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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로 자가면역질환 환자에게 CAR-T 세포치료제를 투여한 사례가 나왔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주지현 교수는 지난 3월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던 중증 전신홍반루푸스(Systemic Lupus Erythematosus, SLE) 환자에게 큐로셀의 CD19 표적 CAR-T 치료제 '안발셀(제품명 림카토)'을 투여했다. 이 치료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시험용의약품 치료목적사용 제도' 동정적 사용 승인을 받아 자가면역질환을 대상으로 진행된 국내 첫 사례다.
CAR-T는 혈액암 치료제로 주로 알려졌지만, 최근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B세포 기반 자가면역질환에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성모병원과 큐로셀의 시도는 환자 맞춤 치료를 향한 도전이자, 병원과 기업이 함께 만든 매우 의미있는 협력 사례로 평가된다.
약업신문은 최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옴니버스 파크(OMNIBUS Park)에서 주지현 교수를 만나, 이번 치료가 갖는 임상적·제도적·산업적 의미를 직접 들어봤다.
국내 첫 자가면역질환 대상 CAR-T 치료 사례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어떤 환자였고, 어떻게 투여 결정을 내리게 되었나요?
중증 루푸스 신염 환자였습니다. 단백뇨가 지속되고 신기능이 점차 저하돼, 신부전과 투석이 임박한 상태였습니다. 고용량 스테로이드, 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 타크로리무스, 마이코페놀레이트, 벨리무맙 등 가능한 모든 면역억제 조합에도 반응이 없었습니다.
이런 경우, 사실상 더 이상 선택지가 없습니다. 기존 면역억제 치료에 모두 실패하고, 신기능까지 악화하는 상황에서는 새로운 접근이 절실합니다.
당시 유럽 류마티스학회를 비롯한 여러 국제 학회에서도 CAR-T 치료가 자가면역질환에 적용되는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었고, 미국에서도 불응성 루푸스 환자에게 투여해 좋은 반응을 보인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었습니다.
평소 큐로셀 안발셀에 대해 기전적 타당성과 기술적 완성도 측면에서 주목해 왔던 터라, 환자 치료를 위한 마지막 방법으로 큐로셀 측에 직접 협조를 요청했습니다. 회사에서도 적극적으로 응해주셔서, 해당 치료제를 치료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치료는 병원과 기업 간 협력이 중요한 요소였는데요.
맞습니다. 큐로셀이 먼저 제안한 게 아니라, 제가 먼저 회사에 제안한 상황이었습니다. 환자가 곧 신부전에 빠져 위급하니, 시급히 시도해야 한다고 요청했고, 회사도 큰 자원을 투입해 응해주셨죠.
CAR-T는 1회 투여에 수억원이 드는 고비용 치료입니다. 통상 혈액암 치료에서의 상업적 가치 외에, 자가면역질환에서는 아직 경제성 확보가 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과 큐로셀의 협력은 산업과 병원이 공익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의미 있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치료 후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주요 임상 지표상 회복은 어느 정도였습니까?
CAR-T 투여 후 가장 먼저 관찰된 변화는 자가항체 활성의 감소였습니다. 투여 전 높은 수치를 보이던 항이중가닥 DNA(anti-dsDNA) 항체가 유의미하게 감소했으며, 이는 자가면역 활성이 억제되고 있다는 중요한 면역학적 지표입니다.
또한 질병 활성도와 상관관계가 높은 보체계 수치(C3, C4)가 회복세를 보였습니다. SLE 활성화 시 보체는 소모되기 때문에 수치가 감소하는데, 보체 수치의 정상화는 질병 활동도가 억제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는 신장 침범 지표인 단백뇨의 급격한 호전입니다. 루푸스 신염 환자에서 단백뇨는 면역복합체 침착 및 염증 반응에 의한 사구체 손상을 의미합니다. CAR-T 치료 전까지 하루 수 g에 달하던 단백뇨 배출량이 치료 후 급격히 감소했고, 현재는 거의 정상 범위에 근접한 수준까지 회복됐습니다.
이러한 면역학적, 생화학적 지표 호전에 따라 환자는 전신 면역억제제를 모두 중단했고, 현재는 최소 유지용량(Maintenance dose)의 저용량 스테로이드만 복용 중입니다.
치료 전에는 면역억제제를 고용량으로 유지하지 않으면 질환 활성도가 급격히 악화되는 상태였으나, 현재는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의 임상적 관해 상태(CR)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항암제 이미지가 강한 CAR-T가 자가면역질환에까지 효과를 낼 수 있다니, 다소 생소하게 들립니다. 어떤 면역학적 근거와 병태생리적 논리가 작용하는 건가요?
