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50% “정부, 보건의료정책 수립 시 국민 의견 충분히 수렴하지 않아”
녹색소비자연대, 지난달 의료소비자 608명에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 공개
복지부 “의료개혁, 판 뒤집는 심정으로 불편한 대화 나눠야 할 시점 됐다”
이주영 기자 jylee@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4-08-23 19:14   수정 2024.08.23 19:14
23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의료소비자가 제안하는 의료개혁방안 국회토론회’에서 패널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 약업신문

의대정원 증원으로 인한 의료공백 사태가 6개월을 넘어서는 가운데, 정부의 보건의료정책 추진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이주열 이사(남서울대학교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23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의료소비자가 제안하는 의료개혁방안 국회토론회’에서 녹소연이 지난달 실시한 의료소비자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보건복지부가 보건의료정책을 수립할 때 국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51.5%의 응답자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해당 설문조사는 녹소연 회원 296명과 일반 국민 312명 등 총 608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8일부터 17일까지 열흘간 진행됐다.

이주열 이사는 “조사 결과 응답자들은 의대 증원에는 찬성하지만, 2000명 증원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2000명 증원에 대한 찬반 비율은 비슷했다”며 “의료계와 복지부 대응 방식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이 높았으나, 복지부보다 의료계에 대한 반대 의견이 훨씬 높았다”고 밝혔다.

의료기관 이용 시 불편사항에 대해서는 △짧은 진료시간 45.9% △과잉진료 20.4% △예약 어려움 14.5% △긴 대기시간 11.7% 순으로 확인됐다. 이 이사는 의료소비자들이 이같은 불편사항을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을 원하고 있다며, 특히 응급환자 의료기관 이용, 심야시간 외래 의료 이용 등을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을 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약국 이용을 제외한 병원 입원, 병‧의원 외래 이용, 치과‧한방 진료 이용 등 병‧의원 이용과 관련한 부분에서 의료소비자들이 불편을 토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이 이사는 의료소비자가 기대하는 의료개혁 목표에 대해 “의료소비자는 개인 의료비 부담 감소, 의료 접근성 향상, 과잉진료‧불필요한 검사 축소, 자기건강관리 능력 향상 등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특히 1‧2‧3차 모든 의료기관에 의무적 평가인증제를 도입하는 것과 혼합수가제 도입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며, 공중보건 및 질병예방체계 강화도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강희경 비상대책위원장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상당한 추가 비용이 필요한 의대 정원 증원인가, 아니면 의사들이 ‘필수의료’ 분야에서 진료할 수 있도록 하는 장기적 계획인가”라며 “현재 의료이용과 의료수가‧보상체계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우리나라는 보건의료비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나라가 될 것이며,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정책은 이를 위한 대비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강 위원장은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나와 나의 병을 잘 아는 의사’가 나의 건강을 관리해주며 꼭 필요한 때에 상급병원으로 의뢰하고, 상급병원에서 문제가 해결되면 다시 지역의 단골의사에게 돌아오는 의료전달체계를 갖춤으로써 의료비용을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형사 소송이 우리나라 의료를 병들게 하는 또 다른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의료사고 보상사업 확대도 중요하다고 전했다.

녹소연 유미화 상임대표는 의료소비자 중심의 지속가능한 의료전달체계로 의료개혁을 반드시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자원은 공유자원인데다 그 자원은 의료소비자의 지불비용으로 구성되는 만큼, 의료소비자에게 의료개혁의 방향과 내용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의료개혁 중심에 의료소비자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유미화 대표는 “의료수가에는 정부와 의료계만이 아니라 의료소비자의 의견을 토대로 보상의 가중치를 반영해야 한다”며 “지역 필수의료 범주는 현재 논의 중인 ‘응급‧중증질환을 담당하는 진료과 전문의’에 국한하는 것이 아닌, 전 지역사회에서 양질의 1차 진료의사가 확보되고 2‧3차 의료기관에도 필수의료 전문의가 확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 강준 의료개혁총괄과장은 이제는 의료개혁을 위해 서로 불편한 대화를 나눠야 할 때가 됐다고 털어놨다.

강 과장은 자신 역시 의료소비자라고 밝히면서 “정부는 의료소비자와 의료계 입장에서 고민하며 의료개혁을 위한 접근 방법을 고민 중”이라며 “지금 꾸려진 의료개혁특위가 의료계와 환자, 소비자가 솔직하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논의의 장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의료계와 국민, 정부가 지속가능한 의료체계를 꾸리기 위해 다같이 머리를 맞댈 수 있는 기회의 장이 열렸다고 생각한다”며 “특위의 활동 종료 시점이 없는 만큼 앞으로는 ‘예방’에 대한 문제도 다루는 등 다양한 측면에서 건설적인 토론을 나누고 싶다”고 덧붙였다.   

전체댓글 0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