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이행 이슈로 포함돼 10월 31일 공표 예정이었던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제도' 개정 초안이 잠정 연기됐다.
복지부는 올해 안에 개정안을 시행한다는 입장이지만, '시행일자'보다 '내용'에 초점이 맞춰진 만큼 시행시기는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된다.
2일 복지부 보험약제과 관계자는 전문기자협의회를 통해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우대제도 개정안 초안을 공표했어야 하지만, 아직 좀더 검토 중"이라며 "구체적인 공표 일정도 구체적으로 밝힐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한미 양국은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미국 측이 주장해왔던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제도'를 개정키로 하고, 우리 정부 측에서 10월 말까지 개정 초안을 입안해, 올해 12월 31일 전까지 개정을 이행키로 합의했다.
그러나 초안 공개 시점이 지났음에도 별다른 발표 없이 지연됐는데, 개정안 공고 연기가 한-미 양측 협의없이 불가한 만큼 일방적이기보다 추가검토 요인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예를 들어, 초안 작성 과정에서 한국 측에서 양해를 구했을 가능성도, 미국 측에서 한국안에 대해 반발했을 가능성도 있으나 현재까지 확실하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 관계자는 초안 공표 연기 사유에 대해 "워낙 예민한 사안이라 세부적인 이야기를 할 수 없다"고 말을 아끼면서 "일정도 중요하지만 내용도 중요하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개정안 방향성과 관련해서는 "양국간 협정문에 합치하고 당초 약가제도 취지에도 부합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라며 "어찌됐든 양국간 협의대로 올해 안에 개선안을 마련해 시행한다는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며 원론적 입장을 강조했다.
다만, 복지부 뿐 아니라 미국 측에서도 시기보다는 내용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다는 후문이 있는 만큼 시행시기가 다소 늦춰질 수 있다는 예측도 함께 나오고 있다.
'글로벌 혁신약가우대제도'는 2016년 7월 발표된 제도로 △국내에서 세계 최초 허가를 받거나 국내 전공정 생산, 국내외 기업간 공동계약 개발 △혁신형 제약기업 또는 R&D 투자비율이 혁신형 제약기업 평균 이상 또는 3년 이상 국내외 기업간 개방형 혁신에 기반한 연구개발 투자 성과 창출 △국내에서 임상 1상 이상 수행 등 3가지 조건을 만족할 경우 혜택을 주고 있다.
이에 대해 다국적 제약사들은 지속적으로 역차별 정책이라고 강하게 반발해 왔다. 국내 개발 신약은 온전히 제도 적용을 받을 수 있는 반면, 글로벌 도입신약은 현실적으로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사회적으로 도움이 되는 신약을 개발하면서도 정작 한국에 대한 기여도가 낮아 한국 내 '혁신신약' 요건에 부합되지 않고, 이에 따른 가치도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
특히 올해 2월에는 미국제약협회까지 나서서 미국 무역대표부 측에 최고 수준의 무역제재를 가해달라는 요청까지 했던 것으로 알려져 이번 FTA에서도 중점 이슈로 부각됐다.
지난 10월 19일 국정감사에서는 정의당 윤소하 의원을 통해 다국적사가 개정안에 반영되길 의견(안)이 공개되기도 했다.
다국적사 의견에서는 3가지 우대조건 중 '혁신형 제약기업 및 R&D 투자비율'에 대한 조건을 삭제하는 동시에 △새로운 약리기전을 가진 최소 3개 약제 △미국 FDA, 유럽 EMA 또는 식약처의 신속허가심사 대상 지정 약제 △국내에서 임상시험 진행약제 △환자지원 프로그램을 지원한 약제 중 2개를 만족하면 우대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대해 윤소하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의견 자체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과도한 요구여서 현실화 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면서도 "만약 협상이 실제 이러한 방향으로 진행된다면, 이는 건강보험의 막대한 재정 낭비와 함께 결론적으로 건강보험 재정에서 전체 약가의 비중을 고려할 때 국내 제약회사들의 피해도 함께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국내 제약업계 관계자들도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제도가 국내 신약개발을 독려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개정으로 인해 미국은 물론 다국적사 혁신신약 전반에 혜택을 부여할 수밖에 없어 외국 의약품의 약가 자체가 높아지는 등 제도 취지가 변질될 것이라는 불안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