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가 전세계에 퍼져나가 각국에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중 국가 봉쇄조치에 대해 국회에서 조사한 결과, 바이러스 확산 억제에는 효과적이나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어 이를 함께 고려한 대응방안이 필요하다고 제기됐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24일 '코로나19 확산 억제를 위한 봉쇄조치 실시 현황 및 시사점(이재윤 재정경제팀장)'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의 코로나19 대응팀은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기 위한 비약물적 조치(Non-Pharmaceutical Interventions)로 바이러스 발병 초기에 다양한 조치를 동시에 도입할 것을 권고 하고 있다.
실제 많은 나라들이 자국 및 주변국의 코로나19 감염자 수 및 증가 속도, 의료여건 등을
고려하여 국경폐쇄 및 입국제한, 휴교, 외출제한, 사업장 폐쇄와 같은 봉쇄조치를 결합하여 시행하고 있다.
반면, 영국은 초기에 '집단면역' 정책을 추진했으나, 확진자와 사망자가 빠르게 증가함에 따라 봉쇄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우리나라는 초·중·고등학교의 3월 개학을 연기하고, 3월 22일부터는 종교·실내체육·유흥시설의 운영중단을 권고하는 등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수준의 봉쇄조치를 취했다. 반면, 이탈리아, 프랑스 등 많은 국가에서 외출을 제한하고, 위반시 벌금을 부과하는 등의 엄격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BBC에 따르면 73개국이 국가수준에서, 46개국은 지역 수준에서 이동제한 명령을 내렸고, 23개국에서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이동제한을 권고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은 광범위한 봉쇄조치로 인해 전 세계 인구의 절반(39억 명) 이상이 외부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고, 15억 7,960만명의 학생이 등교를 통한 정상적인 수업을 받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에 대한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상황에서 봉쇄조치는 바이러스 확산 억제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이러한 봉쇄조치의 바이러스 확산 예방 효과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때 보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억제책을 취하는 경우 코로나19 감염자 수를 최대 99.3%까지 줄일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Joel R Koo, 2020. 3. 23).
또한, 국립암센터 연구팀도 우리나라에서 진행중인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켜지지 않을 경우 확진자가 급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는 점 등을 볼 때 봉쇄조치가 바이러스 확산 억제에 효과가 있다고 할 것이다.
실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도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 이후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자 비율이 19.8%에서 6.1%로 낮아지고, 집단감염 사례도 63.6% 감소하는 등 바이러스에 대한 통제력이 더 높아진 것으로 평가한 바 있다.
그러나 입법조사처 보고서는 봉쇄조치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역시 고려해야 한다고 보았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은 직접적인 바이러스 감염보다 바이러스 확산을 억제하기 위한 봉쇄 조치에 의해 더 크게 영향을 받는다. 4월 23일 기준 코로나19 전 세계 확진자가 264만 명 수준이지만, 봉쇄조치의 영향을 받는 사람은 수 십억 명에 이르는 등 그 수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봉쇄조치로 인한 경제 충격의 크기는 봉쇄의 강도 및 기간에 따라 영향을 받는데, OECD12)는 강력한 봉쇄조치가 내려질 경우 1개월마다 GDP성장율이 2%p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3월 중순에 시작된 유럽, 미국 등의 봉쇄조치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경제에 미칠 충격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IMF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2020년 세계 경제성장률이 -3%에 그치고, 우리나라도 -1.2% 성장에 머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민간소비(-6.4%)와 수출(-2.0%) 감소 등의 영향으로 인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1.4%(속보치)에 그쳤다. 통계청의 '고용동향' 자료에 따르면 3월 취업자 수가 전월 대비 19.5만 명 감소하고, 임시·일용직 일자리는 59.3만개나 줄어드는 등 고용 여건이 악화되고 있고, 서울시 빅데이터 자료에서도 신용카드 사용액이 전년 대비 14.7% 감소해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들은 이미 상당한 수준의 경제적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많은 국가에서 휴교, 이동제한 등의 봉쇄조치를 취하고 있으나, 봉쇄조치가 코로나19 확산 억제 및 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세부적인 분석이 충분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대부분의 국가가 바이러스 확산 억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고, 경제적 충격 등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급박하게 봉쇄조치를 취한 것이다.
그런데, 올해 겨울에 코로나19가 재유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고, 향후 다른 감염병이 확산해 우리나라에서도 봉쇄조치를 취해야 할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세계 각국에서 시행중인 봉쇄조치가 바이러스 확산 억제 및 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감염병 확산을 억제할 수 있는 최적의 정책조합을 찾아야 할 것이다. 또한, 이를 토대로 '감염병 재난 위기관리 표준매뉴얼'에 우리나라의 봉쇄조치 실시 기준을 마련해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사태 발생 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봉쇄조치가 '코로나19 확산 억제'라는 목적 달성에는 기여하고 있으나, 비정규직근로자, 소상공인 및 기업 등에 유동성 위기와 같은 경제적인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이들의 경제적 충격을 줄여줄 수있는 방안에 대한 검토도 함께 이뤄져야 하는 상황에서 미국과 아일랜드가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해 '긴급실업수당제도'를 한시적으로 도입해 자영업자, 프리랜서 등에게 수당을 지급하는 것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해당 수당이 봉쇄조치로 인한 피해와 직접적인 연관성을 갖는 것은 아니지만, 간접적인 소득 보조를 통해 피해를 입은 자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봉쇄조치가 길어져 경제적 손실이 커질 경우 봉쇄 조치에 대한 호응도를 떨어뜨리고, 시민들의 직접적인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봉쇄조치로 인해 피해가 예상되는 자에 대한 지원방안도 함께 마련해야 할 것이다.
많은 국가에서 봉쇄조치를 취하고 있으나, 국가별 의료시스템의 역량에 따라 인명피해 규모가 차이 나고 있다.
의료역량 강화를 위한 투자 확대도 필요하다고 보았다.
이탈리아, 스페인과 같이 국가의 재정여건이 좋지 않아 의료시스템에 대한 투자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나라의 피해가 큰 반면, 상대적으로 의료여건이 양호한 독일, 오스트리아 등의 피해는 작게 나타나고 있다.
감염자를 신속하게 치료할 경우 감염에 대한 통제도 빨라 봉쇄기간도 단축할 수 있어 경제적 충격을 작게 할 수 있다. 감염병 위기 시 충분한 의료역량이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의료시스템의 수용능력을 확충하고, 의료 인력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를 보다 확대할 필요가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유럽 및 미국 등에서 봉쇄조치 완화에 대한 요구가 분출하고 있으나, WHO는 급격한 봉쇄조치 완화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며 "초기 코로나19 방역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되던 싱가포르가 봉쇄조치 완화 후 감염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코로나19에 대한 통제 가능성'이 봉쇄조치 완화 논의에 있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각 국에서 시행중인 봉쇄조치의 바이러스 확산 억제 효과 및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해 경제에 부담이 적고 감염예방 효과는 큰 최적의 정책조합을 찾아야 한다"면서 "봉쇄조치 실시 기준을 매뉴얼에 규정해 감염병 확산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봉쇄조치로 인해 피해를 입는 자에 대한 지원방안도 함께 마련해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