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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 불가능한 피부 발진과 극심한 가려움, 수면장애, 그리고 그로 인한 정신적 고통. 만성 특발성 두드러기(Chronic Spontaneous Urticaria, CSU)는 단순한 피부질환을 넘어 환자의 삶의 질 전반을 흔들고 있다.
지난 해 유럽 주요 5개국에서 진행된 질환 부담 비교 연구에서도 만성 특발성 두드러기는 아토피피부염이나 건선보다 더 심각한 삶의 질 저하와 정신적 고통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측할 수 없는 증상의 발생 및 악화, 심한 가려움증, 그리고 수면장애 등은 환자로 하여금 삶의 질 저하를 유발한다. 만성 두드러기 환자에서 우울, 불안, 강박, 대인기피증 등 정신질환의 동반률이 일반 인구 대비 약 2-3배 높다고 보고되기도 했다.
CSU는 원인조차 명확히 규명하기 어려운 만큼 치료도 쉽지 않다. 그러나 점진적 치료 단계를 통해 증상의 완전한 소실을 목표로 하는 전략이 제시되고 있다.
이에 약업닷컴은 최근 만성 두드러기를 포함한 다양한 피부질환 연구 경험을 갖고 있는 피부과 전문의 존 리드(John Reed) 박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만성 특발성 두드러기 환자들의 실질적인 고통, 치료 현황, 그리고 향후 치료 방향에 대해 심층적으로 조명해본다.
아래는 일문일답.
Q. 만성 특발성 두드러기(CSU)는 매우 낯선 질환이다. 질환에 대한 소개 부탁드린다.
기존 CSU에 대해 사용했던 용어들을 먼저 말하자면 가장 부적절하게 사용되었던 표현이 일반적 두드러기라는 뜻의 ‘Ordinary Urticaria’다.
상당히 심한 장애를 앓고 있고, 힘들어하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이 질환이 “일반적인 ‘그냥’ 두드러기입니다”라고 이야기한다면 공감하기 어려울 것이다. CSU 환자들이 겪는 증상을 보면 피부가 부풀어 오르는 팽진이라던지 여러가지 염증성 병변이 발생하면서 6주 이상 이어지게 되는데, 이 증상은 촉발될 만한 원인이 없는 상태에서 발생한다.
그렇다 보니 환자들은 도대체 이 증상이 왜 나타났는지 외부적인 요인을 계속해서 찾게 되는데, CSU는 실질적으로 내부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환자들 입장에서는 질환을 겪게 되었을 때 딱히 증상 조절도 잘 되지 않고 무엇보다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가장 큰 애로사항이라고 할 수 있다.
CSU 환자들은 상당히 심한 가려움증과 함께 피부가 울긋불긋하게 부어오르고, 몸 이곳저곳에 ‘왜 이런 곳에서 갑자기 나타나지’ 할 정도로 예측하기 어렵게 갑작스레 증상이 나타난다. 짧게는 수 분에서 몇 시간 이내에 갑자기 이런 증상들이 나타나서 한 번 발생되면 며칠 정도까지도 이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증상 부위도 계속 바뀌면서 온 몸을 돌아다니다 갑자기 사라지기도 한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환자들 입장에서는 상당한 고통을 겪게 될 수밖에 없다.
Q. 실제로 환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CSU는 환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삶에 대한 통제력을 완전히 잃은 것처럼 느끼게 한다.
CSU의 큰 문제 중 하나가 예측 가능성이 매우 떨어지는 부분이다. 멀쩡한 상태로 앉아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하다가 갑자기 폭발적으로 두드러기가 발생하거나, 데이트 중에 상대방 앞에서 얼굴이 붓고 입술이 굳는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갑작스러운 증상들로 인해 수면에도 타격이 있고, 다른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데에도 문제가 있어 전반적 건강뿐 아니라 정서적 불안도 발생할 수 있다.
이렇듯 증상의 예측 불가능성으로 인해 자신의 삶에 대한 통제력을 잃었다는 느낌과 정신 건강에 대한 영향이 환자들에게 공통적 애로사항으로 느껴지는 것 같다.
