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텍,몸집 큰'BMS스워즈'제조설비 인수..지금은?

"하나의 비전, 하나의 전략, 하나의 대표이사...'원 보이스' 환경 구축"

 

신약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글로벌 다국적제약사 경우도 다양한 후보물질들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신약 API 또는 완제 생산까지 자체적으로 해낼 수 있는 제조 인프라를 모두 다 갖출 수 없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또 다국적제약사는 신약개발 여정에서 필요한 임상시험 단계 약물부터 최종적인 상업화 단계 완제 의약품까지 다양한 스펙트럼과 스케일의 주문을 발주한다.  이러한 다각적 수요를 충족하는 글로벌 CMO(외부생산업체)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고령화와 같은 주요 트렌드를 감안했을 때 앞으로 더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17년 6월, SK그룹 자회사인 SK바이오텍은 글로벌 제약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이 보유하고 있던 아일랜드 스워즈(Swords)의 제조 설비를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인수 당시 SK바이오텍은 연간 약 US 1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이었고, BMS 스워즈는 약 1억 6000만 달러 매출을 올리던 상황이었다.

국내의 물고기가 몸집이 더 큰 외국 물고기를 먹어버린 사례로, SK바이오텍 경영전략실 유용채 실장은 최근 열린 '2019 EU 시장전망 및 기업 진출전략 세미나'에 발표자로 나서 그 과정과 경험에 대해 소개했다.

글로벌 CMO 시장규모가 한화로 70조원 정도였던 지난 2017년 초반, SK바이오텍은 BMS가 아일랜드 스워즈 설비자산을 매각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게 된다.  그 당시 SK바이오텍은 개발 단계에서 상업화 단계까지의 전체 약물 라이프사이클을 수주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글로벌 TOP CMO로 도약하고자 하는 시점이었다.

2015년부터 미국과 유럽에 있는 제약사가 보유한 설비, 또는 CMO 분야 경쟁사를 대상으로 인수목표 설정을 위한 사전작업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2015년 후반에는 SK그룹의 컨센서스를 확보하는데 성공했고, 그 후 2016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인수목표 범주를 좁혀가면서 구체적인 인수작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 우리는 2017년 초 BMS와 물밑 접촉을 시작하면서 가급적이면 공개 매각 과정으로 진입하지 않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언급한 유용채 실장은 "두 가지 이유가 있었고 첫 번째로는 다수 경쟁사가 참여하는 공개 매각은 적절한 인수 가격에 대한 메리트를 잃게 되고, 두 번째로는 우리 전략을 파악한 중국 경쟁업체들이 기업인수 시장에 무더기로 뛰어들면서 마구잡이로 선점을 해버린다면 국내 업체들 경쟁력이 약화된다는 분석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인수 발표 이후 6개월이 지난 2017년 말 최종적으로 인수 작업을 마무리 했고, 2018년 1월부터 SK바이오텍 독자체계로 운영을 시작한다. 

유 실장은 "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말에 대해 뼈저리게 공감한다"고 말했다.  한국과 문화가 다른 유럽 조직과 융화 문제도 있고, 인수 전 실사를 통해 봤던 것과 실제로 운영을 하면서 봤던 것은 괴리가 크다는 설명이다.

2018년 1월 1일자로 'Day 1' 운영을 시작할 때, 현지 설비와 인력만을 끌어 안은 상태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운영 시스템도 없는 황량함에서 시작했다고 유 실장은 말했다.  이후 BMS의 양해 아래 1년 간 기존 운영 시스템을 빌려 쓰면서 ERP, 오토메이션과 같은 자체적 시스템을 개발하는 시간을 마련했고, 2019년 1월부터 자체 시스템 가동이 시작됐다.       

유 실장은 무엇보다도 핵심 인력에 대한 유지가 가장 큰 문제였다고 전했다. 

인수협상 초반 단계에서부터 SK바이오텍은 400명에 육박하는 스워즈 공장 현지 인력에 대해 인수 이후에도 수 년 간 고용을 지속적으로 주장했다.  인수자 입장에서 다소 불리하더라도 계약 조항에 넣으면서까지 핵심 인력 유지를 위해 노력을 기울였고, BMS도 인력 유지를 위해 힘써달라고 강하게 요구했다.

2019년도 통합전략을 한국 사이트와 아일랜드 사이트가 공동으로 참여해  만들었다고 전한 유 실장은 "초기에 문화 차이로 비전 공유 부분이 서로 서툴렀으나 지금은 하나의 비전, 하나의 전략, 하나의 대표이사 아래 '원 보이스'를 내는 환경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SK바이오텍은 현재 아일랜드 공장에서 먼저 CMO 수주를 받으면서 캐파를 채워나가고, 초과되는 물량을 한국에서 생산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기존 세종 공장에 대한 추가 증설 및 아일랜드 스워즈 공장 추가 증설도 고려하고 있다.  또 다른 경쟁사 및 제약회사 소유 설비 인수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