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필루맙’ 덕분에 일상 유지하는데…산정특례 끝나면 약값 어쩌나”
국회 토론회서 ‘알레르기’ 질환 국가차원 대응 촉구 이어져
이주영 기자 jylee@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3-10-10 06:00   수정 2023.10.10 06:01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왼쪽 세번째)이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우리 아이 알레르기, 이제 국가가 나설 때’ 정책 토론회에서 하태경 의원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약업신문 

알레르기 질환이 개인을 넘어 국가가 대응해야 할 심각한 질병이라는 주장이 국회 토론회에서 제기됐다. 알래르기 질환은  암이나 당뇨 등 중증질환에 밀려 국가 차원의 대응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관련 법안을 먼저 마련한 뒤 국립알레르기센터 등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증아토피연합회 회원 최미연씨는 지난 6일 국회 토론회에서 “태어날 때부터 중증아토피를 앓고 있는 저는 진물이 옷에 들러붙어 옷을 갈아입는 것조차 쉽지 않았지만, ‘듀필루맙’이라는 생물학적제제 덕분에 30년 만에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며 “한번에 70만원인 주사를 평생 맞아야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데 산정특례가 끝나는 10년 후부터는 약값을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최 씨는 이날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개최한 ‘우리 아이 알레르기, 이제 국가가 나설 때’라는 정책 토론회에 참가해 이같이 말했다.  

최 씨는 알레르기 환자의 고통이 개인 차원에서 가중되지 않도록 국가가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알레르기 질환에 대한 체계적 기틀을 마련하고 각종 알레르기에 대한 분석 시스템을 도입해 달라는 주문이다. ‘국립알레르기센터’ 같은 전문화된 인력을 확보해 연구와 데이터를 확립할 수 있는 기관을 지원해달라고 그는 요청했다.

현장에서 환자를 접하는 알레르기 내과 전문의인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장윤석 교수도 최씨와 같은 이같은 주장을 제기했다. 장 교수는 자신이 만난 환자들이 알레르기로 인해 우울증과 자살충동에 시달리고 있으며, 심지어 뇌사상태에 빠져 삶을 마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장 교수는 노인 천식과 알레르기비염, 아토피피부염 등 익숙한 질환뿐만 아니라 벌에 쏘여 숨지거나 식품을 먹고 뇌사상태에 빠지는 아나필락시스도 언급했다. 실제로 2013년에는 우유 알레르기가 있는 한 초등학생이 학교 급식으로 우유가 섞인 카레를 먹은 후 호흡곤란으로 쓰러져 뇌사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이 사건 이후 교육부는 식품의약품안전처 기준에 따라 학교 급식의 알레르기 유발 식재료 표시를 의무화했다.

코로나19 백신접종 부작용으로 대중에게 알려진 아나필락시스는 약물 알레르기의 일종이다. 2019년 경북 문경 과수원에서 일하다 벌에 쏘여 숨진 40대 남성의 경우, 벌집 제거를 위해 출동한 소방관이 말벌에 쏘인 후 ‘쇼크’로 숨진 사례 등이 있다. 이 경우 에피네프린이라는 자가주사를 투여해야 한다. 장 교수는 경기도 내 소방구급대원 3700여명을 대상으로 아나필락시스 응급대처법 교육을 진행해 응급상황에서 적절히 대처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전했다.

장 교수는 “대상포진 치료제 ‘카바마제핀’이나 통풍치료제 ‘알로퓨리놀’로 인해 온몸이 화상을 입은 것처럼 피부가 벗겨지며 고통스럽게 사망한 사람도 있고,  경우에 따라 타이레놀로도 약물 과민반응으로 사망할 수 있다'면서 "그만큼 알레르기는 개인 차원에서 감당할 수 없는 질환”이라고 말했다. 약물 이상반응은 전세계 사망 원인 4~5위를 차지한다.

그는 “알레르기 질환에 대한 관리‧연구 사업을 확대하는 동시에 병원에 ‘약물이상반응 관리실’을 의무적으로 설치해 알레르기 내과 전문의를 반드시 배치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알레르기가 큰 수익을 거두기 어려운 질환인 만큼, 전문의가 없는 병원이 많다는 지적이다.

새로운 미래를 위한 청년변호사 모임의 서치원 변호사는 알레르기 질환을 국가 차원에서 대응하고 있는 호주와 일본, 핀란드의 사례를 언급하면서 우리도 국립알레르기센터를 설립해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변호사는 “우리나라는 알레르기성 질환의 정책 수립을 위한 법적 근거와 체계적인 국가연구기관도 없고, 전문의들은 수도권에 편중된 반면 지역은 소외돼 효과적인 대응이 어렵다”며 “비용 부담은 되겠지만 반드시 국가 차원에서 효율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 변호사는 알레르기성 질환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와 환자 진료가 가능해야 하고, 특히 영유아와 고령 환자에 대해선 즉각적 대응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이 질환이 치명적이진 않지만 평생 관리해야 하는 질병인 만큼 △식료품회사‧병원‧항공사 등 알레르기 관련 산업군에 종사하는 사람과 △해당 질환을 일차적으로 대응하는 학교나 보건소, 소방청 △환자와 가족, 대중에게 질환예방과 관리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과 매뉴얼 등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수도권에 편중된 알레르기 전문의를 인센티브 등을 통해 지역사회에 균형적으로 보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한 구체적인 도입방안은 약물안전센터를 일정 규모 이상의 지역 거점 병원에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 호흡기‧알레르기질환연구과 김영열 과장은 “국립알레르기센터는 올해 설립이 확정된 국립심뇌혈관연구소를 예로 본다면 당장은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법안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국립심뇌혈관연구소도 설립 추진까지 5년이 걸렸다. 

또한 김 과장은 “정부의 중점과제나 국가차원 대응 지표라 할 수 있는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HP2030)에 알레르기성 질환이 들어가야 국가관리를 받아야 하는 타당성과 당위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2025년 중간점검을 통해 새롭게 중점과제에 넣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10년 단위로 만드는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에는 아직 만성호흡기 알레르기 질환이 포함돼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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