또 내가 아프고, 문제가 있어 병원을 찾았는데 아침에는 분명 증상이 나타났던 것이 의사 앞에 앉은 순간 싹 사라지는 답답한 상황이 있기도 하다. 그래서 의료 전문가들이 CSU에 대해 좀 더 잘 이해하고, 환자들의 이야기와 애로사항에 귀를 기울이고, 환자들이 미리 찍어둔 증상 사진을 함께 본다거나 하는 노력이 상당히 중요한 접근이라고 생각된다.
또 의사나 약사, 간호사 등 환자와 접하는 의료 전문가들이 증상을 딱 보고 ‘이 질환은 알러지다’라고 생각을 하게 되면 그때부터 환자의 진단과 치료가 엉뚱한 길로 나아가게 될 수 있다. 알러지의 경우 알러지를 유발하는 물질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접근을 하는데, CSU는 그게 아니라 즉시 이 환자에게 맞는 치료를 빠르게, 잘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
Q. CSU 환자들은 우울증이나 정서적 불안 등 정신적·심리적인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에 대한 치료도 병행되고 있는지?
해당 부분에 대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부 환자의 경우에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은 문제로 볼 수 있는데, 환자의 증상이 잘 조절되지 않거나 진단이 지연되고, 치료가 제대로 되지 않아 질환이 소위 말하는 만성화가 된다면 우울감이나 불안감 측면에서 영향을 받고 촉진되는 경우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런데 또 다른 환자들의 경우에는 비증상성의 CSU 질환을 수면 아래 가지고 있다가 우울증이나 불안감 같은 것들이 특정 이유로 증폭됐을 때 변환점(tipping point)가 건드려져 병이 폭발되어 버리는 경우도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를 고려할 때 환자를 치료할 때 환자의 현재 여건이 어떠한 지 함께 살펴보면서 조금 더 포괄적인 접근을 하는 것도 필요할 수 있으리라 본다.
Q. CSU 치료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나?
약국에서 약을 구매해 사용했던 단계에서 병원을 찾아가는 단계로 전환이 된다면 그때부터는 최대한 빠르게 질환 조절이 되도록 필요한 용량 증량 등 다음 조치를 채택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가이드라인에서는 항히스타민제의 용량을 2주에서 4주 간격으로 증량할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1주에서 2주 간격으로 더 빠르게 증량하고 상황에 따라 추적 진료를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통해 보다 시의적절한 치료 조정이 가능해지고, 증상을 가능한 신속히 조절하기 위해 기존에 입증된 치료제나 신규 치료제를 보다 이른 시점에 추가로 처방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접근은 한국과 영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항히스타민제의 경우 4배 용량까지도 증량하는데, 이정도면 안전하고 내약성도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세티리진의 경우 1-2주정도 하루에 10mg 분량을 2회 사용했는데 효과가 별로 나타나지 않는다고 하면 20mg 곱하기 2회로 넘어갈 수 있는 것이고, 빠르게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조치가 필요하다.
고용량 항히스타민제의 경우 일반적으로 허가되어 있는 용량의 항히스타민제를 사용하면 40%정도는 컨트롤 달성이 가능하다고 본다. 그걸로 안돼서 더 증량하는 환자들은 증량을 함으로써 60% 정도는 달성이 되지만 그 두드러기 자체가 컨트롤 되는 게 아니라 가려움증 정도가 해소되는 것이라 다음 단계로 빠르게 오말리주맙으로 넘어가는 게 필요할 것이다.
현재 CSU에서 항히스타민제 다음 단계로서 적절하게 적응증 허가를 받은 임상 치료제는 오말리주맙이 유일하다. 그렇기 때문에 내약성과 유효성은 잘 입증된 오말리주맙으로 치료를 하고, 다음으로 사이클로스포린을 고려하는 접근을 선호하고 있다.
