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종합병원 '중환자' 진료 집중 대책에 문전약국 '불똥'
복지부 “참여병원 외래 처방 감소 가능…경증환자, 네트워킹 의료기관에서 진료”
이주영 기자 jylee@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4-01-29 06:00   수정 2024.01.29 06:01
보건복지부 이중규 건강보험정책국장이 건정심 직후 브리핑하고 있다.  ⓒ전문기자협의회 

정부가 상급종합병원의 중증 환자 진료를 강화하자 그 여파가 문전약국으로 향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개최한 ‘2024년 제2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상급종합병원 3개소를 대상으로 ‘중증진료체계 강화 시범사업’을 논의했다.

이 사업은 이달부터 필수의료 전달체계를 회복해 중증 환자들이 필요한 때 적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새로 도입한 것으로, 삼성서울병원(전국형), 인하대학교 의과대학부속병원(지역형), 울산대학교병원(지역형)이 참여한다. 상급종합병원이 의료기관과 네트워크를 형성해 중증도가 낮은 환자는 지역으로 회송하고, 중증‧고난도 환자는 상급종합병원에서 적시에 더 질 높은 진료를 받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전국형인 삼성서울병원은 전국 단위로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지역형인 인하대병원과 울산대병원은 지역 단위로 네트워크를 만든다. 이를 통해 상종은 외래를 줄이고 입원 환자를 늘려 중증환자 진료에 주력하는 대신, 외래 환자는 네트워크를 이룬 의료기관으로 회송하는 것이다.

문제는 상종의 외래 진료가 줄면서 그에 따른 약제 처방도 함께 줄어든다는 점. 병원 인근에 자리잡은 문전약국 입장에선 적지않은 경영 손실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사업에 참여하는 병원 3개소 모두 인근에 위치한 약국이 20곳 가까이 이르는 것으로 확인된다.

복지부 이중규 건강보험정책국장은 건정심 직후 가진 전문기자협의회 간담회에서 “해당 사업은 외래 진료 환자 수를 줄이라는 게 골자”라며  5%, 10%, 15% 묵표율을 당성하면 3개 병원을 합쳐 최고 900억원이 지급된다"고 밝혔다. 4년을 해야 평가할 수 있는데, 4년 목표를 다 달성하면 총 3600억원을 지원하게 된다. 상급종합병원이 경영상 큰 비중을 차지하는 외래 진료를 포기하는 만큼, 그 손실분을 정부가 만회해준다는 의미다. 단 참여 병원의 목표 달성률이 50% 미만이면 계약이 해지된다.  

이 국장은 “처음 이 시범사업을 논의했을 때 병원들의 저항감이 생각보다 컸다”며 “2021년부터 병원을 대상으로 시범사업과 리스크 등을 설명하고, 관심있는 곳들을 대상으로 우선순위 대상자를 선정했다”고 전했다. 상종은 외래가 아닌 입원중심, 중증 진료와 연구를 중심으로 가는 게 좋다는 의견도 일부 있었다. 실제로 외래 환자를 어떻게 감소시킬지, 보상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등을 설계하는 작업이 오래 걸렸다. 

건정심에서도 일부 반대의견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상종이 외래를 줄이고 중증 중심으로 가는 것은 윤리적으로 해야 할 역할인데, 왜 예산을 투입하느냐는 지적 때문이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이미 각자도생 개념이 만연한 의료전달체계를 잘 작동시키려면 병원간 유기적인 연결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최소한 한 네트워크 안에선 협력체계를 구축해 중‧경증 환자가 적재적소의 병원에서 진료를 보고 환자 정보를 교환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국장은 “이번 사업은 제도적 여건 하에서 협력기관에 환자를 의뢰하고 환자정보도 적극적으로 제공해서 그 환자가 다시 상종으로 오지 않더라도 본인 자료가 상종의 기존 담당 교수에게도 공유되고 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본인 상태가 이상하고 문제가 있으면 언제든 패스트트랙으로 기존 상종에 다시 갈 수 있는 프로세스를 만들면 환자 입장에선 지방에서 굳이 빅5병원에 안 와도 되는 체계가 형성된다”고 말했다. 상급종합병원과 수도권 쏠림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장치라는 설명이다.

이 국장은 “이번 사업에 참여하고 싶어하는 병원이 더 있었지만 건정심에서 총 지출 범위를 제한하면서 원하는 병원이 다 들어오지 못했다”고 전했다.

앞으로 사업에 참여하는 병원의 문전약국이 이 난제를 어떻게 극복할지 주목된다. 문전약국은 유리한 입지조건으로 수천‧수억원대의 조제수입이 보장된 만큼 월 수천만원의 임대료를 감당하고 있다. 만약 해당 사업에 참여하는 병원이 늘어날 경우, 경영 손실을 감당해야 할 문전약국 역시 함께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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