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말라리아와의 싸움에서 당신은 루저?”
지난해 감염자 수 팬데믹 前 2019년比 1,600만 상회
이덕규 기자 abcd@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3-12-06 06:00   수정 2023.12.06 06:00

소아와 임신여성들의 말라리아 감염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의약품과 살충제 처리 그물의 보급 확대가 이루어졌음에도 불구, 오히려 더 많은 수의 사람들이 말라리아에 감염된 것으로 드러났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30일 공개한 ‘2023년 세계 말라리아 보고서’에서 지난해 세계 각국에서 총 2억4,900만명이 말라리아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이었던 지난 2019년의 2억3,300만명에 비해 1,600만명 상회했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보고서는 ‘코로나19’로 인해 빚어진 전반적인 차질 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말라리아 대응태세가 늘어나는 위협요인들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의약품‧살충제 내성, 인도주의적 위기, 자원의 제약, 기후변화 등이 말라리아로 인한 부담이 높은 국가들을 중심으로 이행될 예정이었던 프로그램들에 영향을 미치고 착수를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2023년 보고서는 기후변화와 말라리아의 상관관계를 파헤치는 데 주안점이 두어진 가운데 작성됐다.

이에 따르면 온도, 흡도 및 강수량의 변화가 말라리아를 매개하는 학질(Anopheles) 모기의 행태와 생존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지적됐다.

또한 열파(혹서)와 홍수를 비롯한 극단적인 기후현상들이 말라리아의 감염실태와 이로 인한 부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환기시켰다.

한 예로 지난해 파키스탄에서 발생한 파국적인 홍수로 인해 이 나라의 말라리아 발생건수가 5배나 치솟았다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의 테드로스 애브하놈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기후변화가 취약한 지역들을 중심으로 말라리아와의 싸움에서 커다란 위험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면서 “지금은 지속가능하고 탄력적인 말라리아 대응태세가 과거 어느 때보다 더 절실하게 요망되고 있는 가운데 지구 온난화 속도를 늦추고 이로 인한 영향을 줄이기 위한 시급한 대책들이 동시에 강구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 변동성이 말라리아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필수적인 말라리아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낮추고 의약품, 백신 및 살충제 처리 그물(insecticide-treated nets)의 보급망을 와해시키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이와 함께 기후변화로 인한 인구이동으로 면역력이 확립되지 않은 사람들이 말라리아 풍토병 발생지역으로 거주지를 옮기면서 말라리아 발생이 증가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기후변화가 말라리아 감염에 장기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수집한 자료는 드문 것이 현실이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관련, 보고서는 말라리아 관련 서비스가 크게 와해되는 결과를 가져왔다면서 이미 말라리아 대응태세가 부진했던 지역에서 유병률과 사망률의 급증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세계 전체적으로 보면 지난해 말라리아 발생건수가 전년대비 500만건 추가로 발생했는데, 5개 국가들이 이 같은 말라리아 급증에 주된 원인을 제공했다고 풀이했다.

파키스탄의 경우 지난해 약 260만건의 말라리아가 발생해 전년도의 50만건과 비교를 불허한 데다 이디오피아, 나이지리아, 파푸아 뉴기니아 및 우간다 등도 마찬가지 양상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반면 말라리아로 인한 부담이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는 11개국을 보면 ‘코로나19’ 팬데믹 첫해년도에 발생건수가 급증했다가 이후로는 신규 감염률과 사망률이 안정된 양상을 내보였다고 언급했다.

이곳 11개 국가들의 지난해 말라리아 감염건수는 약 1억6,700만건, 사망자 수가 42만6,000명선에 달했을 것으로 보고서는 추정했다.

WHO가 제시했던 오는 2025년 글로벌 말라리아 전략과는 상당한 격차가 눈에 띄는 추세를 내보인 것이다.

세계보건기구의 마치디소 모에티 아프리티 지역 책임자는 “대응태세의 구축을 위한 노력을 저해하는 위협요인들을 인식하는 일이 중요해 보인다”면서 “기후 변동성이 커다란 위협요인이기는 하지만, 우리는 제한적인 의료 접근성, 현재 진행 중인 갈등과 비상사태, ‘코로나19’가 의료 서비스 전달에 미치고 있는 지체효과, 불충분한 기금조성 및 핵심적인 말라리아 개입대안들의 고르지 못한 이행 등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차후 말라리아 없는 미래를 위해 우리는 혁신과 자원동원, 협조적인 전략 등을 촉진해 다양한 위협요인들을 억제하는 결집된 노력이 요망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보고서는 WHO가 처음으로 사용을 권고한 말라리아 백신 ‘RTS,S/AS01’이 아프리카 3개 국가들에 단계적으로 공급되고 있는 등 몇가지 이루어진 성과들에 대해서도 소상하게 언급했다.

백신 공급에 힘입어 중증 말라리아가 급감한 데다 해당지역의 소아 사망률이 비 공급지역들에 비해 13% 낮게 나타났다는 것.

올해 10월 WHO는 두 번째로 안전하고 효과적인 말라리아 백신 ‘R21/Matrix-M’의 사용을 권고했다.

이 같은 노력 덕분일까? 지난해 말라리아 발생건수가 1,000건을 밑돈 것으로 나타난 국가 수가 34개국에 달해 지난 2000년의 13개국을 크게 상회했음이 눈에 띄었다.

아울러 올해들어 아제르바이잔, 벨리즈 및 타지키스칸 등 3개국이 WHO에 의해 무(無)말라리아 국가임을 인증받았다.

WHO는 ‘2016~2030년 글로벌 말라리아 기술전략’에서 말라리아 발생률과 사망률을 오는 2025년까지 2015년 기준년도에 비해 최소한 75%, 2030년까지 90% 감소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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