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프리카 대륙의 고질적인 보건 위기인 '말라리아 퇴치'를 위해 대한민국의 공적개발원조(ODA) 패러다임이 전면적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후변화와 치료제 내성 확산으로 아프리카의 보건 상황이 벼랑 끝에 몰린 가운데,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K-제약바이오 기술력을 일방적 원조가 아닌 현지 자립을 돕는 협력 모델로 풀어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26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상황실에서 '2026 한-아프리카 외교장관회의'를 앞두고 시민사회 정책제안서 전달식이 개최됐다. 외교부와 국제보건애드보커시, 아프리카인사이트가 공동 주최한 이날 행사에는 정의혜 외교부 차관보를 비롯해 신풍제약, 래피젠 등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대표들과 글로벌 보건 시민사회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해 아프리카 보건 협력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이날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아프리카의 말라리아 사태가 특정 지역의 풍토병을 넘어,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책임지고 대응해야 할 '지구촌 생존 위협'으로 번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 세계 말라리아 환자는 약 2억 8200만명, 사망자는 61만명에 달한다. 이 중 감염의 94%, 사망자의 95%가 아프리카 대륙 한곳에 집중되어 있으며, 사망자의 70% 이상이 5세 미만 영유아와 임산부 등 가장 취약한 계층이다. 적절한 진단과 약물만 있으면 충분히 살릴 수 있는 생명들이 무방비로 스러지고 있는 셈이다.
사태를 최악으로 몰고 가는 핵심 원인은 기후위기와 약제 내성이다. 잦은 이상 기후로 모기 서식지가 넓어지면서 르완다의 경우 2024년 감염 케이스가 전년 대비 43.8%나 폭증했다. 과거 감염이 적었던 에티오피아와 마다가스카르의 고산지대까지 감염이 번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기존 1차 치료제인 아르테미시닌에 대한 부분 내성이 우간다 등 아프리카 전역으로 퍼져나가며 방역망을 통째로 무력화하고 있다.
반면 전 세계 방역을 주도해 온 미국과 영국 등 주요 선진 공여국의 재정 지원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국내 사정으로 정체된 상태다. WHO는 2025년까지 말라리아 통제에 연간 93억 달러가 필요하다고 추산했으나, 2024년 실제 조달액은 39억달러에 불과해 극심한 재원 공백이 빚어지고 있다.
이 같은 글로벌 보건 공백을 타개하기 위해 국제보건애드보커시 등 글로벌 시민사회 네트워크는 한국 정부에 정부·기업·시민사회가 융합된 삼자 협력 모델을 공식 제안했다.
무엇보다 K-제약바이오의 혁신 기술을 현장 밀착형 보건 ODA로 전환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판단이다. 이들은 비정부기구(NGO)의 현지 보건요원 교육망과 K-제약바이오의 차세대 치료제 및 진단키트를 묶어 예방부터 진단, 치료까지 전 주기를 아우르는 '현장 완결형 패키지'를 나이지리아, 우간다 등 고위험국에 서둘러 투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아울러 전력망이 전무한 오지에서도 전문가 수준의 검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인공지능(AI) 기반 온디바이스 진단기기를 집중 보급해 보건 형평성을 달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재원 집행에 어려움을 겪는 미국, 영국 등과 고위급 삼각 파트너십을 맺어 리더십 공백을 메우고, 아프리카 55개국 정상이 참여하는 '아프리카 말라리아 공동대응 연맹(ALMA)'과 긴밀히 연계해 가치 중심의 보건 외교를 제도화하자는 전략도 함께 제시됐다.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도 단가 경쟁에 치우친 국제 공공 조달 시장의 굳건한 벽에 부딪힌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안타까운 호소도 이어졌다.
신풍제약 유제만 대표는 이 문제가 단순한 조달 경쟁이 아닌 '치료제 내성'으로 인한 치명적인 생명 위기임을 짚었다.
유 대표는 "현재 널리 쓰이는 구형 약물은 광범위한 내성이 생겨 치료에 심각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으며, WHO 역시 이를 우려해 대체의약품으로 피라맥스를 공식 추천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성 탓에 기존 약물의 한계가 뚜렷함에도 글로벌 펀드 등의 최근 조달 예산 약 1억달러 중 80%가 여전히 저렴한 기존 약물에 집중 배정되어 있다"며 "피라맥스는 이윤을 최소화해도 단가가 다소 높아 배정 예산이 3~4%에 불과했고, 작년 공급량도 전체 환자의 4%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밝혔다.
