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초기 치매환자의 자립생활기간을 스마트재가돌봄을 기반으로 최대화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치매의 진행속도를 늦추고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는 한편, 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해법이라는 것이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은 최근 ‘치매환자 증가 사회,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과학기술과 사회정책 연계를 통한 초기 치매환자의 자립생활 지원체계 구축’이라는 제목의 연구 보고서를 소개했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치매환자 증가로 발생하는 다양한 사회적 부담과 문제에 대비하기 위한 치매환자 관리시스템의 지속가능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보고서에는 그 해법으로 ‘스마트재가돌봄 기반 초기 치매환자의 자립생활기간 최대화’를 정책목표로 설정할 것을 제시했다. 이를 위한 4대 전략으로 △치매증상 지연을 위한 효과적 관리 △환자 일상안전‧편의증진을 위한 재가돌봄 기반 강화 △치매서비스 실효성 강화를 위한 스마트 관리지원체계 구축 △치매수용성 제고를 위한 지역사회 환경 조성 등을 언급했다.
중증 치매환자, 2020년 36만 → 2036년 75만명 예상
치매는 삶의 질 저하뿐만 아니라 가족 간의 갈등을 야기하고, 범죄와 안전사고로 이어지는 원인이 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1년 이후 치매배우자 간병살해는 18건, 치매환자 실종신고 건수는 2012년 7,650건에서 2016년 9,869건으로 29% 증가했다. 지난해 치매의심자 및 치매환자에 대한 학대 사례는 1,381건으로 확인됐다.
치매환자에 대한 돌봄과 간병을 위해 환자 가족의 경제활동도 제약을 받는 실정이다. 2018년 대한치매학회에 따르면 치매환자 간병을 위해 직장을 그만두는 비율은 14%, 근무시간을 축소한 경우는 33%다.
치매환자를 돌보는 비용은 가장 증상이 심한 중증환자가 가장 증상이 약한 최경도환자에 비해 2배 이상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치매센터는 2018년 증상단계별 치매 조호비용이 최경도 1,514만원, 경도 1,774만원, 중등도 2,623만원, 중증 3,252만원이라고 밝혔다.
중증 치매환자가 지난해 36만명에서 오는 2036년 75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향후 치매환자‧가족의 삶의 질 저하 및 사회적 비용 문제는 보다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치매 증상 악화로 치매환자가 기존의 생활환경에서 자립생활을 지속하지 못하고 시설에 입소함으로써 환자와 가족들의 삶이 질이 떨어지고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초기 치매환자의 증상을 지연시키는 한편, 기존 생활환경에서 가족의 부담을 크게 증가시키지 않으면서 치매환자가 생활할 수 있는 기간을 최대한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2050년 고령인구 대비 치매환자 비중 15.1% 예상
우리나라의 2050년 국내 고령인구 대비 치매환자 비중은 세계 평균치인 8.5%보다 약 1.8배 높은 15.1%로 예상된다.
이에 보고서는 치매환자의 자립생활 기간을 최대한 연장시키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중증도 치매환자 증가로 인한 치매환자 관리시스템의 급속한 지속가능성 하락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치매 발병 이후 증상 악화 속도를 낮추는 다양한 방안을 도입할 경우, 중증도 치매에 도달하는 시기를 늦출 수 있고, 인구 고령화 속도 대비 중증도 치매환자 발생 속도를 낮출 수 있다고 보고서는 언급했다.
또한 주거 장소 및 지역 등 치매환자가 생활하는 공간에서의 자립생활 지원을 강화하면, 중증도 환자의 시설 입소 필요성을 낮출 수 있어 시설 입소 환자 수의 급증을 억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정책추진과제는 총 16가지로 구분된다. 첫 번째 전략인 ‘치매증상 지연을 위한 효과적 관리’를 위해서는 △디지털 치료제 개발 △인지중재치료 연구 △증상지연 프로그램 참여의 제도화 △인지중재치료의 신기술인증 확보 지원 등을 추진과제로 언급했다.
