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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제약산업에서 바이오텍 인수·합병(M&A)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빅파마들은 항암제와 희귀질환, 비만·대사질환 등 차세대 치료 분야의 기술을 보유한 바이오텍을 중심으로 투자와 인수를 확대하고 있으며, 연구개발 전략도 자체 개발과 외부 혁신기술 확보를 병행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최근의 M&A 확대는 단순한 사업 규모 확장보다 향후 수년간 이어질 특허 만료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 성격이 강하다. 글로벌 제약업계에서는 다수의 블록버스터 의약품이 2030년 전후까지 순차적으로 시장독점권을 상실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기존 제품의 매출 감소를 대체할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가 연구개발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과 투자업계에서는 향후 특허 만료 위험에 노출되는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연간 매출 규모가 3,000억 달러를 웃돌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러한 규모는 개별 신약 개발만으로 단기간에 대체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평가되며, 글로벌 제약사들이 내부 연구개발뿐 아니라 외부 기술 확보를 적극 추진하는 배경으로도 거론된다.
글로벌 제약업계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특허절벽(Patent Cliff)'으로 설명하고 있다. 특허절벽은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나 독점권이 종료되면서 바이오시밀러와 제네릭 의약품의 시장 진입이 가능해지고, 이에 따라 기존 제품의 매출이 감소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매출 비중이 높은 글로벌 제약사일수록 특허 만료에 따른 영향도 커질 수 있어 후속 파이프라인 확보가 중요한 과제로 제시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미국 제약사 Merck & Co.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Keytruda)다. 키트루다는 글로벌 항암제 시장을 대표하는 품목으로 자리 잡았으며, 머크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핵심 제품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키트루다의 특허 만료 이후 바이오시밀러 경쟁이 본격화될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으며, 머크도 차세대 항암제와 신규 플랫폼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과 기술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BMS(Bristol Myers Squibb)와 화이자(Pfizer)가 공동 판매하는 항응고제 엘리퀴스(Eliquis) 역시 특허 만료가 예정된 대표적인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꼽힌다. 이 밖에도 종양, 면역질환, 희귀질환 분야의 주요 제품들이 향후 순차적으로 독점권 종료 시점을 맞이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글로벌 제약사들은 후속 성장동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허절벽에 대응하는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내부 연구개발 조직을 확대하고 후보물질을 자체 발굴하는 전략이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외부 혁신기술을 확보하는 오픈이노베이션이 연구개발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대학과 연구기관, 바이오벤처에서 개발된 기술을 공동연구나 기술이전, 전략적 투자, 기업 인수 등을 통해 확보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올해 글로벌 바이오·제약 M&A 시장에서도 확인된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바이오·제약 분야 M&A 규모는 약 840억 달러로 집계돼 지난해 같은 기간 약 444억 달러보다 크게 증가했다. 거래 규모와 건수가 모두 확대되면서 올해는 최근 수년 가운데 가장 활발한 M&A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근 거래의 특징은 대형 제약사 간 초대형 합병보다 혁신기술을 보유한 바이오텍 인수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빅파마들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바이오텍을 대상으로 플랫폼 기술과 초기 파이프라인을 확보하는 전략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가장 주목받은 사례 가운데 하나는 노바티스(Novartis)의 영국 바이오텍 마이릭스 바이오(Myricx Bio) 인수다. 노바티스는 최대 15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통해 항체약물접합체(ADC) 플랫폼을 확보하기로 했다. 계약은 선급금과 개발·허가 단계별 마일스톤 지급 방식으로 구성됐으며, 마이릭스 바이오가 보유한 차세대 ADC 기술을 노바티스의 항암 포트폴리오에 접목하는 것이 핵심이다.
노바티스는 이미 방사성의약품과 표적항암제를 핵심 사업으로 육성하고 있으며, 이번 거래를 통해 ADC 분야 경쟁력도 강화하게 됐다. 이번 계약은 허가 직전 제품을 확보하기보다 플랫폼 기술 자체를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도 최근 글로벌 제약사들의 투자 방향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미국의 버텍스 파마슈티컬스(Vertex Pharmaceuticals)도 희귀질환 및 내분비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크리네틱스 파마슈티컬스를 약 100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발표했다. 버텍스는 이번 거래를 통해 기존 낭포성섬유증 중심 사업을 확대하고 희귀질환과 내분비질환 분야의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하게 됐다.
최근 글로벌 제약사들의 투자 대상은 항암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비만·대사질환, 희귀질환, 면역질환, 방사성의약품, 세포·유전자치료제, RNA 기반 치료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 플랫폼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임상 3상 단계 후보물질보다 플랫폼 기술과 초기 파이프라인의 확장성을 중시하는 거래도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의 연구개발 전략 변화는 신약개발의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자체 연구개발만으로는 특허 만료에 따른 매출 공백을 단기간에 해소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외부 혁신기술 확보가 연구개발 전략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이어지는 다음 편에서는 최근 글로벌 빅파마들이 어떤 치료 분야와 기술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는지, 그리고 항체약물접합체(ADC), 비만 치료제, 희귀질환, 방사성의약품 등을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는 연구개발 전략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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