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 '의사증원 반대, 공공의대 반대'에 대한 뒷받침이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이 나타나 주목된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이하 협회)는 26일 '팩트체크: 의사협회 진료거부 사태에서 제기된 주장에 대해'를 주제로 이번 대한의사협회의 대대적인 파업에 대해 설명했다.
한국 의사 수 부족, 증가율도 감소
한국의 인구 1000명 당 활동의사 수는 2017년 기준 2.3명(한의사 0.4명 포함)으로 OECD 평균 3.5명에 비해 65.7% 수준이다. 10만명 당 의대 졸업자도 7.6명으로 OECD 평균 13.1명의 58% 수준이다. 의사 수가 부족하고, 갈수록 의사 수가 더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수치다.
협의회는 "의협·대전협 집행부는 의사 수가 부족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단체들은 우리나라 의사 증가율이 OECD에서 가장 높다고 하지만, 실상 당시 의사 수가 매우 적었다는 반증일 뿐이다. 또 증가율은 불변의 수치가 아니다. 한국도 의사가 많아짐에 따라 의사증가율은 점차 감소해왔다"고 밝혔다.
또한 "의사 배출을 늘리지 않아도 증가율이 계속 유지되며 의사 증가가 기하급수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납득하기 어려운 예측"이라며 "10명의 의사가 다음 해 20명이 되니, 다음 해에는 40명, 그 후 80명 등 계속 늘어날 거라는 억지와 다름 없다"고 지적했다.
협의회에 따르면 OECD 의사 증가율은 줄어들지 않은 점을 주목할 수 있는데, 이는 의대 졸업자 수를 늘렸기 때문이다. 2000년 이래 졸업자 증가 비율은 호주 2.7배, 아일랜드 2.2배, 네덜란드 1.9배, 캐나다 1.8배, 스페인 1.6배에 이른다.
반면 한국은 2006년까지 의대 정원의 약 10%를 감축했고 그 이후 동결하고 있다. 그 결과 2007년만 해도 인구 10만명 당 의대 졸업자 수는 OECD 평균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2017년에는 58%에 불과해 OECD 최저 수준이 됐다.
협의회는 "의사협회는 한국의 의사 수가 OECD 평균을 넘어서는 시기로 2038년을 제시했지만 이를 위해선 한국은 OECD와의 격차를 매년 10만 명 당 6.7명씩 줄여야 한다"며 "지금처럼 7.6명씩 배출하는 걸론 부족하다. OECD는 평균 13.1명 혹은 그 이상을 배출할 예정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의료 접근성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근거 없다
협의회는 "OECD Health data에서 의료접근성(Access to Care) 항목으로 삼고 있는 것은 외래진료건수 등이 아니라 주로 경제적 접근성이다"며 "한국은 가계 의료비 부담이 OECD 국가들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의료비 보장 수준이 매우 낮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높은 본인부담 때문에 가처분 소득의 40% 이상을 의료비로 쓰는 ‘재난적 의료비 지출가구’가 미국보다 많다. 특히 가장 의학적 필요수준이 높은 저소득층에게 의료 장벽은 매우 높다고 밝혔다.
지역 의료공백·의료소외도 심각한 상황
정부도 최근 제시했듯 인구 1,000명당 의사가 서울은 3.1명인데 비해 경북은 1.4명에 불과하다. 서울 종로는 인구 1,000명 당 의사 수가 16.27명인데 반해 경북 영양은 0.72명으로 무려 22배 격차가 난다.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률도 서울은 10만명 당 28.3명인데 경남은 45.3명이나 된다.
이에 협의회는 공공의료기관 확충과 공공의사 양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지역격차를 극복하고 경제적 접근성을 높이려면 무엇보다 공공의료기관이 늘어나야 한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지역에 공공의료기관을 설립해야 의료 취약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적정진료와 저소득층 진료 역할을 하고, 재난시기 의료를 담당할 수 있다"고 제기했다.
덧붙여 "공공의료기관에서 일할 의사도 충원돼야 한다. 지금도 지역 거점 공공의료기관에 의사가 부족하다"며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의사가 미확보된 의료취약지역에 해당 전문의를 최소 1명씩만 배치하려고 해도 공공의사가 약 260명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특히 의협의 ‘의사증원 반대, 공공의대 반대’는 반시민·반개혁적 요구라며 정부 정책보다 더 개혁적이고 실효성이 있는 공공 의사증원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협의회는 정부에게 의사를 충분히 양성할 뿐 아니라 공공의사들이 배출 후 일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지역의료원 등 공공병원을 확충해야 하지만, ‘지역의사’는 사립대병원 전공의 채워주기에 불과하고 의사의 이동을 정부가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의과학자’ 양성은 산업체 돈벌이를 위한 방안으로 임상의사가 부족하다면서 사업체에서 영리추구를 할 의사를 늘리는 것은 곤란하지만 공공의과대학을 권역별로 충분히 신설하고, 국립의과대학도 활용해 공공의사를 늘려야 한다는 정책안에는 동의했다.
협의회는 "정부 정책은 문제가 있다. 하지만 의사협회 또한 사실이 아닌 주장을 바탕으로 진료를 거부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