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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비롯해 유전자 조작, 생체 이식, 신약 개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등 새로운 기술은 단순한 치료 도구를 넘어 우리의 삶의 방식까지 바꾸고 있다.
병을 진단하고, 장애를 극복하며, 건강을 회복시키는 이 기술들은 이제 의료 현장을 넘어 일상의 깊은 곳까지 스며들고 있다.
인류는 지금 기술을 통해 '병을 고친다'는 개념을 넘어, 삶의 질을 지킨다는 새로운 의약계 패러다임을 마주하고 있다.
‘AI for Everything, Everything for AI(모든 것을 위한 AI, AI를 위한 모든 것)’주제로 10일,11일 코엑스에서 열린 'AI Summit Seoul & Expo 2025'는 AI 기술이 제약바이오 산업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고 있는지를 증명했다.
행사에서는 '임상 치료 분야 생성형 AI의 미래'와 같은 헬스케어 전문 세션이 비중 있게 다뤄졌으며, 제약 관련 기업의 AI 에이전트 활용 사례 발표도 이어졌다.
또 전시장에서는 미소정보기술과 같은 AI 전문 기업들이 임상 데이터를 위한 멀티모달 데이터 플랫폼, 생성형 AI 서비스 개발을 위한 LLMOps(대형언어모델 운영) 플랫폼 등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에 특화된 솔루션을 대거 선보이며 제약업계 관계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신약 개발 효율화를 원하는 제약업계 '수요'와 이를 뒷받침하는 AI 기술 '공급'이 만나는 핵심 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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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에 참여한 (주)아크릴은 AI 개발 인프라·서비스 구축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AI 플랫폼 조나단과 의료특화 플랫폼 나디아를 통해 헬스케어·공공 등 각 산업 분야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운영 지원·유지보수에 이르는 전 과정 통합 서비스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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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U+도 내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초거대 AI기반 심리케어 '상담사보조 서비스' 개발에 나서고 있다. 아산병원과 성신여자대학교, 카이스트, 정보통신진흥원이 함께 참여하는 프로젝트다.
회사 관계자는 "목소리를 통한 심리 상태 분석으로 상담사에게 내담자의 스트레스 · 심리 상태를 98%이상의 정확도를 가지고 제공한다"고 전했다.
유한양행 · 셀트리온 · SK, '자체 플랫폼' 고도화 속도전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AI 신약 개발 패러다임은 최근 '민간 주도'에서 '정부-민간 협력' 모델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정부가 500억 원대가 넘는 대규모 재정 지원을 본격화한 가운데, 유한양행, 셀트리온 등 주요 기업들은 자체 AI 플랫폼을 고도화하며 R&D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 지원과는 별개로, 대형 제약사들의 자체 AI 역량 내재화 경쟁도 치열하다.
유한양행은 최근 자체 AI 신약 개발 플랫폼인 '유-니버스(Yu-NIVUS)'의 상표권을 공식 출원하며, 플랫폼의 기술력과 사업화 가능성을 공식화했다.
셀트리온은 올해 상반기 AI 신약 개발 전담 부서인 'AI 부트 캠프'를 신설, 임상 및 유전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바이오마커를 발굴하고 질병을 예측하는 AI 모델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SK바이오팜 역시 정부가 추진하는 엔비디아 GPU 인프라 지원 사업에 참여, 중추신경계(CNS) 질환 관련 고도화된 AI 신약 개발 모델 확보에 나섰다.
대웅제약은 8억 종에 달하는 방대한 분자 모델 데이터베이스를 AI 시스템에 구축, 비만 및 항암 분야 신약 후보물질 탐색에 활용하고 있다.
한미약품 · 프로티나 등 '국책과제' 선정...가시적 성과 도출
AI 기술을 활용한 가시적인 성과 창출도 이어지고 있다.
한미약품은 최근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 국책과제 주관 기업으로 선정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한미약품은 이번 프로젝트에서 오랜 기간 항암, 대사질환 분야에서 신약 연구를 통해 확보한 데이터를 제공하고, 나아가 새로운 전임상 멀티모달 데이터를 생산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를 위해 한미약품은 세포 기반(in vitro) 실험, 동물 모델(in vivo) 조직 분석, 오믹스(유전체, 단백질 등) 데이터 등 자체 보유한 신약개발 역량을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항체신약 개발 기업 프로티나는 AI 모델을 활용한 항체 바이오베터 개발 분야에서 470억 원 규모의 대형 국책과제에 선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이번 과제는 프로티나가 주관하며, 삼성바이오에피스와 항체 설계 AI 분야 백민경 서울대 교수 연구팀이 공동으로 참여한다. 컨소시엄은 오는 2027년 말까지 27개월(2년 3개월) 내 AI로 설계한 10개 항체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중 3개 후보물질은 비임상 단계까지, 1개 후보물질은 1상 임상시험계획(IND) 신청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AI의 활용 범위는 신약 '발굴'을 넘어 '검증' 단계로도 확대되고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생명연)은 AI를 활용해 약물 독성을 예측하고 동물실험을 대체하는 국책 사업에 선정됐다. 이는 신약 개발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뿐만 아니라, 윤리적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는 R&D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대규모 재정 지원, 제약바이오협회를 중심으로 한 업계 협력, 그리고 엔비디아 GPU 인프라 확보가 맞물리면서 국내 AI 신약 개발 속도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이는 K-바이오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