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인재 유치 최대장벽 ‘연구·고용·거주여건 격차’
KISTEP, 재외한인과학기술인 인식조사…전략적 인재 유치 등 필요
김정일 기자 jikim@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0-01-28 06:00   수정 2020.01.28 06:11
재외한인 과학기술인들이 현 거주국과의 연구·고용·거주여건 격차를 국내 복귀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AI 등 부족 분야에 대한 전략적 인재 유치, 글로벌 한인과학기술인 네크워크 구축, 국제공동연구 프로젝트 지원 등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이원홍 연구위원(인재정책센터)·이정재 센터장(인재정책센터), 정보통신기획평가원 강현주 선임연구원(R&D혁신팀)은 최근 ‘재외한인과학기술인의 해외 유출입 인식 조사’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우리나라와 현 거주국 간 수준 격차에 대한 인식이 국내 우수 인재를 유출시키고 재외한인과학기술인의 국내 유입을 막는 주요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반적으로 ‘연구수준’과 ‘연구문화’, ‘연구몰입도’, ‘연구의 자율성/독립성’ 등 ‘연구여건’ 관련 항목에서 우리나라가 글로벌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복귀를 원하는 경우에도 ‘가족과의 생활’이나 ‘국내 발전에 이바지’ 등이 주된 복귀 이유였으며 ‘국내 연구진이 관련 분야를 선도’하고 있기에 복귀하겠다는 응답은 매우 작은 비중(5% 내외)을 차지했다.

이에 따라 재외한인과학기술인의 국내 유입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관련 인식의 개선과 더불어 그들의 수요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정책수단을 고안할 필요가 있으며, 국내 우수 연구실 및 관련 연구실적에 대한 정보 제공(뉴스레터 등)을 강화하는 등 재외한인과학기술인의 국내 연구수준에 대한 인식을 개선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상당수의 응답자들이 향후 국내에서 활동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으나, 질 좋은 일자리의 부족으로 국내 복귀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난 만큼 재외한인과학기술인 대상 국내 일자리 상세 정보를 제공해 국내 취업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구직자-구인자 일자리 매칭 플랫폼을 구축해 자발적 매칭·채용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여기에 신진 및 중견연구자의 중단기 유치·활용에만 그치지 않고 국내 정규직으로의 취업 지원 확대 또는 후속 사업과의 연계 등을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장기 정주 및 영구 복귀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재외한인과학기술인의 상황·조건에 따른 유연한 지원 체계 마련 및 정주 여건의 개선도 필요하다며 현 소속기관, 연령대, 자녀유무 등에 처한 상황에 따라 선호하는 체류 기간, 지원요구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맞춤형으로 인재를 유치하고 활용할 수 있는 보다 유연한 지원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

해외인력을 대상으로 연구몰입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지원 절차, 제출 서류 등 행정처리를 간소화하고 과도한 평가를 줄일 필요가 있으며 우수인력이 국내 복귀시 자녀교육, 거주 문제 등 걸림돌이 되는 요인을 극복할 수 있도록 정주 지원 및 관련 혜택을 강화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상당수의 재외한인과학자들은 국내 일자리가 이미 포화상태인 대학이나 국공립연구소로의 취업을 선호하고 있는 만큼 국내 우수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AI 등 신산업 분야 또는 국가 차원에서 우선적으로 육성해야 할 미래 전략분야를 중심으로 해외 우수 박사급 연구인력을 유치하는 전략적 인재 유치 방안이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두뇌순환의 관점에서 재외한인과학기술인의 역량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의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노동력의 이동성과 해외정주의 용이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우수 인적 자원의 자유로운 이동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점점 자리 잡고 있는 중으로, 일방향적인 인재 유치 관점을 넘어서 해외 현지 인력들을 활용해 국내의 성과로 이어지게 하는 등 재외한인과학기술인에 대한 새로운 활용전략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것.

해외에 진출해 있는 재외한인과학기술인을 우리나라의 주요 인적자원으로 관리(외부경제) 하고 현지에서 이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체계 구축이 필요하며, 보다 구체적으로는 정기적인 세미나 등 네트워킹 활동을 통해 현지의 우수 한인과학기술인력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관리하고 국내 기업·대학과의 국제공동연구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방안 등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궁극적으로는 글로벌 수준의 연구환경을 구축해 우리나라에서 재외한인과학자를 포함한 해외 과학기술인재가 자연스럽게 모여 활동하고 혁신과 아이디어가 지속적으로 유입·활용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외한인 박사과정·박사후과정생 “연구여건 격차 크다”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진학 시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인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현 거주국의 수준이 국내 수준보다 높은 것으로 인식했다. 특히 ‘교수진의 연구수준’, ‘연구문화’, ‘지식습득 용이성’ 등 연구와 밀접하게 관련 있는 항목들은 중요도도 높으면서 국내외 수준차이가 매우 큰 것으로 인식했다. ‘생활환경’이나 ‘학위 취득 소요 시간’ 등은 국내·외 차이가 크지 않으나 진학 시 크게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 영향 요인에 대해서는 ‘연구의 자율성/독립성’, ‘연구몰입 환경’, ‘전공지식 활용가능성’ 등 ‘연구여건’ 영역 내 대부분의 항목이 중요도가 높으며 우리나라와 현 거주국의 수준 차이가 크다고 인식했다.