전신홍반루푸스는 자가항체를 생성하는 병리적 B세포가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대표적인 자가면역질환입니다. 루푸스 환자에서는 B세포가 항원 비특이적 자극이나 조절 실패로 인해 항이중가닥 DNA(anti-dsDNA), 항-Sm, 항-RNP 등 다양한 자가항체를 과도하게 생성합니다. 이 자가항체가 면역복합체를 형성해 신장, 관절, 피부, 혈액계 등 전신에 염증 반응을 유도합니다.
CD19은 전구 B세포부터 성숙 B세포까지 대부분의 B세포 계열에서 발현되는 표면 항원으로, 병리적 자가항체 생성 B세포 역시 CD19을 발현합니다. 따라서 CD19를 표적으로 하는 CAR-T 세포는 병적 B세포를 선택적으로 제거해 자가면역 반응의 근원을 차단할 수 있습니다. 이는 기존의 항-CD20 단일클론항체(Rituximab 등)보다 더 초기 단계 B세포까지 제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전적 이점이 있습니다.
실제 글로벌에선 CD19 CAR-T를 이용한 초기 자가면역질환 임상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특히 독일 연구팀은 다수의 불응성 SLE 환자에게 CD19 CAR-T를 투여해 완전 관해(CR)와 면역재구성 유도를 확인했으며, 대부분 환자에서 자가항체가 소실되고 B세포가 재생될 때까지 질병 재발 없이 안정적인 상태가 유지됐습니다.
즉, CAR-T는 혈액암 치료에서와 동일한 기전으로 자가면역질환의 핵심 병리세포를 제거함으로써, 특히 루푸스처럼 B세포 병태가 중심인 질환에서 기전상 매우 적절한 표적 치료 전략이라 판단됩니다.
자가면역질환 영역에서 CAR-T가 일회성 치료로 면역 시스템을 리셋(Reset)할 수 있다는 개념은 기존 면역억제제의 반복적, 만성적 투여와 다른 새 치료 패러다임을 가능하게 합니다.
CAR-T가 SLE 외에도 다른 자가면역질환으로 확장될 수 있을까요?
충분히 가능합니다. 대표적으로 전신경화증(Systemic Sclerosis)도 B세포 병태가 명확한 질환입니다. 이미 유럽에서는 전신경화증 환자 대상으로도 CAR-T 임상 연구가 시작됐습니다.
단, 기존 치료제가 이미 효과적인 질환(류마티스관절염 등)에는 CAR-T 도입 필요성이 낮습니다. 자가면역질환 중에서도 기존 치료의 한계가 뚜렷하고, 병태생리학적으로 B세포의 역할이 명확한 질환을 중심으로 우선 적용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자가면역질환은 암과는 병태가 다른데, CAR-T 치료를 적용할 때 어떤 점을 특히 다르게 고려해야 할까요?
자가면역질환에서 CAR-T를 적용할 때는 면역 재구성에 대한 정밀한 조절이 핵심입니다. 암 치료에서는 질병 자체의 위중함이 크기 때문에 치료로 인한 부작용이 어느 정도 수용 가능한 범위로 여겨집니다.
그러나 자가면역질환은 환자의 삶의 질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만, 단기간에 생명을 위협하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드뭅니다. 따라서 자가면역 영역에서는 '리스크-베네핏 밸런스'의 기준이 훨씬 엄격하게 적용됩니다.
CAR-T 치료 대표적 부작용으로 알려진 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Cytokine Release Syndrome) 역시 자가면역 환자에서는 특히 민감하게 평가됩니다.
실제로 이번에 치료한 중증 루푸스 환자도 CAR-T 투여 직후 Grade 1 수준의 경증 CRS가 일시적으로 발생했지만, 표준적인 해열 및 면역조절 치료 신속히 호전됐고, 이후 특별한 이상반응 없이 회복됐습니다. 이는 안발셀이 자가면역질환에도 안전하게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매우 고무적인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CAR-T의 부작용 관리 프로토콜은 지난 수년간 급속도로 발전해왔으며, 투여 전 사전 면역조절 전략, 모니터링 체계, 대증치료 프로토콜이 정교하게 구축된 상태입니다.
