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공급·구매체계 개선 방안으로 다시 언급된 '보험자 입찰제'에 대해 제약업계와 유통(도매)업계가 한목소리로 우려를 표명했다.
보험자의 구매 영향력이 강해지는 것이 정말 의약품 유통 투명화를 이룰 수 있는지, 부작용에 대한 검토가 충분히 이뤄졌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약업닷컴은 지난 20일 국민보험공단이 백범김구회관에서 개최한 '의약품 공급 및 구매체계 개선방안 토론회'를 '의약품 보험자 입찰제' 중심으로 정리했다.
이날 HnL 법률사무소 박성민 변호사는 발제를 통해 의약품 공급체계 개선을 위한 방안 중 하나로 '보험자 입찰제'를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앞선 연구들을 통해 보험자 입찰제가 의약품 가격 인하로 인한 약제비 절감과 함께 거래 투명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어 중장기적으로 추구돼야할 아젠다로 제안된바 있다"며 "지속적인 공급능력, 좋은 가격·품질의 의약품을 공급하는 제약사가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입찰과정에서 가격인하를 통해 보험재정을 절감하고, 낙찰된 의약품의 판매량 증가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
또한 박 변호사는 "현재 구조에서 발생하는 리베이트를 보험자와 환자가 제공받고, 보험자가 받은 이익이 간접적으로 환자에게 이익이 되는 구조로의 개선을 이룰 수 있다"고 덧붙였다.
외국의 경우, 뉴질랜드, 독일, 덴마크, 네델란드, 스페인 안달루시아에서 외래 처방의약품 중 제네릭 의약품을 대상으로 입찰제를 시행해 약가 인하를 통한 보험 약제비 절감과 의약품 거래 투명성을 향상시켰다고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이와 함께 기존 운영국가에서는 법적분쟁과 풍선효과, 의약품 공급 불안정 등 현상이 이뤄졌다는 점도 함께 짚었다.
박 변호사는 "벨기에서는 낙찰이 된 업체와 그렇지 않은 업체 간의 차이가 법적으로 명확하지 않아 분쟁이 제기됐고, 스페인 안달루시아에서는 위헌 소송이 제기되기도 했다"며 "입찰 시행 성분에서 약제비 절감이 있었으나 동일 계열 타성분 처방이 증가하는 풍선효과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의약품 공급불안정과 관련해서는 "네델란드에서는 품절 사례가 있었고, 일부에서는 입찰제 도입 후 제약기업이나 제품이 시장에서 퇴출되기도 했다"면서 "덴마크의 경우 제약사· 도매상이 입찰 의약품 공급 문제 발생을 보고하면 시스템적으로 다음으로 낮은 가격의 제품을 백업하는 기전으로 품절 사태를 막은 사례도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이혜재 우석대 약학과 교수는 "의약품 구조적 개선방안 보험자 입찰제도에 솔깃했다"며 "예전부터 검토돼 왔던 제도로, 도입을 위해서는 상당히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전제했다.
이 교수는 "입찰제를 도입하면 현재 다수 제약사가 같은 약제를 등재하고 있는 보험약제 목록의 효율적 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도 "제도 도입을 위해서는 제네릭 목록 관리를 성분별로 해서 하나의 약가만 인정하고, 프리미엄을 원하면 참조가격제 도입해서 가격은 본인부담금 적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제약·유통업계 패널에서는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가 잇따랐다.
김준수 한국글로벌의약협회(KRPIA) 정책위원장은 "지금 의약품 유통 구조는 선별등재제도·단일보험자에 대한 건강보험제도·유통일원화·실거래가 상환제로 구성된 정책의 산물"이라며 "보험자가 직접 개입하는 의약품 입찰제로 유통투명화를 이룰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 정책위원장은 "선별등재 제도 하에 비용효과가 있는 의약품을 등재한다고 하는데, 제네릭은 그렇게 엄격하지 않은 상황으로, (입찰제 도입 시) 품질경쟁이 아닌 품질을 더 낮출 수 있다"면서 "제네릭 불신이 해소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더 심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기호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약가제도전문위원회 전문위원은 "입찰지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는데, 앞선 발표에서 R&D 감소, 의약품 공급불안정, 풍선효과 등이 언급돼 있다"면서 "입찰제를 고민하려면 부작용에 대해서도 반드시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김 전문위원은 "또한 외국과 우리의 보건의료·보험체계 서로 다른 상황에서 얻을 수 있는 입찰제 효과가 과연 같은지/다른지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덕중 한국의약품유통협회 상근부회장은 보다 직접적으로 "보험자 입찰제는 근본적으로 매우 위험한 방법"이라며 "보험자는 약값을 내기 때문에 시장에서 어떻게든 영향을 강화하려 하겠지만,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 든다"라고 반대했다.
김 부회장은 "일부 국가에서 입찰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의료체계나 구조가 달라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면서 "의약품 선택은 의료인이 할 수밖에 없는 특성이 있는데, 입찰제는 의료인 선택권을 빼앗는 셈이라 조정이 필요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입찰제는 의약품 선택권을 보험자에게 돌리는 것에 불과하다"며 "의학적 전문성이 떨어지는 보험자가 선택하면 결국 가격에 의해 약을 선택하게 돼 공급자 의약품 품질 노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시장특성상 도입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