어본 적이 있는 약이냐”고 물었다. “먹어본 적은 있지만 다른 약은 없냐”는 기자의 물음에 상비약 매대를 가리키며 “약은 여기서 판매되는 것이 전부다”고 답했다.

24시간 편의점 매대에는 복지부가 고시한 안전상비약 11종류가 진열돼 있었다.

처음 점원이 권한 약을 그냥 달라고 하자 점원은 "복용 전 설명서를 한번 더 읽어보라"고 답하고 계산을 도왔다.

3정 포장된 ‘닥터 베아제’의 가격은 1300원, 약국보다는 좀 비싸다는 말에 점원은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약은 주말이나 심야에 필요하신 분들을 위한 거라 가격이 약국하고 같지는 않다”고 설명한다.

약이 잘 팔리냐는 질문에 점원은 “약 판매를 시작한지 하루밖에 되지 않아 아직은 잘 모르겠다”며 “약을 팔려면 교육을 받아야 한다. 안 그러면 팔수 없다. 교육을 마치고 어제부터 팔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저녁 10시경 인근에 위치한 G편의점에서도 안전상비약은 판매되고 있었다. G편의점은 계산대 밖에 의약품 판매대가 설치돼 있었다. 다른 품목과 함께 진열된 것은 아니지만 별도의 박스 판매대를 설치하지는 않았다.

C편의점에서 샀던 같은 소화제를 하나 집어 들고 계산대로 가니 C편의점보다 100원정도가 비싼 1400원에 판매되고 있다.

계산을 위해 바코드를 대자 편의점 POS에서는 ‘사용 전 설명서를 반드시 읽어보세요’라는 안내가 흘러나온다.

기자가 방문한 두 곳의 편의점은 각각 다른 상호의 편의점으로 3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했으며 이 편의점을 오가는 길목에는 2곳의 약국이 자리하고 있다.
 
마포구의 한 약사는 "편의점 안전상비약의 판매는 지금 막 시작된 상황이기 때문에 앞으로 약국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불확실 하지만, 더 이상 약이 약국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사실은 분명해졌다"며 "소비자의 입장에서 적어도 상비약을 판매할 때 약국은 편의점과 비교될 것이고, 약사는 편의점 점원과 비교될 것"이라며 약사영역에 대한 고민을 토로한다.

또, "앞으로 일반 소비자들에게 ‘같은 약을 사도 약국의 약사에게서 사면 뭔가 다르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면 약국의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별 차이 없다’가 된다면 약국의 ‘위기’가 되지는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서대문구 지역의 한 CU 편의점> 이른 저녁 편의점을 찾았다. 편의점 내부를 한바퀴 휙 둘러보니 일단 다른 상품들과 의약품이 함께 진열돼 있지는 않았다.

계산대로 가 "타이레놀 있어요?"라고 묻자 계산대 뒤쪽에 있던 상비약 매대를 열며 점주는 "누가 드실거냐?"라고 물었다.

어린이용을 줄 것인지 성인용을 줄 것인지 확인하는 절차인 듯 했다. 기자 본인이 먹을 것이라고 하니 성인용 타이레놀  500mg 하나를 꺼내 바코드를 찍는다.

바코드를 찍자 소비자가 볼 수 있는 계산대 화면에는 '발열 및 통증 완화'라는 효능효과와 '만 12세 이상 1회 1-2정, 4-6시간 마다, 8정 한도'라는 용법용량이 화면에 떴다. 편의점주는 해당 화면을 확인하라고 안내했다.

타이레놀을 꺼내준 상비약 매대 옆에는 상비약의 상품명과 가격이 적힌 안내문이 부착돼 있었다.

가격은 타이레놀500mg 2500원, 어린이 타이레놀 80mg 1650원, 어린이타이레놀현탄액 5800원, 어린이 부루펜시럽 6000원, 판피린티정 1500원, 판콜A내복액 2300원, 훼스탈플러스 1800원, 베아제 1200원, 닥터베아제 1300원, 신신파스아렉스 3000원, 제일쿨파스 3000원이었다.

편의점주에게 "정말 편의점에서 안전상비약을 판다"라고 말하자 "전국 편의점 절반 정도에서 다 팔고 있다"며 "아무나 상비약을 팔 수 없다"고 덧붙였다.

편의점주는 "안전상비약은 교육을 받고 판매허가증을 받은 편의점에서만 팔 수 있다. 아무나 팔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전국 편의점의 절반 정도가 팔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라고 말을 이었다.

이 지역 편의점은 같은 브랜드의 편의점 두군데를 포함해 모두 4군데의 편의점이 있었으나 한 곳에서만 상비약을 팔고 있었다. 

해당 편의점 점주는 "거의 대부분의 편의점이 교육을 받았을텐데 이 근처에는 아직 우리 편의점밖에 안팔고 있다"고 말했다. 

상비약 판매가 좀 되느냐는 질문에 "상비약 판매가 좀 된다"며 "오늘 새벽에도 어린이용 타이레놀을 팔았다. 상비약을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어린이용 해열제를 많이 찾고 그 외에도상비약을 찾는 이들이 늘었다"라고 말했다.

또한 편의점은 안전상비약 스티커를 출입문 옆에 부착해 오고가는 소비자들이 상비약을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을 알리고 있었다.

주말이라 약국문이 열지 않아 편의점을 찾았다고 말하자 "주말에는 약국이 문을 열지 않는 경우가 많다.평일 낮에는 약국을 찾아 약을 구입할 수 있지만 평일 야간이나 쉬는 날에 편의점을 찾아 상비약을 구입할 수 있게 됐다"며 편의점에서 상비약을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경기도 이천> 중부고속도로 서인천 IC인근의 GS편의점. 이곳은 3번 국도변 인근의 한정식집이 밀집해 있는 식당가 근처의 10평 내외의 작은 규모임에 불구하고 안전상비약을 취급하고 있다.

판매가 허용된 안전상비약 13품목중 11품목을  취급하고 있으며, 진열대는 관리가 용이한 계산대 건너편에 설치해 놓았다.

판매가격은 판콜에이내복액(30mlX3병) 2,300원, 판피린정(3정) 1,500원, 베아제정(3정), 닥터베아제(3정) 1,400원, 훼스탈플러스정(6정) 1,800정, 타이레놀정 500mg(8정) 2,550원, 어린이타이레놀정 80mg(10정) 1,600원, 어린이타이레놀현탁액 100ml 6,000원, 어린니부루펜시럽 80ml 6,000원, 제일쿨파프(4매입) 3,000원, 신신파스아렉스(중형4매) 3,000원으로 게시돼 있었다.

편의점 직원에게 가정상비약이 어느 정도 팔리느냐고 물어보자 인근에 주택가가 없고 도로편에 위치해 있다보니 거의 판매가 되지 않다고는 답이 돌아 왔다.

또 이 직원은 "일부 고객들의 경우 '해열제와 진통제를 편의점에서도 판매하네'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실제로 약을 사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가정상비약의 편의점 판매가 허용되지 3일밖에 되지 않아 현재로서는 정확한 영향을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약국에 독점해 왔던 약을 편의점에서도 취급하게 됐다는 것은 약국들에게 위협감으로 다가오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가정상비약의 경우 구입 제한, 관리상의 문제점 등의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약국들이 일반의약품 등에 대한 충실한 복약지도와 야간 및 주말 당번약국 운영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분석이 약국가에사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