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0명 감원과 80명 신규 채용의 역설…노바티스, 무얼 버리고 무얼 남겼나
생산·포장 중심 인력 축소, 첨단기술 인력만 확대
siRNA·바이오 분야 핵심 육성으로 경쟁력 재조정
글로벌 제약업계 ‘선택과 집중’ 사례 재확인
최윤수 기자 jjysc0229@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11-27 06:00   수정 2025.11.27 06:01

노바티스(Novartis)가 스위스 내 생산거점 재편에 착수하며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한다. 회사는 최근 발표를 통해 스위스 북부 슈타인(Stein) 생산단지에서 정제(tablet)·캡슐(capsule)의 생산 및 포장 공정을 2027년 말까지 중단한다고 밝혔으며, 이에 따라 총 550개의 일자리가 감축될 예정이다.

노바티스는 해당 결정과 함께 슈타인 공장에 약 2600만 달러를 투입해 자동화 설비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회사는 생산 전반에 자동화 시스템을 적용해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을 제시했으며, 이는 기존 방식 대비 생산성 개선 및 비용 최적화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제·캡슐 포장 공정이 중단되면서 인력 감축이 불가피해졌고, 이에 따라 해당 부문의 운영 축소가 병행되고 있다.

이번 조정은 노바티스가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움직임과 맞물려 있다. 불과 일주일 전, 노바티스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모리스빌(Morrisville)에 정제 및 캡슐 생산과 포장을 담당하는 새로운 제조시설을 건립한다고 발표했다. 회사는 해당 부지에 700명의 신규 고용을 창출할 계획이며, 이는 기존 스위스 생산라인 중 일부 역량을 미국으로 이전하는 조정과 연관된 조치로 해석된다.

또한 노바티스는 스위스 슈바이처할레(Schweizerhalle) 부지에 8000만 달러를 투자해 siRNA 생산능력을 강화한다는 계획도 함께 발표했다. 회사는 이를 통해 2028년 말까지 약 80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노바티스 운영 총괄 스테펜 랭(Steffen Lang) 사장은 “스위스 내 경쟁력 있는 생산 역량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혁신적 제조 기술 및 고도화된 자동화가 필수”라고 강조하며, 슈타인과 슈바이처할레를 각각 차세대 생산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다만 노바티스는 미국 신규 투자와 스위스 구조조정 간의 직접적 연관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 내 제조시설 확충 배경에는 정치·통상 환경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노바티스는 2027~2028년 가동 예정인 더럼(Durham) 지역의 유전자치료제 공장의 생산 인프라 확대와 함께 바이오로직스 생산 및 무균 충전·포장 설비를 추가 구축할 계획이며, 이를 포함한 미국 내 투자 규모는 총 7억 7100만 달러에 달한다.

회사는 지난 4월 향후 5년간 미국 내 생산시설 확장에 총 230억 달러를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이는 미국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중 부과한 제약 공정 관련 관세를 회피하기 위한 전략적 대응으로 업계에서는 평가하고 있다.

노바티스의 이러한 조치는 글로벌 제약산업 전반에서 제조 거점을 재배치하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생산라인 자동화, siRNA 제조역량 확대, 미국 내 공급망 강화 등은 향후 고부가가치 의약품 중심의 생산구조 재정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동시에 스위스에서 복제약·고형제형 중심 생산 인력을 축소하고, 고도의 공정 기술 중심 영역에 투자를 집중하는 패턴은 글로벌 제조 패러다임 변화의 일환으로 관찰되고 있다.

이번 생산거점 조정은 제형별 제조 전략의 지역적 특화와 비용 구조 최적화를 목표로 하는 노바티스의 방향성을 명확히 보여준다. 회사가 미국 내 설비를 통해 정제·캡슐을 포함한 주요 의약품의 원스톱(end-to-end) 생산 능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은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와 동시에 관세 규제 리스크를 완화하는 조치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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