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4000' 향하는데...화장품주는 왜 따로 놀까
K- 뷰티 실적 전망치 낮아지고 반도체에 수급 쏠려
박수연 기자 waterkite@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10-24 06:00   수정 2025.10.24 06:01

국내 유가증권 시장이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며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으나 화장품주는 제자리걸음이다. 기업들의 3분기 실적 전망이 하향되고, 유력 산업에 투자가 쏠리면서 화장품주가 흐름을 따르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스피가 이달 초 사상 처음으로 3500선을 넘어선 데 이어, 23일 장중 3900선을 돌파한 뒤 3845.56으로 마감했다. 이는 한 달 사이 10.31% 증가한 수치다. 국내 상위 200개 종목을 담은 코스피 200 지수 역시 같은 기간 11.29%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안에 코스피 4000 시대를 맞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 같은 '역대급' 상승 분위기에도 'K-뷰티'를 이끌어 온 화장품주들은 맥을 못 추고 눌려있는 모습이다. 주요 화장품 기업의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모두 상승장의 분위기를 반영하지 못하고 하락세를 띠고 있다. 지난 한 달간 TIGER 화장품은 3.20%, SOL 화장품TOP3플러스는 4.20%, HANARO K-뷰티는 2.17% 하락하며, 코스피의 오름세에서 소외됐다. 이날 잠깐 반등세를 보였지만 전반적인 흐름을 바꾸진 못했다.

개별 종목도 마찬가지다. 국내 화장품 대장주로 꼽히는 아모레퍼시픽은 이날 종가 11만9400원을 기록하며 지난달 23일 12만3400원 대비 3.24% 하락했고, LG생활건강 역시 28만4000원에서 28만3500원으로 0.18% 내렸다. 한국콜마는 7만9100원에서 7만6300원으로 3.54%, 코스맥스는 23만9000원에서 20만5500원으로 14.02% 떨어졌다. 올해 코스피에 상장한 신흥 강자인 달바글로벌 역시 16만3400원에서 15만4400원으로 5.51% 내렸다.

유의미한 증가세를 보인 건 에이피알 정도다. 에이피알은 21만8000원에서 24만2500원으로 11.24% 상승하며 예외적인 강세를 보였다.

이는 K-뷰티 업종의 실적 흐름과는 상반된 양상이다. 9월까지 화장품 수출액은 85억2200만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고, 올해 연간 수출액도 지난해 102억 달러를 넘어 10%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주가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

증권가에선 화장품주의 부진을 두고 여러 해석을 쏟아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김명주 연구원은 "화장품 산업의 펀더멘털(기초 체력)은 회복세에 있지만, 시장 수급이 대형주나 반도체 등 특정 섹터로 집중되면서 화장품 섹터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다"고 분석했다. 즉, 반도체 자동차 등으로 투자가 쏠리면서 화장품주에 대한 투자가 줄고 이로 인해 주가가 하향세라는 것.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10일까지의 화장품 수출액은 추석 연휴로 인해 일시적으로 41.9% 급감했으나, 조업일수 차이를 고려해 추산하면 무난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국내 브랜드사 등이 4분기 미국 쇼핑 시즌을 대비해 출하를 늘리면서, 같은 기간(조업일수 고려) 미국향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51.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연구원은 "관세 여파에도 화장품 수출 데이터가 점진적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화장품 산업의 업황은 개선되고 있다"면서 "시장 내 수급 쏠림에 따라 차익 실현 니즈가 높아지면서 (화장품) 섹터의 주가 조정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주요 화장품 기업들의 3분기 실적에 대한 눈높이가 낮아진 점도 주가에 부담을 주고 있다.

LG생활건강은 국내 유통 채널 축소와 중국 사업 부진의 영향으로 화장품 부문 적자폭이 2분기보다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키움증권은 전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9% 감소하고, 화장품 부문은 22%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중국 시장 회복 지연이 실적 부진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됐다.

아모레퍼시픽도 3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증권은 미국·유럽 시장에서 라네즈 브랜드의 성장세는 유지됐지만, 국내 전통 채널의 역성장과 면세 매출 둔화, 브랜드 확장에 따른 마케팅비 증가가 수익성을 끌어내렸다고 분석했다.

코스맥스는 8월 미국 수출품에 대한 관세 부과 이후 수주가 둔화된 가운데, 일부 고객사 발주까지 줄어들어 실적에 악영향을 받았다. 한화투자증권은 이로 인해 3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평균 전망치를 밑돌 것으로 내다봤다.

달바글로벌도 예외는 아니다. 신한투자증권은 계절성과 유통채널 구조 변화에 따른 마케팅비 증가를 반영해 달바글로벌의 3분기 실적 추정치와 목표주가를 모두 하향 조정했다.

다만 이러한 정체가 장기화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함께 나온다. 아모레퍼시픽은 코스알엑스·실리콘투와의 협업 재개, 중국 플랫폼과의 공동 마케팅 강화 등을 통해 4분기 중화권 매출이 전분기 대비 5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LG생활건강은 북미·일본 채널에서 자사 브랜드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고, 코스맥스 역시 글로벌 고객사 발주 증가로 회복 흐름에 들어설 것이란 관측이다.

김명주 연구원은 "화장품 산업은 이미 8월을 저점으로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강조하며, “수급 이슈가 해소되고 3분기 실적 우려가 마무리되는 시점에는 화장품주의 매력이 다시 부각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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