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등 기업들의 ESG 리스크관리 방법을 통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ESG 경영에서 주안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전략 등을 살펴봤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해 발표한 ‘업종별 ESG 리스크 관리 1위 기업 사례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ESG 리스크 관리 세계 1등 기업의 비결은 전략·리스크·핵심이슈를 얼마나 시스템적으로 관리하는지에 있었다. 이들 기업의 특징으로 리스크 정의(Framework), 중요이슈 관리(Issue Management), 평가·이니셔티브 활용(Ratings), 조직설계(Structuring), 목표 구체화(Targeting) 등이 꼽혔다.
리스크 분야 구체적 정의·체계적 관리
리스크관리 프레임 워크를 확립해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기업도 눈에 띄었다. 세계 최대의 차량용 캐리어 전문 제작사인 툴레는 ESG 리스크를 △산업·시장 △지속가능성 △오퍼레이션(운영) △재무적 리스크 등 4개 카테고리로 분류한 관리 프레임워크를 적용하고 있다. 각 분야의 리스크 사항을 발굴하고 발생 가능성과 발생 시 충격 수준을 상·중·하로 나눠 사전에 분석하고 대비한다.
반도체 노광장비 분야의 세계적 기업 ASML(네덜란드)도 ESG 리스크 분야를 △전략·제품 △재무·보고 △파트너 △인적자원 △운영 △법·컴플라이언스의 6개 분야로 구분하고 분야마다 세부영역을 나눠 회사의 발생 가능 리스크에 대응하고 있다. 한편 ATM, 전자상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도의 바크레인지는 리스크위원회가 구성원 대상 정기 리스크 평가를 실시하고, 잠재적·현실적 리스크를 낮음·중간·높음으로 분류해 관리한다.
중요이슈 정의해 중점 관리
영국의 과학기술·법률 정보서비스 기업인 리드 엘제비어(RELX)는 ESG 핵심분야에서 체계적인 정책 명문화 및 연간목표를 수립·관리한다. 특히 해당 업종의 중요이슈인 ‘개인정보보호’ 분야는 보안사고 대응 준비 지속, 피싱 및 랜섬웨어 공격에 대한 복원력 향상 등 구체적 연간목표를 수립해 관리 중이며 전담부서도 운영하고 있다.
리드 엘제비어와 가정용품 분야 1위 기업인 독일의 헨켈은 밸류체인 전 과정의 ESG 이슈를 사전에 정의(유형화)하고 각 단계별로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특히 헨켈은 △성과 △건강·안전 △사회진보 등 중장기적으로 제고해야 할 세 가지 가치(value)와 △원료/폐기물 △에너지/기후 △물/폐수 등 줄여야 하는 세 가지 환경발자국(footprint)에 대한 밸류체인별 ESG 리스크와 기회를 정의해 관리하고 있다.
소프트웨어·서비스 분야 1위 기업인 바크레인지는 근로자, 비즈니스 파트너, 투자자, 공급업체, 소비자, 시민단체 등 이해관계자 카테고리를 10가지로 나눠 각각의 ESG 핵심이슈를 사전에 정의하고 관리하고 있다.
글로벌 ESG 평가·이니셔티브·인증 적극 활용
글로벌 1위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MSCI·서스테이널리틱스 평가, RE100·UN글로벌컴팩트·RBA 등 글로벌 이니셔티브 가입, ISO 등 국제인증제도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이들이 참여하는 글로벌 이니셔티브, ESG평가·지수만 50여개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1위 기업들은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공급망 관리 정책을 적극 실시하고 있었다. 섬유·의류 분야 1위 기업인 에르메스는 공급망 정책에 있어 환경사회 이슈를 포함해 품질 측면에서 가장 높은 기준을 적용한다고 밝히고 있다. 피혁제품, 향수에 사용되는 특정 원료 등을 사용하는 데 있어 멸종 위기에 처한 동·식물 종의 전 세계적 보호를 위한 워싱턴 협약(CITES) 등을 준수하며, 동물복지에 관한 규제, 식용 가축에 대한 건강 규제(요건) 등을 엄격히 준수하고 있다. ASML은 2011년 RBA에 가입한 이후 관련 커미트먼트를 적극 이행 중이다.
리스크 관리 조직 유기적 설계
바크레인지는 리스크관리위원회, 이해관계자위원회, ESG위원회, 온실가스감축전략위원회 등 관련 위원회만 여덟 개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또 인적자원에 대한 정기적인 리스크 평가도 실시해 구성원의 잠재적 리스크까지 관리하고 있다.
반도체 기업 ASML도 거버넌스 차원에서 이사회, 감사위원회, 리스크위원회, 공시위원회, 내부통제위원회 등에 각각의 역할을 규정하고 유기적으로 ESG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다. 내구소비재 리스크 관리 1위 기업인 툴레는 이사회에 지속가능성 목표 수립과 이행이 최종책임이 있다고 관련 규정에 명시하고 있다. 또 경영진이 그 진척사항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한다.
지속가능전략 이행 목표 수치화·구체화
에르메스는 구체적인 중장기 지속가능전략 커미트먼트를 설정해 관리하는 점이 특징적이다. 에르메스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50% 감축(기준연도 2018년) △2025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사용 △산업용수 사용 강도 매년 5% 감소 △생물다양성 영향분석 실시 △자원·폐기물에 대한 친환경 솔루션 등 혁신 이행 △화석연료 사용 신규투자 금지 등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한 전략을 수립하고 이행현황을 매년 점검한다.
지속가능 전략의 수립·점검 시스템과 관련해 제약 분야 1위인 일루미나는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수치화해 관리하고 있다.
이밖에 사회문제를 기업의 문제로 판단해 적극 고민하고 사내 정책을 개발하는 사례도 눈에 띄었다. 헨켈은 반퇴직제도를 운영함으로써 인구통계학적 변화(demographic change)에 대한 기업 차원의 대응방안을 적극 모색 중이다. 반퇴직제란 근로자들의 원활한 은퇴 전환을 위한 제도로 정규직에서 바로 퇴직(정년)으로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과도기적으로 근무 시간을 줄이거나 파트 타임 등으로 전환(급여는 감소)하는 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