유 대표는 “5세 미만 영유아들의 비극을 막기 위해 정부 ODA 사업이 혁신 신약 보급과 유기적으로 융합되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신풍제약은 차세대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를 개발해 WHO 사전적격성평가(PQ) 인증을 마쳤다.
말라리아 신속진단키트를 WHO PQ 최종 승인받은 래피젠의 신경섭 전무 역시 단방향 원조를 탈피한 근본적인 자립 지원을 제안했다.
신 전무는 "정확한 치료는 정확한 진단에서 출발한다"며 "대한민국 ODA를 통해 아프리카 각국의 국가 통제 프로그램에 우리 기업이 참여하고 현지 의료인에게 진단기기 개발 교육을 지원하는 한편, 궁극적으로는 자체 생산 시설 구축을 돕는 전주기 플랫폼 협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부는 이 같은 현장의 절박한 목소리와 정책 제안에 깊이 공감하며 전향적인 수용 의지를 내비쳤다.
정의혜 외교부 차관보는 "오늘날 외교는 정부만의 영역에 머물지 않고 시민사회와 기업 등 다양한 주체가 함께 만들어 가는 방향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전문성을 갖춘 시민사회의 역할에 깊은 경의를 표했다.
이어 "말라리아가 아프리카에 얼마나 치명적이고 심각한 위협인지 다시금 명확히 인식했다"며 "우리의 우수한 기술과 아프리카 현장의 경험을 결합한다면 양국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상생형 보건 협력 체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또한 “향후 정책 수립과 한-아프리카 협력 추진 과정에서 ODA와 혁신 기술을 연계하는 방안을 치열하게 고민하겠다”고 약속했다.
조경은 외교부 개발협력국 행정관은 "생명을 살리는 보건 ODA의 중요성을 통감하며 관련 예산 증액을 위해 국회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며 "매년 기업 간담회를 열어 현장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혁신 기술이 공공 보건 현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정책 지원을 모색하겠다"고 덧붙였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의 말라리아 퇴치 지원은 1달러 투자 시 60달러의 막대한 사회·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가장 확실한 원조 사업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이 거대한 경제적 논리보다 우선하는 것은 제때 약을 구하지 못해 생명을 잃어가는 영유아들을 살려내야 한다는 인류 공통의 책무다.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2026 한-아프리카 외교장관회의'가 K-제약바이오 기술을 통해 아프리카의 무너진 보건망을 재건하는 ‘행동하는 보건 연대’의 진정한 출발점이 되기를 국제사회는 기대하고 있다.
한편, 이번 시민사회 정책제안서에는 국제보건애드보커시가 대표 제안자로 참여했으며, CS4ME(말라리아 퇴치 전문 글로벌 시민사회 네트워크), 말라리아 CSO 플랫폼, ALMA(아프리카 55개국 정상 연맹) 등을 포함해 1,760여 개 기관과 750여 명의 개인이 속한 '글로벌 시민사회 7개 네트워크'가 공동 제안자로 힘을 보탰다. 아울러 K-바이오 4개 사와 다자 글로벌 보건기구 4곳이 협력 기반으로 동참해 민관 협력의 강력한 의지를 나타냈다.
|
|
|
|
| 01 | 모두가 자외선 차단제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 |
| 02 | 갈더마 여드름 젤 전문약->OTC 전환 FDA 승인 |
| 03 | [기업분석]LG생건 1Q 매출 1조5766억…전년比... |
| 04 | C-뷰티, K-뷰티 제조력·프랑스 원료망 타고 ... |
| 05 | [기업분석]제테마 1Q 영업·순손실 기록… 적... |
| 06 | 마케팅부터 스킨케어 효능까지… ‘밀착’에 집충 |
| 07 | 리제네론 유전성 난청 치료제 EU서 심사 스타트 |
| 08 | GLP-1 비만치료제 열풍..식약처 ‘NO', 오남... |
| 09 | “속도가 경쟁력”…식약처, 신약 허가심사 세... |
| 10 | 원조 넘어 상생으로… K-제약바이오 "아프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