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성 황반변성, ‘T&E 요법’ 통해 최적 치료 진행한다
투여 횟수 감소 및 다음 치료 계획 수립 가능…‘효율·유연성’ 갖춰
전세미 기자 jeonsm@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0-07-24 06:00   수정 2020.07.24 06:35
나이관련황반변성(AMD)이란 50세 이상 성인에서 발생하는 망막중심부(황반)의 변성질환으로, 세포 소실로 인해 중심 시력이 떨어진다. 이 같은 황반변성은 실명의 주요 원인이 되며, 그 중에서도 대부분 습성 연령관련황반변성(wAMD)에 의해 발생한다.

과거 습성 황반변성의 치료는 레이저로 신생혈관을 파괴하는데 그쳤다. 그러나 자연적인 상태보다 증상을 약간 지연시킬 뿐이었다. 이후 2006년 루센티스(성분명: 라니비주맙), 2011년 아일리아(성분명: 애플리버셉트), 2019년 베오부(성분명: 브롤루시주맙)가 FDA의 승인을 각각 획득하며 항혈관내피성장인자(anti-VEGF)의 시대를 열었다. 2005년 아바스틴(성분명: 베바시주맙)의 허가도 있었으나, 안질환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그럼 습성 황반변성에서 어떤 치료법을 선택해야 할까. 습성 황반변성은 일단 발병하면 평생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기 때문에 만성질환으로 분류되며, 장기간 치료가 필요하다. 그러나 anti-VEGF는 효과 지속 기간이 약 1~2달로, 반복적인 치료가 필요한 습성 황반변성의 특성 상 환자 및 의료진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루센티스의 3상 임상에서는 이와 같은 반복적인 치료에 대한 고찰이 이뤄졌다. 1달 간격으로 루센티스를 2년 간 총 24번 주사한 결과, 주사를 맞지 않은 군에 비해 시력이 유의하게 회복되고 일정 시점 이후에는 시력이 유지됐다.

효과는 좋았으나, 한 달 간격의 주사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면이 존재했다. 이에 필요시 주사하는 PRN 요법이 개발됐다. PRN 요법은 2년 간 24번 맞아야 했던 주사 횟수를 절반으로 감소시켰다. 그러나 모니터링을 매월 진행해야 해 환자들이 병원에 방문하는 횟수는 같았고, 한 달 이상 간격 투여 시 초기에는 시력이 회복됐지만 장기적으로는 다시 시력이 감소했다.

또 주사 진행 여부에 대해 사전에 알 수 없다는 점과, 무엇보다도 상태가 나빠진 후에 치료가 결정된다는 점에서 치료가 부족하게 이루어질 가능성이 존재했다.

이 같은 미충족 수요에 의해 탄생한 요법이 T&E(Treat and Extend) 요법이다. T&E 요법은 첫 3개월 간 매월 1회 주사(Loading dose)를 투여 후, 시력 및/또는 해부학적 검사결과에 대한 의사의 판단에 근거해 환자의 상태에 따라 2주 혹은 4주씩 투여 간격을 점진적으로 연장할 수 있는 선제적(Proactive) 투여 요법이다.

진료 당일에 선제적으로 주사 투여가 진행되며 모니터링이 진료와 같은 날 진행되기 때문에 다음 투여 시점이 명확하게 결정된다. 만약 환자의 상태가 악화됐다면, 재발의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기를 더 짧게 단축해 치료한다.

T&E 요법의 장점으로는 타 요법에 비해 개선된 효율성과 유연성을 들 수 있다. 효율성 측면에서는 선제적인 투여와 모니터링이 한 번의 진료 안에 이뤄져 환자의 방문 횟수를 줄일 수 있고, 이에 따라 점진적으로 주사의 횟수 또한 줄일 수 있다. 또, 환자의 상태에 따라 주기를 늘리면서도 다음 치료에 대한 명확한 계획을 세울 수 있어, 시력개선 효과를 유지하고 재발 또한 방지할 수 있다.

유연성 측면에서는 시력과 해부학적 검사 결과를 모두 확인하기 때문에 두 지표의 적절한 균형을 맞추며 최적의 치료 진행이 가능하다.

아일리아는 ALTAIR 연구를 통해 T&E 요법으로서의 임상적 의의를 인정받았다. 치료 경험이 없는 247명의 일본인 wAMD 환자를 대상으로 첫 3개월 간 아일리아를 매달 투여한 후, 2개월 뒤 1회 투여한 결과, 최장 16주라는 간격을 연장 및 유지하게 했다.

또 연구 2년 차인 96주 시점에서 전체 약 60%의 환자가 12주 이상으로 투여 간격을 유지하였으며, 40%가 넘는 환자가 16주 간격을 유지했다. 간격 조정 기준에 있어 연장과 단축뿐만 아니라 ‘유지’에 대한 기준도 두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가진다.

52주간 평균 투여 횟수는 2주 간격 조정군은 7.2회, 4주 간격 조정군은 6.9회로, 기존 고정주기 요법 대비 더 적은 주사 횟수를 기록했다.

베오부는 임상 3상인 HAWK 연구 및 HARRIER 연구서 도출된 결과를 근거로 유럽 및 미국 시장에 진출한 바 있다. 이들 시험에서 베오부를 투여한 환자 그룹은 48주 시점에서 최대 교정시력(BCVA)의 향상 측면에서 아일리아 투여 그룹에 비해 비열등성(non-inferiority)을 입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여 간격을 보면 베오부 투여 그룹 56%, 아일리아 투여 그룹 51%가 각각 1년차 시점에서 3개월 간격을 유지했다. 나머지 환자들은 2개월 간격으로 약물을 투여 받았다.

특히 코로나19의 확산 속에서 T&E 요법은 지속적으로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환자들의 방문 횟수를 줄여줄 수 있어 적극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우세준 교수는 “일부 글로벌 안과 가이드라인에서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사람 간 접촉을 제한하기 위해 주사 일정을 조정하도록 권고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T&E는 더욱 선호되는 치료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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