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미국의 어린이들은 약물에 관한 한 사실상 '작은 성인'으로 취급되어 왔다.
어린이들만을 위한 별도의 제형으로 제조된 약물 대신에 주로 성인용 약물들의 용량을 낮춰 복용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어서 자칫 위험에 노출될 소지가 상존해 왔기 때문.
이와 관련, 기존에 발매중인 성인용 제네릭 제품들에 일정액을 부과해 소아용 약물연구 활성화를 위한 재원을 마련하고, FDA 산하에 소아관련 임상·약물안전성 전담기구를 신설하는 방안 등을 골자로 한 법안을 마련하려는 일부 의원들의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상원 보건패널이 8일 관련연구의 인센티브 부여방안을 주제로 청문회를 개최한 것은 단적인 사례.
크리스토퍼 도드 상원의원(민주당·코네티컷州)은 "성인용 제형의 복용량을 낮추는 방식이 소아들에 미치는 안전성에 대한 연구가 진행된 약물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며 "이 같은 투약현실은 어린이들의 건강을 '러시안 룰렛' 게임에 맡기는 격"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제약기업들이 소아용 약물개발과 기존 약물들의 소아복용시 안전성을 입증하는 연구 등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연방정부가 재정지원을 확충하고 새로운 정책을 수립토록 하는 방안을 적극 강구해 왔던 장본인의 한사람.
마이크 드와인 상원의원(공화당·오하이오州)은 "1997년 6개월의 소아용 독점사용권 추가부여 제도가 도입된 이래 기존 약물의 소아용 투약 연구사례가 총 332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말했다. 엘리자베드 글레이저 소아 AIDS재단의 케이트 카 회장은 "소아독점권 제도가 도입되기 전 6년 동안 수행된 관련연구 사례는 고작 11건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시적으로 도입된 이 제도는 올해 말로 효력종료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하원 에너지·상무위원장을 맡고 있는 공화당의 빌리 타우진 의원(루이지애나州)은 지난주 있은 한 청문회 석상에서 "현재 소아들에게 투약되는 많은 약물들은 경제적 인센티브가 없다는 이유로 어린이들에 대한 효능을 입증하는 연구가 수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美 소아과학회 회원 필 월슨 박사는 "이로 인해 어떤 어린이들은 적정투여량 보다 너무 많은 용량을, 또 다른이들은 지나치게 적은 용량을 복용하고 있는 형편"이라며 거들었다.
한편 FDA가 성인용 고혈압·피부질환·천식 및 AIDS 치료제들 가운데 이제껏 소아용 약물로 효능과 적정복용량에 대한 구체적 라벨 표기내용을 허가한 사례는 28건에 달하고 있다.
유타州 솔트레이크시티에서 활동하는 소아과·신생아 전문의 로버트 워드 박사는 "소아 독점권 제도가 어린이들에 대한 약물내성 극복연구에 많은 도움을 줬지만, 소아를 대상으로 한 연구의 경우 제약기업측에 더 많은 비용부담이 뒤따르기 마련"이라고 밝혔다.
아무래도 투약자 수가 성인의 경우 보다 훨씬 적은 데다 어린이들을 피험자로 할 경우 수반되는 윤리적인 문제도 만만치 않은 걸림돌이라는 것. 아울러 소아용 투약연구가 자칫 성인용 약물로 사용될 기회마저 앗아가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