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13년 만에 환경표시 가이드라인을 전면 개정하며 자국 내 유통되는 제품의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예고했다. 일본 환경성이 2026년 3월 31일자로 발표한 이번 개정안은 공표와 동시에 즉시 시행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일본 시장 비중이 높은 한국 화장품 기업들은 마케팅 전략과 패키징 문구 전반을 즉각 재검토해야 하는 시급한 과제를 안게 됐다.
K-뷰티 기업들은 일본향 제품 및 홍보물에 사용 중인 모호한 단어를 식별해 구체적인 설명문이나 수치로 대체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제품뿐만 아니라 기업의 사업 활동이나 이미지 광고도 가이드라인 적용 대상이므로 관련 실적을 데이터화해 공개해야 하며, 환경성 데이터베이스에 자사 기준을 등록해 신뢰성을 확보하는 등 공급망 관리 체계의 전반적인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 일본 환경성의 '환경표시가이드라인' 개정 관련 개요. ⓒ일본 환경성
이번 조치는 2023년 공표된 유럽의 ‘그린 소구 지침안(Green Claims Directive)’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환경 규제 강화 흐름에 발맞춘 것이다. 개정 가이드라인은 별도의 제3자 인증 없이 기업이 스스로 환경 성능을 강조(자기선언)할 때, 국제 규격인 ISO/JIS Q 14021을 반드시 준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화장품 마케팅에서 관행적으로 사용되던 ‘환경에 착한(環境에やさしい)’ ‘지구에 상냥한(地球에や사しい)’ ‘지속가능(持続可能)’ ‘그린(グリーン)’ 등의 추상적 표현이 사실상 단독으로 사용할 수 없게 됐다는 점이다. 가이드라인은 이러한 표현을 ‘모호한 주장’으로 규정하고, 소비자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디자인이나 심볼 마크 사용 시 반드시 합리적인 설명문을 병기할 것을 명시했다.
예를 들면 ‘친환경 용기 사용’이라는 문구 대신 ‘기존 자사 제품 대비 플라스틱 중량 5g 절감’ 또는 ‘재생 플라스틱 70% 이상 사용’과 같이 구체적인 수치와 비교 대상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특히 화장품 용기의 소재 일부를 변경했을 경우에는 제품 전체의 환경 개선인지 아니면 특정 부품에 한정된 것인지 소비자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도록 표시 범위를 한정해야 한다.
개정 가이드라인은 제품의 특정 단계에서 환경 부하를 줄였더라도 다른 단계에서 부하가 늘어나는 ‘트레이드 오프(Trade-off)’ 현상 방지를 위한 철저한 검증도 요구하고 있다. 화장품 산업의 경우 바이오매스 플라스틱 용기 도입이 대표적인 사례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바이오 소재를 채택한다고 하더라도, 원료 확보 과정에서 식량 자원과 경합하거나 무리한 토지 개간으로 생물 다양성을 훼손한다면 이는 적절한 환경 표시로 인정받기 어렵다. 따라서 기업은 원료 조달부터 제조, 유통, 사용, 리사이클 및 폐기에 이르는 제품 생애주기 전 과정을 고려한 환경 개선 효과를 증명해야 한다.
정보 접근성 확보도 핵심적 요구사항이다. 일본 환경성은 소비자가 환경 주장을 뒷받침하는 데이터나 평가 방법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이차원 코드 등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코드를 활용해 웹사이트로 연결하고, 그곳에서 시험 성적서나 공급자 증명 등을 상세히 공개하는 방식이다. 일본 경품표시법(부당경품류 및 부당표시방지법)에 따르면 사업자가 표시 내용에 대한 합리적인 근거 자료를 제출하지 못할 경우, 해당 광고는 실제보다 우수하다고 오인하게 만드는 ‘우량오인’으로 간주돼 표시 및 광고 중지 등 조치 명령의 대상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