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서 커지는 K-뷰티 존재감, 지재권 보호 '선택 아닌 필수'
온라인 유통 확대에 가품 우려 커져…디자인권 확보도 과제
박수연 기자 waterkite@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04-08 06:00   수정 2026.04.08 06:01

유럽 시장에서 K-뷰티 위상이 높아질수록 지식재산권 보호 중요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가품과 브랜드 도용 우려가 확산하면서 상표권을 넘어 디자인권까지 미리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화장품협회와 알리바바그룹, 유럽연합 지식재산청(EUIPO)은 7일 서울 강남구 트라디노이에서 ‘K-뷰티 기업을 위한 유럽 시장 지식재산권 보호 전략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유럽 진출 과정에서 마주할 수 있는 상표·디자인 침해 실태와 이에 따른 실무적인 방어 전략을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서울 강남구 트라디노이서 7일 열린 'K-뷰티 기업을 위한 유럽 시장 지식재산권 보호 전략 세미나'에서 축사하고 있는 주최측 관계자들.  (왼쪽부터) 대한화장품협회 연재호 부회장, 알리바바 대니얼 도허티 선임 디렉터, 유럽 지식재산청(EUIPO) 이그나시오 데 메드라노 카바예로 지식재산 제도 홍보 총괄 책임자. ⓒ화장품신문 박수연 기자

사전에 권리 확보해야 

이날 현장에선 온라인 유통망 확대로 위조품 유통뿐 아니라 브랜드 도용, 마케팅 콘텐츠의 무단 사용 등 위협이 다변화되고 있다는 점이 집중 거론됐다. 진출 후 분쟁에 대응하는 방식은 비용과 시간이 과다하게 소요되므로 사전에 권리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축사에 나선 대한화장품협회 연재호 부회장은 "유럽 시장은 상표와 디자인 보호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만큼, 이를 정확히 이해하고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며 "온라인 플랫폼 확대에 따라 위조상품, 브랜드 도용, 콘텐츠 무단 사용 같은 새로운 리스크가 늘고 있어 디지털 환경에서의 지식재산권 보호 전략은 필수 요소가 됐다"고 강조했다.

알리바바 대니얼 도허티 선임 디렉터는 "한국 브랜드들이 유럽으로 성장 기회를 넓혀가는 과정에서 상표권과 디자인권 등 지식재산권 확보는 성공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며 "기업의 성공은 소비자 접근성만으로 결정되지 않고, 브랜드와 소비자가 믿을 수 있는 신뢰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럽 지식재산청(EUIPO)의 이그나시오 데 메드라노 카바예로 지식재산 제도 홍보 총괄 책임자 역시 "유럽과 한국은 무역 관계를 강화하고 있고, 이는 한국 기업에 새로운 시장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화장품은 유럽에서 특히 잠재력이 큰 분야인 만큼, 유럽을 중요한 시장으로 고려하고 있다면 강한 보호를 미리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법적 제도적 대응 지속 필요

유럽 일부 지역에선 지재권 침해가 조직적인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대한화장품협회 김경옥 실장은 "현재 스페인 화장품 업계는 조직범죄와 연계된 대규모 위조 화장품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며 "실제로 스페인 내 카탈루냐 지역 등에서 적발된 위조 화장품 생산 시설은 연간 생산 규모가 400만개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러한 시설들이 단속을 피해 지능적으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알리바바 박미지 글로벌 지식재산권팀 수석변리사는 가품 적발의 물리적 한계를 지적했다. 박 변리사는 "화장품 위조 시설들은 분해와 조립이 매우 쉬운 구조로 설계돼 있어 적발하기 상당한 어렵다"면서 "단속 직전에 설비를 싹 뺐다가 상황이 지나면 다시 끼워 재가동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어 물리적인 단속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가품은 예전부터 있어 왔고 K-뷰티가 온라인에서 인기가 있으니까 생산되고 있다. 큰 회사들은 예전부터 전담 팀을 통해 대응해 왔지만 작은 회사들은 이제야 그 심각성을 현실적으로 느끼고 있다. 

김 실장은 "가품의 완전한 박멸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실질적으로 뾰족한 방법이 없지만, 그렇다고 대응을 안 할 수는 없다"며 "경고 차원에서라도 법적·제도적 대응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것이 브랜드 가치를 지키는 최소한의 방어선"이라고 강조했다.