디지털 치료제는 전통적인 치료제를 보완하거나 대체하는 질병 예방, 관리 및 치료 목적의 디지털 기기다. 전통적인 의약품이나 치료제와 물리적인 형태가 다른 소프트웨어지만, 치료효과를 가진다는 점에서 기존 디지털 서비스와 차별화되고 있다.
실제로 치매 디지털 치료제 최초로 미국 FDA의 승인을 받은 ‘DTHR-ALZ’는 환자가 과거 경험을 상기할 수 있도록 사진이나 음악 등을 보여주는 화상치료(기억회상요법)를 디지털화 한 알츠하이머 개인맞춤 치료 프로그램이다. AI에 기반해 회상치료 시 환자 표정 변화를 탐지하고 사진, 음악 등의 자료를 최적화 해 출력물을 선택한다.
두 번째 전략인 ‘환자 일상안전‧편의 증진을 위한 재가 돌봄 기반 강화’에 대해서는 △지능형 환자맞춤 돌봄정보 서비스 개발‧운영 △로봇‧AI 등 인지능력 보조 및 생활지원 기술개발 △노인주거공간 관리를 위한 법제도 마련 △환자 일상생활 안전 및 돌봄부담 경감을 위한 제도적 보완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공지능 대화 로봇, 맞춤형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제공 AI 기술, 환자 숙면유도기술 등 로봇‧AI 등을 통해 치매환자의 고독감, 우울감, 수면장애 등 심리적 불안 완화를 위한 케어기술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노인 주거공간 관리를 위해서는 2016년 서울시가 ‘인지건강 주거환경 가이드북’, 2018년 치매안심센터가 ‘치매환자의 낙상방지를 위한 주거환경 만들기’ 등 가이드라인을 제작‧배포한 바 있다.
환자 자립생활을 위해서는 주거공간 개선이 필수적인 만큼 고령자 등 취약계층 대상으로 적용 중인 주거지원을 참고해, 초기 치매환자 대상으로 특화사업을 운영하거나, 환자 자립생활 여건을 갖춘 신축‧개조주택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란 분석이다.
또 고령자 대상 금융상품 판매지침을 구체화 해 금융사기를 막고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세 번째 전략인 ‘치매서비스 실효성 강화를 위한 스마트 관리지원체계 구축’을 위해서는 △환자데이터 수집-연계-분석 등 통합관리체계 구축 △의료-돌봄 연계서비스 개발 연구 △유관기관 간 통합적 진단-치료-생활지원 연계프로세스 구축 △기술개발 성과의 현장적용을 위한 지원 확대 등을 추진과제로 꼽았다.
돌봄 경로를 기획하고 서비스 제공 과정 및 효과를 지속 관리하는 환자별 ‘케어매니저 제도(가칭)’를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국에서는 지역 보건의가 치매 케어의 매니저 또는 코디네이터인 GP(General Practitioner)로서 진단, 치료, 처방, 케어까지 모두 안내, 조정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우리나라도 중앙치매센터 소속의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 관련 분야 5년 이상 현장경험자가 일정기간 연수를 통해 통합서비스 기획‧관리 역량을 보유한 후 이와 같은 제도를 통해 치매환자를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 전략인 ‘치매수용성 제고를 위한 지역사회 환경 조성’을 위해서는 △D‧N‧A(data, Network, AI) 기반 치매 간접체험 및 지역사회 돌봄 교육프로그램 개발 △치매환자 스마트홈, 지역사회 서비스 플랫폼 개발 및 시범 제공 △커뮤니티케어 기반 강화 △대국민 인식개선 및 교육‧홍보 확산을 추진 과제로 언급했다.
이승규 과학기술기획평가원 사회혁신정책센터장은 “치매환자의 자립생활 기간연장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정책수단에 대한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관계부처 간 협력체계 구축과 핵심기술 개발을 위한 전략적 연구개발 추진은 치매환자 자립생활 기간연장을 위한 출발점”이라고 전했다.
이어 “치매관리 시스템 전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핵심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과 치매 관련 최상위 정책 및 시민사회의 인식 변화가 연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