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한 약사들의 일상, ‘시와 그림’으로 기쁨 나누고파"
류효선·이시훈 약사, 약대 동기로 만나 ‘시인과 화가’로 시화집 출간
최재경 기자 cjk0304@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18-02-01 06:00   수정 2018.02.01 07:25

 

최근 시화집  ‘꽃에 대한 시선’을 출간한 류효선(화가) 작가와 이시훈(시인) 작가는 작가라는 직함보다 ‘약사’가 더 익숙한 이들이다.

 

동덕여자대학교 77학번 동기이자 30여년간 개국약사로 일해 온 두 사람은 약사인 동시에 그림과 시를 쓰는 작가이다. 단순한 취미 활동을 넘어 '시와 그림'을 통해 동료 약사들과 삶의 즐거움을 나누고 싶다고 말한다.

- 시와 그림은 언제부터 관심을 갖게 됐나
류효선(화가): 중학교 때부터 계속 미술반 활동을 하다가 대학교 다니면서도 그림을 놓치지 않았다. 취미로 그림을 그리며 전시회도 종종 열곤 했다. 아마추어라서 부담 없이 즐겁게 그리고 있다.

이시훈(시인): 고등학교 때부터 계속 글을 써왔고, 시집도 두 권을 냈었다. 약사를 하면서 한동안 공백이 있었다. 시간이 없어서라기보다 마음이 멀어지면서 잠시 공백이 있었다. 약대를 안 갔더라면 둘 다 전업 작가로 활동했을 것이다.

- 두 사람이 함께 시화집을 낸 계기는
류 : 동덕 동문들이 약 35명 정도가 모여 단체 톡방이 만들어져서 3년 정도가 이어져왔다. 3년간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친구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이시훈 약사가 먼저 얘기를 꺼냈고, 동기들을 위한 선물로 시화집을 만들어보자는 얘기를 했다. 각자 그려놨던 사진과 글들을 묶어서 시화집을 내게 됐다. 처음 계획부터 나오기까지 약 1년여정도 시간이 걸렸다.

이 : 책에 실린 시들은 대체로 문학잡지에 발표한 시들이다. 꽃에 대한 시선이라는 제목에서 꽃은 사람 사는 모양의 의미를 담고 있고, 이 주제에 맞는 시들과 그림들을 모아서 발간하게 됐다.

- 시화집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와 주변 반응은
이 : 올해 대부분의 동창들이 환갑이다. 동창들에게 선물을 주고 싶었다. 다들 약사들인데, 약사들 삶이 팍팍하고 감정 노동이 있다. 한번이라도 눈과 마음이 쉬고 갈 수 있는 선물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친구들이 정말 좋아해서 기쁘다. 울었다는 친구들도 많다.

낙타에 관한 시가 있는데, 낙타가 사막에서 사는게 힘들다보니 마음이 각박해져서 새끼를 거부하기도 한다. 실제 몽골사막에 있는 이야기이다. 근데 마두금이라는 악기를 연주해주면 낙타가 울면서, 다시 새끼를 가슴에 품게 된다. 우리도 동창들의 팍팍해진 마음에 마두금과 같은 역할을 해보고 싶었다.

약사가 그림과 글을 한다니까 수준이 낮다는 생각을 하겠지만, 그렇지는 않다고 자부한다.

류 : 친구라도 시를 못 썼으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다(웃음). 그런데 시가 너무 좋았기 때문에 흔쾌히 받아들여 진행을 하게 됐다.

- 약국 업무를 하면서 예술적인 감성을 유지하는 것이 어렵지 않나
류 : 감수성은 계속 마음 안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다만 나이가 들다보니 감성이 조금씩 무뎌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약국에서도 그림을 이용해서 달력을 만들고, 찾아오는 환자들에게 나눠주면서 소통을 하기도 한다.

 이 : 약사는 감정적인 노동도 상당하다. 갑갑함을 본인만의 마도금을 찾아내서 딱딱해내지 않게 해야 한다. 방법은 전부 다 다르겠지만. 그리고 나면 환자들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진다. 연민을 가지고 바라보게 된다. 약사가 부드러워지지 않으면, 환자들을 연민으로 바라볼 수 없다.

- 앞으로의 작품 계획은
이 :함께 2~3년에 함께 책을 내자고 얘기를 했다. 앞으로는 주제를 정해서, 같이 고민하면서 작품을 하면 좋을 거 같다.

개인적으로는 시를 쓰면서 남에게 보여주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으나, 누군가 내가 쓴 시를 읽고 감정의 변화를 느낀다면 보람 될 것 같다. 나 혼자만의 만족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고 싶다는 생각은 하고 있다.

류 : 평일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주로 주말에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관리약사를 더 늘리면서 작업량을 늘리고 싶은 마음이다.

하지만, 전시회에 대한 욕심도, 유명세에 대한 욕심도 없다. 일요일에 그림을 그리면서 내 시간을 갖는다는 것 이상은 아니다. 작품을 완성할 때마다 성취감과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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