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연구개발비…글로벌 제약사 Top 10 ②
엘리퀴스 특허 만료 앞둔 BMS, 2030년 10개 신약 출시 목표
릴리, 인크레틴 계열 블록버스터로 현금 확보…외부 M&A도 박차
화이자, 유전자 치료서 철수하고 ADC 분야로 중점 전환
노바티스·사노피, 방사성의약품·BTK 저해제로 ‘뉴 포트폴리오’ 예고
최윤수 기자 jjysc0229@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04-04 06:00   수정 2025.04.04 06:01

지난 1편에서 다룬 상위 5개 제약사는 대규모 인수·협력과 특허 만료 대비 전략으로 R&D 투자를 적극 확대하거나 재조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2편에서 다루는 6위부터 10위에 오른 기업들 또한 시장 환경 변화와 블록버스터 의약품 공백을 메우기 위해 빠르고 과감한 포트폴리오 혁신을 시도 중이다.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Bristol Myers Squibb)
R&D 예산: 112억 달러
전년 대비 변동: +20%
2024년 총매출: 483억 달러
R&D 예산 비중: 23%

크리스토퍼 보너(Christopher Boerner) 박사가 CEO로 부임한 후 첫해를 보낸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BMS)는, 2025년까지 15억 달러를 절감하겠다는 목표 아래 R&D 포트폴리오 재정비에 박차를 가했다. 이 과정에서 Agenus, Century Therapeutics, Eisai, Immatics 등 다수 파트너십을 종료하고, 자체 보유 중이던 일부 파이프라인도 과감히 중단했다.

이에 대해 BMS는 “획기적 성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자산에 집중”해 더 젊고(diversified), 더 탄탄한(de-risked)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2030년까지 10개 이상의 신약을 출시하겠다는 목표지만, 의미 있는 임상 성과가 본격적으로 드러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모습이다.

BMS는 폐질환 후보물질 admilparant와 항응고제 milvexian 등의 핵심 파이프라인에서 2026년에 중요한 임상 데이터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2028년 4월 특허 만료가 예정된 항응고제 ‘엘리퀴스(Eliquis)’의 매출 공백을 메워야 하는 시점과 맞물려 있다. 차세대 거점으로는 케임브리지(미국 매사추세츠)와 하이데라바드(인도) 두 곳에 새 R&D 센터를 개소했으며, 2026년에는 샌디에이고에서도 연구시설을 본격 가동할 계획이다.

일라이 릴리(Eli Lilly)
R&D 예산: 109.9억 달러
전년 대비 변동: +18%
2024년 총매출: 450억 달러
R&D 예산 비중: 24%

일라이 릴리(Eli Lilly)는 작년 대비 매출이 100억 달러 이상 늘며, R&D 예산 또한 93억 달러에서 약 110억 달러로 크게 증가했다. 비록 매출 대비 R&D 비중이 작년 27%에서 24%로 하락했지만, 여전히 업계 평균 이상의 비중으로 7위 자리를 유지했다.

매출 상승을 견인한 주역은 당뇨·비만 치료제 터제파타이드(tirzepatide) 계열로, 이미 Zepbound, Mounjaro 등을 통해 블록버스터 매출을 달성 중이다. 릴리는 여기서 안주하지 않고, 인크레틴 계열 신약을 신경학·면역학 등 새로운 적응증으로 확대 적용하기 위한 연구개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외부 파이프라인 확보에도 적극적이다. 최근 분자 접착제(molecular glue)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Magnet Biomedicine과 최대 12억 5천만 달러 규모의 파트너십을 맺었고, 연초에는 Scorpion Therapeutics를 25억 달러에 인수해 PI3Kα 계열 항암 파이프라인을 확보했다.

다만, 24억 달러에 인수했던 Dice Therapeutics의 주력 후보물질 DC-806(건선 치료제)은 임상 2상을 끝내기로 결정하고, 대체 후보인 DC-853(IL-17 저해제)에 집중하는 등 일부 파이프라인 조정도 이뤄졌다.

화이자(Pfizer)
R&D 예산: 108억 달러
전년 대비 변동: -1.3%
2024년 총매출: 636억 달러
R&D 예산 비중: 17%

작년 순위 6위에서 올해 8위로 두 계단 내려앉은 화이자는, 2023년에 착수한 연간 40억 달러 절감 목표를 위해 R&D 부문을 포함한 대대적인 비용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RSV(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인플루엔자 복합 백신과 ReViral 인수로 확보했던 RSV 경구 치료제 등을 정리했고, 핵심 파이프라인이었던 듀센 근이영양증(Duchenne muscular dystrophy) 유전자 치료제도 임상 3상 실패 및 안전성 이슈로 중단하며 1억 5천만 달러 규모의 인력 감축을 단행했다.