Q. 현재 CSU 치료 환경에 남아있는 미충족 수요는 무엇인가?
CSU를 치료할 때의 목표는 ‘환자의 증상을 완전히 소실시키는 것’이다. 환자들이 온전히 조절되고, 증상이 전혀 없고 완치가 되는 수준까지 치료를 추구하기 때문에 결국 앞으로 더 많은 새로운 치료제를 필요로 하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
오말리주맙은 현재 주사제인데, 주사제를 비선호하는 환자분들이 많고 주사를 맞기 위해 병원에 내원하는 것을 안 좋아하는 환자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유형의 새로운 주사제들도 더 나오면 좋을 것 같고, 질환의 경과 자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치료제가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습진이나 건선과 같은 질환에서 경험하고 있는 것처럼 경구 제제들이 나온다면 상당히 좋을 것 같다.
현재 사이클로스포린은 현재 연구결과에서 어느정도 효과가 나타난 경우도 있고 가이드라인에도 포함되었지만 경구 제제로 허가를 받은 약제는 항히스타민제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습진과 건선은 생물학적 제제나 소분자 물질 약물들도 나와 있기 때문에, 그러한 진전이 CSU에서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두드러기라는 것이 상당히 흔한 질환이라 100명 중 1명 꼴로 앓고 있는 질환이다. 다시 말해 환자들의 질환 조절을 한 단계 더 진일보시킬 수 있는 좋은 치료제가 새로이 나오는 것이 매우 절실한 상태다.
Q. 관심을 가지고 있는 연구가 있다면 공유 부탁드린다.
인터루킨-4, 5, 13을 대상으로 하는 두필루맙 같은 경우 아토피피부염에는 허가돼 있고, CSU에도 3상 연구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와 있는 상태다. 다만, 전체적인 CSU라는 치료 틀 범위 내에서는 어디에 적용할 수 있을지 아직 확실치 않고, 아마 환자들 중 천식성 질환을 가지고 있거나 원래 두필루맙이 타깃하는 물질과 관련된 증상 프로파일의 환자들에게 조금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또 3상 연구가 진행중인 레미브루티닙이 있다. 2세대 브루톤 티로신 키나아제(BTK) 억제제라서 잘 진행된다면 CSU의 경구 제제로서 승인받을 수 있는 치료제가 아닐까 생각된다.
또 비만 세포에 있는 키트(KIT)라는 수용체를 타깃하는 치료제도 있다. 키트 같은 경우 이 자극이 비만 세포의 생존과 증식에 있어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되어 있어서 이런 기전을 가지고 있는 생물학적 제제도 기대를 조금 걸어볼 수 있을 듯하다.
결국 타깃할 수 있는 후보는 상당히 많은데, 그 중에서도 가장 유망한 것들은 브루톤 티로신 키나아제나 키트를 대상으로 하는 치료제에 조금 더 높은 기대를 걸어볼 수 있을 것 같다.
Q. 마지막으로 추가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CSU라는 질환은 놓치거나, 간과하기 쉬운 질환이라고 강조하고 싶다. 알러지 등으로 오진되어서 엉뚱한 치료를 받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질환 자체는 환자들에게 있어 삶의 질과 전반적 건강, 또 정신적인 건강에도 상당히 커다란 타격을 주는 질환이다.
작년에 진행한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CSU 환자들은 생산성에도 상당히 큰 타격을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Absenteeism이라고 말하는 업무 결근율, 그리고 출근은 했으나 근무 중 생산성이 저하되는 Presenteeism과 같은 문제들을 살펴봤을 때, CSU 환자들은 거의 일주일에 하루 정도의 업무 결근율을 보였다. 또 근무 중 생산성 저하율(Presenteeism) 면에서는 출근은 했지만 질환으로 인해 너무 가렵거나 피곤함을 느껴 업무에 집중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주일에 2일 치 정도의 생산성 저하를 겪고 있었다. 이런 것들은 작년 연구뿐 아니라 많은 질병 부담 연구에서도 공통적으로 보고되는 부분이기에 강조할 만한 포인트라고 할 수 있겠다.
결론적으로 CSU에 대해서는 최대한 신속하게 진단해서 치료를 시작하고, 또 필요한 경우에는 치료를 빨리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환자들의 미충족 수요 부분을 잘 파악하고 빠르게 채워 나갈 수 있도록 의료진 또한 놓치는 부분이 없게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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