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 입점 시 업종제한과 독점권에 대한 법률적 검토를 꼼꼼히 하지 않아 발생한 피해 사례가 있어 주목된다.
법원이 약국독점권 문제를 두고 약사와 임대인 사이 분쟁에서, 약사의 업종제한·독점권에 대한 근거와 피해 가능성을 인정한 것이다.
청주지방법원 제21민사부는 채권자 A약사가 채무자 C씨에게 제기한 영업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사건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A약사는 2017년 9월 B약사로부터 청주시 소재 상가 4층 약국을 매수해 10월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고 운영하고 있었다.
그런데 올해 4월 임대인 C씨가 같은 상가 1층에서 점포를 매수해 약국을 운영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현재 해당 점포에 약사가 약국 운영중).
이에 A약사는 1층 약국으로부터 이익을 침해받을 우려가 있어 독점권을 주장하는 동시에 운영을 할 수 없도록 민사소송을 신청한 것이다.
A약사는 "분양계약에서 정한 업종제한에 따른 약국영업 독점권이 있고 관리규약에서도 업종제한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약국영업 금지할 수있는 '피보전 권리'가 있다"면서 "그럼에도 C씨는 업종제한규정을 위반해 약국 영업을 하고 있어 영업상 이익을 침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C씨는 "해당 상가는 분양 당시 각 점포별로 업종을 지정해 분양하지 않았고, 설령 A약사에게 약국 독점권이 있더라도 층약국으로 그 독점권은 4층까지만 보장되므로 '피보전권리'가 없다"며 "1층 약국을 운영해도 4층 병원을 이용하는 사람 중 1층까지 내려와 약국을 이용할 사람은 극소수이므로 손해가 미미해 보전 필요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우선 A약사의 '피보전권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번 사건에서는 분양사가 수분양자(분양받는 사람)에게 특정 영업을 정해 분양하는 것이 기본적으로 수분양자에게 그 업종을 독점적으로 운영토록 보장하는 의미가 내포돼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분양자가 각 점포별로 개설업종을 정해 상가를 분양한 후, 수분양자와 수분양자 지위를 양수하는 자(해당 사건의 경우 A약사, C씨)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호 간에 명시적·묵시적으로 약정된 업종제한 등 업무를 수인하기로 동의했다고 보므로 이를 준수해야 한다는 해석이다.
이에 따라 점포 수분양자나 양수자가 분양계약서 상 업종제한 약정을 위반하면, 영업상 이익을 침해당할 처지에 있는 자는 동종업종의 영업금지를 청구할 권리가 있다는 것.
재판부는 "이때 전체 점포 중 일부 점포에 대해서만 업종이 지정된 경우라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적어도 한 업종이 지정된 점포의 수분양자나 그 지위를 양수한 자들 사이에서는 같은 법리가 적용된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A약사가 매입한 점포는 B약사가 2014년부터 분양사로부터 약국을 지정업종으로 분양받아 운영하던 약국이었고, C씨가 약국을 준비중이던 곳은 2013년 분양사로부터 지정업종을 부동산으로 분양받은 점포였다.
A약사는 4층 약국의 C씨는 1층 점포의 각 특정승계인으로 해당 상가 관리규약 권리규약의 권리와 의무가 각각 자동으로 승계됐고,
이러한 점을 반영해 재판부는 C씨가 약국영업을 준비하면서 A약사 이익이 침해당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을 받아들여 청구권(피보전권리)이 있다고 말했다.
A약사는 4층 약국, C씨는 1층 점포의 특정승계인으로 상가 관리규약 권리규약 권리·의무가 각각 자동승계됐고, 이로 인해 지정된 용도로 사용할 의무를 지는 것이다.
관리인의 사전 승인 없이 전유 부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정된 용도와 업종 이외 목적에 사용하는 행위는 금지되는데, C씨가 약국 영업으로의 변경에 관해 관리인의 사전승인을 받았다는 자료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재판부는 "일반적으로 상가건물에 관해 업종제한의 약정이 돼 있지 않은 경우가 드문 실정을 고려하면, C씨가 상가 주변 정황을 조사했다면 4층 약국에 대한 업종제한의무가 있음을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더불어 "C씨는 A약사의 약국영업 독점권이 인정된다하더라도, 4층에 한정돼 독점권이 1층까지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자료가 없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C씨가 A약사에 대해 주장한 '손해가 미미하고 금전적으로 회복이 가능해 보전 필요성이 없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1층 점포에서 약국을 하는 경우 4층 의료기관에서 처방받은 고객이 이를 이용할 가능성이 미미하다고 볼 근거가 없고, 상가를 이용하거나 상가 앞을 지나는 다른 고객들 역시 1층 점포를 이용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A약사가 신청한 약국 영업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이번 사건을 담당한 우종식 변호사(법무법인 규원)는 "업종제한과 독점권에 대한 법률적 확인 없이 브로커 등이 약사에게 무조건 독점권이 있다고 하거나, 문제 없다고 소개해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유사한 사례가 상당히 많은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업종제한에 대한 법률적 판단이 상당히 까다롭고 어렵기 때문에 가능하면 사전에 검토를 받고, 이 조차 어려우면 이를 대비하는 특약을 작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