‘고용안정성’과 ‘승진/발전 기회’는 중요하나 국내와 현 거주국과의 차이가 크지 않은 것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주거환경’과 ‘사회적 지위’는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낮았고 우리나라와 현 거주국과의 수준 차이도 크지 않은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해외 거주 중인 한인 박사과정생 및 박사후과정 연구원의 52.4%가 대학 취업을 희망했고, 이어 국공립연구소 28.6%, 대기업 15.1%, 벤처·중소기업 1.6%로 나타났다.

이중 화학·생명공학 전공자들의 취업 희망 직종은 대학 61.2%, 국공립연구소 17.9%, 대기업 14.9%, 벤처·중소기업 1.5% 등이었다.

박사과정생은 국내 복귀 계획이 있는 경우 대학(54.1%)과 국공립연구소(40.5%)를, 복귀 계획이 없는 경우 대학(41.2%)과 대기업(29.4%)을 보다 선호했다. 국내 복귀 계획이 있는 박사후과정 연구원의 경우 대학으로 취업을 희망하는 비중이 69.2%로 매우 크게 나타났다.

국내로 복귀하고자 하는 이유로는 ‘가족과 가까이 살고 싶어서’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국내 과학기술발전에 기여하기 위해서’, ‘안정적인 직장을 얻기 위해서’라는 응답이 그 뒤를 이었다. 박사과정생의 경우 병역의무 이행을 위해 국내 복귀를 고려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중도 16.2%로 작지 않은 수준이었다.

복귀 시 예상되는 애로사항으로는 ‘질 좋은 일자리의 부족’이 절반 이상의 큰 비중을 차지했고 ‘취업 관련 상세 정보 부족’, ‘초기 정착비 부담’ 등도 애로사항으로 조사됐다.

국내 복귀 계획이 없거나 미정인 박사과정/박사후과정은 ‘연봉 수준 향상’, ‘연구의 자율성/독립성 보장’, ‘일자리 확대’ 등의 지원이 있다면 복귀를 검토하겠다고 응답했다.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연봉수준향상(24.2%)’, ‘자녀교육지원(15.2%)’ 등 생활과 관련된 부분의 지원에 대한 수요가, 자녀가 없는 경우에는 ‘연봉수준향상(22.0%)’과 더불어 ‘연구의 자율성/독립성(18.3%)’, ‘연구비지원확대(9.8%)’ 등 연구와 관련된 지원에 대한 수요가 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외한인 재직자 고용여건·거주여건 중시

재외 한인 재직자가 취업 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은 ‘급여 및 복리후생(4.55점)’, ‘고용안정성(4.55점)’ 등 고용여건 관련 요인으로 나타났다.

연구여건 뿐 아니라 ‘주거 환경(4.15)’, ‘자녀 교육 환경(4.13)’ 등 거주여건도 4점 이상으로 상당히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사과정/박사후과정이 취업 시 ‘연구여건’ 관련 항목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것과는 달리, 재직자는 ‘고용여건’과 ‘거주여건’을 매우 중요하게 고려했다.


재외 한인 재직자들은 박사(후)과정과 마찬가지로 향후 취업 시 고려되는 대부분의 요인에서 국내 수준보다 현 거주국의 수준이 우위에 있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구의 자율성/독립성(4.34)’, ‘우수 과학자와의 교류 및 협력(4.32)’, ‘연구몰입 환경(4.29)’ 등 ‘연구여건’ 내 요인들에서 우리나라와 현 거주국의 차이가 크다고 인식했으며, 국내·외 수준 차이가 가장 크다고 응답한 요인은 ‘자녀 교육 환경(4.39)’으로 재직자에게는 자녀 교육 환경이 우리나라로의 유입에 있어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해외 거주중인 한인 재직자 중 절반 이상(52.7%)이 영구적(5년 이상)으로 국내에 복귀할 계획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소속기관별로는 국공립연구소와 기업에 근무하는 한인 박사인력은 국내 복귀 의향이 각각 56.3%와 57.1%로 절반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대학에 근무하고 있는 인력은 국내 복귀 의향이 50%로 조사됐다.

한국으로 복귀 계획이 있는 재직자가 희망하는 직장 유형으로는 대학이 56.7%로 가장 많았고, 국공립연구소(24.7%), 대기업(9.3%) 순이었다.

이들은 박사과정/박사후과정과 유사하게 ‘가족과 가까이 살고 싶어서’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국내 과학기술발전에 기여하기 위해서’, ‘안정적인 직장을 얻기 위해서’라는 응답이 그 뒤를 이었다.


복귀 시 예상되는 애로사항은 ‘질 좋은 일자리의 부족’이 48.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가족 이주 문제(21.6%)’와 ‘초기 정착비 부담(20.6%)’도 주요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해외 재직자의 80% 이상이 ‘한국 내의 세미나 특강 참석, 발표, 자문’, ‘한국에서 개최되는 학회 참석 및 발표’ 등 단기 교류 프로그램에 참여의향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한국 기관과의 프로젝트 공동참여’ 등 중장기 협력 프로젝트의 참여에도 큰 관심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댓글 0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