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제약·바이오기업 ESG 경영 아직은 초기단계
해외 기업 녹색 채권 발행 추세…국내 기업 사회적책임 집중
김정일 기자 jikim@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2-03-29 06:00   수정 2022.03.29 22:39
해외 제약·바이오기업들은 ESG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한국바이오협회가 최근 미국 법무법인(Fenwick) 자료를 인용해 미국 상장 바이오기업 ESG 공개 대부분 시행 초기단계라고 밝혔다. 미국 상장 바이오기업 중 시총 13억 달러에서 46억 달러 사이 50개 기업에 대해 증권거래소 및 기업웹사이트 자료를 통해 조사한 결과 70%는 ESG에 대한 공개자료가 없었다.

또한 기업경영진 및 투자자 100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 향후 1년 이내 ESG의 중요도가 더 높아질 것이란 응답이 92%, 중요성에 변화가 없을 것이란 응답은 8%에 불과했다.

기업경영자들 대상으로 ESG 공개에 대한 변화 여부를 조사한 결과, 74%는 ESG 공개가 강화될 것으로, 26%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 응답했으며, 줄어들 것이란 응답은 없었다.

투자자 대상으로 바이오기업 투자 결정에 있어 ESG가 중요한 이유를 조사한 결과, 수요자로부터의 압박 증가, ESG 공개가 하나의 표준이 될 것이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많았다.

바이오기업들은 ESG 중에서 S(사회적책임)에 대한 자료 추적조사 및 조사계획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 E(친환경)는 천연자원, G(지배구조)는 데이터보안·CP 관련내용을 많이 고려 중이었다. 이는 인간의 권리, 다양성·형평성·포용, 임상시험안전성, 환자안전성, 신약접근성, 제품안전성, 직원안전 등이다.

해외 다국적제약사들은 투자자 및 소비자 요구 증가로 사회적책임(S)에 더해 의약품 생산에 따른 환경 영향 최소화(E)를 위해서도 다양한 시행 수립 및 투자하고 있었다.

다수 제약사들이 10년 이내 탄소중립 및 폐수배출 개선, 폐기물 저감 등을 주요이슈로 언급했고, 최근에는 지속가능성 및 친환경 경영을 위한 녹색 채권을 발행하는 추세다.

미국 암젠은 ESG 프레임 워크의 일부인 E(친환경) 목표 추진을 위해 지난 2월 약7억5천만 달러 규모의 녹색채권을 발행했으며 이를 녹색건물, 친환경 운영 및 제품 범주 프로젝트에 전체 또는 부분적으로 금액을 할당할 계획이다. 암젠은 2007년부터 환경중심 프로젝트를 구현하였고 ‘27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미국 Merck는 ESG 목표달성을 촉진하기 위해 지속가능성 채권을 최초로 발행했다. 우선순위 ESG 분야에서 프로젝트와 파트너십을 지원하고 유엔 지속가능성 개발 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다. 우선순위 ESG 분야는 의약품 및 백신, 감염성 질병연구 및 개발, 신재생에너지 발전, 에너지 효율 지출, 친환경 건물, 지속가능한 물 및 폐수 관리 등을 포함한다.

이스라엘 테바는 기후 및 의약품 접근과 관련된 지속가능성 연계 채권을 발행했다. 온실가스(GHG) 배출량을 25% 줄이고 저소득 및 중위 소득 국가(LMIC)의 환자를 위한 필수의약품에 대한 접근성을 150% 증가시키기 위해 가장 큰 규모의 50억 달러 규모 채권을 발행한 것이다.

스위스 노바티스는 의약품 접근성을 개선하고 건강문제 해결을 위해 지속가능성 연계 채권을 책정했다. ESG 일환으로 저소득 국가에서 의료 불평등을 해소하고 전체 공급망에 걸친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중 ESG 평가 A등급 업체는 10곳(한국기업지배구조원)으로, 상위사 중심으로 ESG 경영을 도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ESG 경영 방침을 공개한 국내 제약사들도 대부분 사회적 책임(S)에 집중하고 있고, 친환경 분야(E) 평가는 타산업에 비해 취약한 부분으로 나타나 친환경 요소를 반영한 경영전략 마련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국내 상위 기업들, 올해 ESG 경영 방향은

국내 상위 기업들은 ESG 경영에서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있을까?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달 발표한 매출액 상위 300대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담당자 대상 조사(86개 사 응답) 결과를 통해 상위 기업들의 ESG 경영 방향성을 살펴봤다.

