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약가 인하 명령, 미국 제약 투자 찬물?
로슈, "약가 인하 정책으로 투자 위축 우려".. '최혜국 가격' 행정명령에 글로벌 제약사 반발
미국 제약산업단체 PhRMA, "행정명령, 환자와 근로자에 피해 줄 것"
최윤수 기자 jjysc0229@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05-16 06:00   수정 2025.05.16 06:01

미국 내 투자를 확대하려는 글로벌 제약기업들의 행보에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약가 인하 행정명령이 변수로 등장했다. 특히 스위스의 글로벌 제약기업 로슈(Roche)는 이 행정명령이 현실화될 경우, 미국 내 예정된 대규모 투자를 재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최혜국 가격(Most Favored Nation)'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미국 내 의약품 가격을 다른 선진국의 낮은 약가와 연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로슈는 공식 성명을 통해 "제안된 행정명령이 실제 시행될 경우, 이전에 발표했던 미국 내 주요 투자 계획의 실행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될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로슈 측은 또한 이 행정명령이 미국의 제약 및 헬스케어 생태계의 글로벌 선도적 지위를 훼손할 뿐 아니라, 경제 성장을 저해하고 일자리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미국 제약산업단체 PhRMA의 CEO인 스티븐 유블(Stephen Ubl) 역시 "사회주의 국가의 낮은 약가를 미국으로 들여오는 것은 미국 환자와 근로자에게 불리한 거래"라며 행정명령에 대한 강한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그는 약가 상승의 주범으로 병원, 보험사, 약국 혜택 관리업체(PBM)를 지목하며 "약값의 절반 이상이 이들에게 흘러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슈는 최근 미국 내 5년간 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통해 신규 제조공장 설립과 R&D센터 확대, 공급망 개선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행정명령의 실행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이 같은 대규모 투자 계획의 방향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로슈 측은 또한 이번 행정명령이 "미국 내 환자들이 실제로 부담하는 약값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보다 근본적인 의료 전달 체계의 개혁 없이는 약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로슈 외에도 일라이릴리(Eli Lilly), 존슨앤존슨(Johnson & Johnson), 길리어드 사이언스(Gilead Sciences)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최근 몇 주간 미국 내 투자 확대 계획을 발표하며 미국 시장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어, 이번 행정명령이 업계 전반에 미칠 영향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의약품 가격을 최대 90%까지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행정명령은 미국이 의약품 가격 책정에서 '가장 선호국(MFN)' 원칙을 적용하여, 다른 선진국들이 지불하는 최저 가격을 기준으로 미국 정부가 약값을 결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가진 연설에서 "일부 처방약과 의약품 가격은 즉각적으로 50~90%까지 낮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제약업계가 자발적으로 따르지 않으면 연방정부가 직접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 행정명령에 따르면, 제약회사들은 향후 180일간 미국 보건복지부(HHS)와 협상을 벌이게 되며,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강제적으로 MFN 원칙을 적용받게 된다. 보건복지부는 앞으로 30일 내에 구체적인 목표 약값을 제시할 예정이다.

이번 행정명령은 메디케어(Medicare), 메디케이드(Medicaid)를 비롯해 상업 시장 전체에 걸쳐 큰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행정명령은 약품가격 책정 과정에서 중간유통업체(PBM)의 역할을 축소시키려는 강한 의지를 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상인을 완전히 제거할 것"이라며 PBM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을 가했다.

이미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2026년부터 10개의 주요 의약품 가격이 38~79% 인하될 예정인 가운데, 트럼프 정부의 추가적인 강력 조치로 인해 제약업계는 한층 더 큰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가 예고한 제약 분야에 대한 관세 부과 가능성도 산업계의 긴장을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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