특히 자가면역질환은 병리적 B세포만 제거해도 자가항체 생성이 차단되고 면역 시스템이 '리셋'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비교적 저용량 CAR-T 투여로도 충분한 치료 효과를 유도할 수 있고, 이로 인해 독성 위험도 상대적으로 낮출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CAR-T는 암을 넘어 자가면역질환에서도 기존 면역억제 치료가 실패한 난치성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안정성 측면에서도 이미 임상적으로 충분히 관리 가능한 수준까지 진화해 있습니다. 앞으로 더욱 정제된 프로토콜과 적응증 확장이 이어진다면, CAR-T는 항암제를 넘어 면역의학 전반을 바꾸는 치료 플랫폼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안발셀의 불응성 전신홍반루푸스 대상 1/2상 임상시험에도 참여하신다고 들었습니다. 현재 어느 단계까지 진행되고 있나요?
큐로셀이 식약처에 제출한 임상 1/2상은 기존 표준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불응성 전신홍반루푸스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공개형, 단일군, 다기관 임상시험으로 설계돼 있습니다.
1상에서는 주로 내약성과 초기 안전성 평가, 2상에서는 유효성에 대한 탐색적 분석이 중심이 될 예정입니다. 안발셀의 자가면역질환 적응증 확대 가능성을 확인하는 초기 임상 단계입니다.
특히 대상 환자는 루푸스 중에서도 루푸스 신장염(Lupus nephritis)이 동반된 중증 질환군입니다. 단백뇨 지속, 신기능 저하, 자가항체 양성 등 명확한 활성 질환 지표를 가진 환자들로 선별될 예정입니다.
서울성모병원은 이번 임상에서 핵심 기관(lead site) 중 하나로 참여하고 있고, 저 역시 임상연구자로 협력 중입니다. 현재 큐로셀은 국내 주요 대학병원을 대상으로 타당성 평가(Fasibility assessment)를 진행하고 있으며, 환자 모집 가능성과 운영 인프라 등을 기준으로 다기관 참여 병원 구성을 마무리하는 단계에 있습니다.
앞으로 확장 방향도 루푸스에 국한되지 않고, 병태생리상 B세포가 중심적인 다른 자가면역질환들로 적응증을 넓혀가는 전략이 병행될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실제 치료에 동정적 사용이나 첨생법 같은 제도를 활용해보시면서, 현장에서 느끼신 한계가 있었다면 어떤 점이었을까요?
안발셀은 현재 식약처 품목허가를 받기 전 단계에 있습니다. 정식 임상시험 외의 상황에서는 일반적인 치료 적용이 불가능하며, 예외적으로 '치료목적 사용 승인 제도', 즉 동정적 사용(Compassionate use) 절차를 통해 환자 치료가 가능했습니다.
동정적 사용은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거나 적용할 수 없는 중증·난치 환자에게 유망한 치료제로 평가되는 개발 중 약물을 제한된 조건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입니다.
첨생법 기반 인프라 내에서 이 제도를 병행적으로 운용되는 사례가 최근 늘고 있습니다. 기존의 장기화된 신약 허가 절차와 별개로 희귀·난치 질환 환자에게 치료 기회를 빠르게 제공할 수 있는 임상적 접근 통로로 기능합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이 제도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의료기관의 치료 계획 수립, 환자 동의, 안전성 확보 조치, 행정 심사 서류 준비, 약물 공급 등 복합적인 협업 체계가 요구됩니다.
특히 바이오텍 입장에서는 △병원과의 네트워크 부족 △임상 운영 인프라 부족 △현장과의 소통 경험 부족 △실제 치료 적용 시 발생하는 GMP 제조, 운송, 시기 조율 등의 리소스 부담이 크기 때문에 이를 독자적으로 추진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였습니다.
많은 기업이 이 제도를 이론적으로는 알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활용하거나 병원과 적극 협력하는 데에는 제도적 거리감과 실행력의 장벽을 느끼고 있습니다.
저 역시 이번 사례를 통해, 병원과 산업체 간의 파트너십이 없다면 이 제도 자체가 '존재하지만, 손이 닿지 않는 사과나무처럼'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절감했습니다.
이번 사례가 갖는 의료적, 산업적 의미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이번 경험은 단순히 새로운 치료를 시도했다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한 사람의 삶을 바꿀 가능성, 그 가능성을 현실로 만든 병원과 기업의 협력 구조의 의미를 깊이 체감한 순간이었습니다.
병원은 더는 임상시험의 '끝단'이 아니라, 신약 개발의 '시작점'이자 환자 중심 치료 혁신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는 사실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시도는 병원과 기업이 각자의 역할을 넘어 하나의 방향으로 나아갔을 때, 얼마나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준 상징적인 사례였습니다.
더 많은 환자에게 실질적인 치료 기회를 연결하는 구조가 의료계와 산업계 현장 전반으로 확산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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