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약사회가 10여년 동안 준비해온 '전문약사 법제화'가 법률안 공개로 의미 있는 '첫걸음마'를 떼었다.
다만 인력·인식제고 문제 등 해결 과제가 많아 약사법 개정 가시화까지는 긴 여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6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환자안전을 위한 전문약사의 역할 토론회(전혜숙 의원 주최, 한국병원약사회 주관)' 패널토론에서는 이 같은 인식들이 공유됐다.
토론회에서 긍정적인 부분은 '전문 약사 필요성'의 공감대로, 환자 약물안전 측면에서의 장점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한국QI간호사회 김문숙 대회협력이사는 "중환자실은 다학제간 협업에 대한 현실적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내과병동은 물론 신장내과, 감염내과 등 병원에서 약사들이 수가 없이 봉사하고있는데 그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이사는 "입원·재입원·퇴원 환자의 약력관리와 약물 부작용 관리, 약물 부작용 관리, 용량 검토 등 그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노인 역시 이상반응이 일반환자보다 훨씬 많은 취약층으로, 임상적 이득과 부작용 사이에서 효과적 투약을 결정할 때 약사의 의사결정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도 "전문약사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좀더 빨리 제도화 됐다면 이전에 발생했던 상당수 약물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법 개정으로 가기 전까지 고려해야 할 여러 문제가 확인됐다.
대한병원협회 서진수 보험위원장은 "전문약사 니즈(Needs)는 분명히 존재하고, 병원약사회가 많은 노력을 통해 기본여건을 갖추고 있다"면서도 "병원계 공감대 형성과 원활한 추진을 위한 병원 약사인력난 해소 방안이 함께 검토·제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약사의 약국 쏠림 현상으로 병원 약사 법정 기준 미충족이 계속되고 있고, 중소병원은 여전히 약사인력 확보에 어려움이 있는 가운데, 마약류 취급 의무보고, 의약품 안전관리 강화(인증제도) 등 약사 업무량이 지속 증가해 병원 약사 인력난이 계속된다는 우려이다.
안기종 대표도 "전문약사를 병원에 투입하기에 약사인력이 충분할지는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인력문제로 간호사와 레지던트 등이 하고 있는 입원환자 약력관리 이상의 역할을 전문약사가 정말 할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더 필요한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안 대표는 "돈에 관한 문제도 중요하다. 전문약사가 도입돼 더 많은 수가를 주게 된다면 그 정도의 약료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을지, 국민이 서비스를 제공받고 돈을 더 낼 수 있는 공감대가 형성될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한약사회 박인춘 부회장은 "전문약사제도 도입에 필요한 최소 인력확보는 됐다고 본다"며 "인력수급 문제는 약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의사, 간호사에게도 해당되는 큰 아젠다"라고 반박했다.
다만 "더 나아간다면 전문약사제도가 약사 전체를 아우를 제도라고 생각하고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여지를 두면서 약사회 법안참여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 정재호 서기관
<사진>은 "정부 입장에서 전문약사 필요에 대한 방향성은 공감한다"면서도 "법제화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언제, 어떻게, 어떤 분야 범위를 정해서 갈지, 얽힌 이해 당사자 간 문제를 다각적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전제했다.
특히 "전문약사제도 도입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제정됐는데 사문화되는 법도 많은 만큼, 안정성·효용성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서기관은 "병원 내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음에도 환자나 보호자들이 약사의 역할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법으로 제도화가 되면 알 수도 있겠으나, 현 상황에서는 인지도·인식도를 먼저 올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재호 서기관은 "병원약사회에서 지침이 될 여러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는데, 입법에 있어 좋은 토대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면서도 "법은 누구에게나 공통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표준화가 필요하다. 병원내에서 국한해 논의할 것이 아니라 만성질환자에 대한 처방전 검토 등 역할을 하는 지역약사의 역할까지 고려야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