2025년 초에는 혈우병 유전자 치료제인 Beqvez를 포함해 모든 유전자 치료 분야에서 발을 뺐다. 그 대신, 2023년 인수한 시애젠(Seagen)의 ADC(항체-약물 접합체) 기술력을 활용해 항암 분야 역량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조직 개편 역시 크게 이뤄졌다. 오랜 기간 화이자의 R&D를 이끌어온 미카엘 돌스텐(Mikael Dolsten) 박사가 은퇴했고, 종양학 부문 책임자였던 크리스 보쇼프(Chris Boshoff) 박사가 새 R&D 수장을 맡았다. 이어 2025년 초에는 전 FDA 약물평가연구센터(CDER) 국장인 파트리지아 카바조니(Patrizia Cavazzoni) 박사가 최고의료책임자(CMO)로 합류하는 등, 연구개발 핵심 리더십이 대폭 교체된 상태다.

노바티스(Novartis)
R&D 예산: 100억 달러
전년 대비 변동: -12.6%
2024년 총매출: 503억 달러
R&D 예산 비중: 20%

올해 R&D 지출을 10억 달러 이상 줄이며, 전년 대비 5계단 하락한 노바티스는 임상 단계 프로그램을 큰 폭으로 정리했다. 바스 나라심한(Vas Narasimhan) CEO는 최근 투자자 대상 발표에서 “노바티스는 역사적으로 신약 승인 건수는 많았지만, 가치 창출 면에서는 상위권에 들지 못했다”고 언급하며, 파이프라인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시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사성 의약품(radiopharma) 분야를 한층 강화하기 위해 Mariana Oncology를 10억 달러에 인수했고, 희귀 방사성 동위원소인 ‘악티늄(actinium)’ 활용 가능성을 모색 중이다. 또한 MorphoSys를 29억 달러에 사들이며 골수섬유증(myelofibrosis) 및 EZH2/EZH1 이중 저해제 관련 파이프라인을 확보했지만, 조합요법으로 개발 중인 pelabresib에서 예상치 못한 안전성 이슈가 발견되어 허가 시점이 지연될 전망이다.

연말에는 Kate Therapeutics도 11억 달러(선급금+마일스톤) 규모로 인수해, 듀센 근이영양증(DMD)과 근이영양성 질환 후보물질을 추가했다. 2024년 말에는 면역글로불린 A신염(IgAN) 치료제 atrasentan 승인, 두드러기 치료제 remibrutinib 승인 신청 등을 앞두고 있어, 전략적 투자 효과가 언제쯤 가시화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노피(Sanofi)
R&D 예산: 73.9억 유로(미화 환산 약 79.8억 달러)
전년 대비 변동: +9.8%
2024년 총매출: 410억 유로(약 447억 달러)
R&D 예산 비중: 17.9%

올해 R&D 예산을 5억 유로 이상 늘렸음에도 불구하고, 사노피는 3년 연속 10위 자리에 머물렀다. 폴 허드슨(Paul Hudson) CEO는 2024년을 “과학 중심 바이오파마 기업으로 변모하기 위한 중요한 한 해”로 정의하면서, 컨슈머 헬스 부문 ‘오펠라(Opella)’의 지분을 매각해 R&D에 더욱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사노피는 작년에만 BTK 저해제 후보물질 2종(rilzabrutinib, tolebrutinib) 임상 결과를 잇달아 내놓았다. 그중 만성 면역혈소판감소증(ITP) 적응증에서 성공한 rilzabrutinib는 멀티 블록버스터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내세웠지만, tolebrutinib는 다발성 경화증(MS) 3개 임상 중 1곳에서만 1차 목표 달성에 성공하는 등 다소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한편, Fulcrum Therapeutics로부터 도입한 losmapimod가 상지대부위 근이영양증(FSHD) 임상 3상에서 실패하면서, 8천만 달러 투자 역시 무용지물이 됐다. 그럼에도 사노피는 면역·염증성 질환 등을 핵심 영역으로 삼아 지속 투자할 방침이다. 경합이 치열한 10위권 경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대형 임상 성과와 혁신 신약 출시가 뒤따라야 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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