전경련 조사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81.4%가 작년 대비 올해 ESG 사업규모(예산 및 인력기준)를 늘릴 것이라고 답했다. 응답기업의 18.6%는 ESG 사업규모를 전년 수준으로 유지할 것이라 답변했고, ESG 사업규모를 줄이겠다는 기업은 없었다.

ESG 위원회 설치 여부에 대해서는 응답기업의 88.4%가 설치(64%)했거나 설치할 예정(24.4%)이라고 답했다. 또한 응답기업의 82.6%는 ESG 전담부서를 이미 운영하고 있거나(71.0%) 설치 예정(11.6%)이라고 응답했다.

ESG 전담부서 구성원의 업무 경력 기간이 5년 이하인 기업의 비중이 93.3%에 달해 국내 기업들이 ESG 경험이 풍부한 전문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한 ESG 경영 애로요인으로는 ‘ESG에 대한 전문성 부족’(37.6%)과 ‘전문인력 미비’(10.8%)가 48.4%였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해 지난해 말부터 삼성, 현대차, SK, LG 등 주요 그룹에서는 ESG 전략·공시, 환경 분야 전문인력 채용이 이어지고 있다.

주요 기업들은 ESG 중 환경(67.4%)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사회(18.6%), 지배구조(14.0%) 순으로 조사됐다. 기업들은 환경분야 최우선 과제로 탄소배출량 감축(37.1%), 신재생에너지 활용(23.0%), 친환경 기술개발(13.5%) 등을 꼽았다. 실제로 이와 관련해 최근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계획 발표도 이어지고 있다. 현대제철은 4,400억 원 규모 친환경 설비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한화건설은 2030년까지 2GW 규모 이상의 풍력사업 개발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사회 분야 우선과제는 사업장 안전 ·보건 관리(35.6%), 공급망 ESG 리스크 관리(22.0%), 인권경영(12.7%), 노사관계(8.3%)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업들은 안전 분야 시스템 확충을 위해 노력 중이다. 롯데케미칼은 안전·환경 부문에 내년까지 총 5,000억원을 투자해 집중관리에 나선다. LG화학은 전 세계 사업장을 대상으로 환경·안전 분야 관리체계를 글로벌 스탠다드로 맞추는 매그놀리아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공급망 ESG 리스크 관리에도 적극적이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도 협력사에 ESG 컨설팅 등 ESG 리스크 관리 지원을 실행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82.6%가 이미 시행하고 있거나(40.7%), 시행할 예정(41.9%)이라고 응답했다. 반면 공급망 ESG 리스크 관리에 대기업이 적극 나서다가 자칫 갑질논란에 휘말릴 수 있어 조심스럽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전경련은 또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사회 이슈에 대한 ESG 담당자들의 인식을 조사했다. 주주대표소송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지나친 개입으로 기업경영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란 응답이 58.1%로 ‘통상적인 주주권 행사’란 응답(24.4%)의 두 배가 넘었다. 노동이사제 확산에 대한 인식을 묻는 질문에는 ‘도입반대’(46.5%) 또는 ‘시기상조’(33.7%)란 응답이 80.2%에 달했다.

ESG 관련 비재무정보 공시규제에 대해서는 72.1%가 ‘기업에 부담’이라고 응답했다. 오는 2025년부터 자산 2조 원 이상 코스피기업은 ESG 공시(지속가능경영보고서)가 의무화된다. 하지만 기업들은 일률적인 공시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 이유로는 ‘비재무정보 정량화가 어렵다’(42.9%), ‘공개의무항목 범위가 과도하다’(23.0%), ‘공시 전문인력이 부족하다(16.2%)’ 순으로 집계됐다.

국내 기업 ESG 경영 활성화를 위해 정부와 국회가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을 묻는 질문에서는 ‘감세·공제 등 세제지원 확대’(39.3%), ‘ESG 관련 규제 완화’(26.6%), ‘자금조달 등 금융지원 확대’(17.9%) 순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