유럽 지식재산청(EUIPO) 프란시스코 미란다 데 소우사 에르난데스-모라가 'K-뷰티 기업을 위한 유럽 시장 지식재산권 보호 전략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화장품신문 박수연 기자

전역 확장 시 EUIPO 시스템이 유리

유럽연합(EU)은 27개국 4억5000만명의 인구를 보유한 세계 세 번째 규모의 거대 경제권이다. EUIPO 프란시스코 미란다 데 소우사 에르난데스-모라는 "유럽 시장은 화장품 구매력이 높은 소비자가 약 1억명에 달해 K-뷰티에게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며 "유럽 내에서 K-뷰티에 대한 수요와 관심이 높아지는 지금이 권리 확보를 고려할 시기"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유럽 내 지재권 확보 방식은 크게 세 가지다. 각 회원국에 직접 출원하는 방식, EUIPO를 통해 유럽연합 27개국 전체에서 보호를 받는 방식, 세계지식재산기구(WIPO)를 통한 국제출원 방식이다.

프란시스코는 "특정 국가에만 집중한다면 해당 국가에 직접 출원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지만, 유럽 전역으로의 확장을 염두에 둔다면 EUIPO 시스템이 비용과 행정 면에서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EUIPO를 통한 EU 상표는 850 유로(약 147만원)에 출원할 수 있고, 10년간 보호되며 10년 단위로 횟수 제한 없이 갱신할 수 있다. 디자인 출원 비용은 350 유로(약 61만원). 5년간 보호된 뒤 5년 단위로 갱신해 최대 25년까지 보호받을 수 있다. EUIPO와 WIPO의 수수료나 보장 방식은 거의 동일하다.

프란시스코는 "이미 한국에 출원한 상태라면 국제 협정을 통해 유럽을 지정국으로 추가하는 방식도 가능하다"며 "다만 각 방식마다 등록 속도나 거절 이유 대응 등 실무적인 차이가 있으므로 전문가와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유럽연합 상표는 일반 절차 시 공고까지 36영업일가량이 걸리며 이후 3개월간의 법정 이의제기 기간을 거쳐 최종 등록까지는 5개월이 조금 넘는 시간이 필요하다. 패스트트랙을 이용할 경우 공고까지는 14일 안팎으로 단축되지만 이의제기 기간 3개월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최종 등록까지는 4개월 반 이내가 소요된다.

출원 절차는 가용성 조사, 출원, 심사·공고, 등록의 네 단계로 진행된다. 먼저 TMview나 DesignView를 활용해 유사 권리가 있는지 확인한 뒤 출원서를 제출하고, 심사와 공고, 최종 등록 순으로 이어진다.

프란시스코는 이 가운데 첫 단계인 사전 조사가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사 상표나 디자인을 미리 확인하지 않으면 등록 과정에서 이의가 제기되거나 절차가 길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실무적으로는 출원 과정에서 문제나 이의제기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관련 제도에 익숙한 유럽 변호사를 통해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화장품은 '외형'도 경쟁력

이번 세미나에선 특히 화장품의 핵심 경쟁력인 디자인 등록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디자인권은 특허나 상표권에 비해 후순위로 밀리는 경우가 많지만, 화장품처럼 용기와 패키지, 외형 자체가 소비자 식별 요소로 작동하고, 신제품 출시 주기가 짧은 업계일수록 디자인권 확보 속도가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유럽의 디자인권은 상표권에 비해 절차가 매우 신속하게 진행된다. 실무 요건을 충족할 경우 심사는 하루 만에도 가능하며 등록은 7일 안팎이면 완료될 수 있다. 등록 속도가 빠른 이유는 디자인의 유효성이나 침해 여부를 심사 단계에서 미리 확정하지 않고 시장의 판단에 맡기는 사후 대응 체계를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란시스코는 "디자인권은 실무적인 요건만 맞으면 즉시 등록되는 수준이라 효율적이지만, 등록이 빠르다고 해서 그 권리가 완벽하게 보장된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등록 후 무효화되는 리스크를 피하려면 출원 전 단계에서 유사 디자인이 있는지 철저히 검토하는 과정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프란시스코는 화장품 업계가 주목해야 할 유럽의 새로운 디자인 보호 체계도 소개했다. 그는 "새로운 법적 개혁을 통해 업데이트된 디자인 시스템은 물리적인 디자인뿐만 아니라 디지털 디자인도 보호할 수 있게 해준다"며 "온라인 경험의 다양한 외관을 등록할 수 있고 애니메이션과 3D 요소는 물론 제품이 3D 프린팅되는 것으로부터도 보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그는 "유럽 내 K-뷰티 수요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콘텐츠와 쇼, 영화, 음악으로까지 확장되는 매우 뚜렷한 움직임"이라며 "향후 경쟁이 더 치열해질 유럽 시장에 대비해 필요한 조치를 미리 취하고 상표를 등록해두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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