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공동연구진이 mRNA(messenger RNA, 메신저 RNA)를 이용해 암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원장 김장성, 이하 생명연) 바이오나노연구센터 강태준 박사 연구팀은 매사추세츠 종합병원(Massachusetts General Hospital, MGH), 하버드 의과대학(Harvard Medical School, HMS), 성균관대학교와 함께 체액에 존재하는 바이오마커 검출 성능을 획기적으로 향상한 진단 플랫폼 SCOPE(Self-amplified and CRISPR-aided Operation to Profile Extracellular Vesicles)를 개발했다고 5일 밝혔다.
이번에 개발된 플랫폼은 암 관련 유전자 돌연변이를 정밀하게 관찰하여 암 조기 진단이나 치료반응 모니터링, 종양 재발 우려를 평가하는 데 널리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액체 생체검사법은 혈액이나 소변과 같은 체액에 존재하는 바이오마커를 이용하여 암을 진단하고 모니터링한다. 종양 세포가 증식, 사멸 등 변화하는 과정에서 준비하는 특정 DNA나 RNA 등의 유전물질을 검출하는 것으로 기존의 조직 생체검사법이나 영상진단법보다 간편해 많은 관심을 받아왔다.
액체 생체검사법에서 정확하게 암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체액 내 바이오마커를 정밀히 탐지해야 하지만 그 양이 매우 적어 그동안 임상에서 적용이 어려웠다.
공동연구팀이 개발한 SCOPE는 종양 세포가 방출하는 세포 외 소포체(extracellular vesicles, EVs)의 mRNA(messenger RNA, 메신저 RNA)를 크리스퍼 유전자가위(CRISPR-Cas13a)를 이용해 대폭 증가시켜 감지해 그간의 한계를 극복했다.
연구팀은 개발한 진단 플랫폼을 동물모델에 적용해 극소량(40㎕, 마이크로(10-6)리터)의 세포 외 소포체 샘플만으로도 초기 폐암을 진단해내었고, 대장암 환자의 샘플에서는 기존 PCR 검사보다 높은 민감도와 특이도로 암 돌연변이 유전자를 검출하며 임상 적용 가능성을 높였다.
특히 SCOPE 플랫폼은 16개의 샘플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고, 결과도 40분 만에 제공한다. 이뿐만 아니라 연구팀은 국내 분자진단 전문기업 ㈜레보스케치와 협력해 소형화해 기존의 복잡한 장비 없이도 의료현장이나 연구현장에서 간편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생명연 강태준 박사는 “SCOPE는 기존 방법으로는 어려운 주요 암 돌연변이를 전례 없는 수준의 민감도로 검출할 수 있는 효율적인 시스템”이라고 이번 성과를 소개하며, “여러 암 관련 바이오마커를 간소화된 방법으로 감지하여 암 진단과 모니터링 현장에서 신속한 의사결정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 연구책임자인 하버드 의과대학 이학호 교수는 “SCOPE는 소량의 혈액만으로도 기존 영상진단 이전에 종양의 분자적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라며, 이 기술의 임상적 유용성을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10월 7일 세계적인 저널인 Nature Biotechnology(IF 33.1) 온라인 판에 게재됐으며(논문명 : Amplifying mutational profiling of extracellular vesicle mRNA with SCOPE / 교신저자 : 생명연 강태준 박사, MGH Cesar M. Castro 교수, 하버드 의과대학 이학호 교수 / 제1저자 : 성균관대 송자연 교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중견연구자지원사업,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주요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