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애경산업, ‘구조 개편’ 체질 개선 나서
인력 효율화와 지배구조 전환으로 '재비상' 모색
김민혜 기자 minyang@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10-24 06:00   수정 2025.10.24 06:01

팬데믹 이후 둔화된 시장 성장세와 유통 구조의 변화가 K-뷰티 대기업들의 체질 개선을 이끌고 있다. 뷰티 시장 규모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의 시장 지배력이 약해지면서 주요 기업들은 비용 효율화 및 내부 구조 개선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인력 효율화를, 애경산업은 인수합병을 통한 새로운 도약을 택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오는 11월 중 뷰티사업부 구성원의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면세점·백화점 등에서 근무하는 ‘판매판촉직’ 중 만 35세 이상 정규직 직원이 신청 대상으로, 기본급 20개월분과 생활안정지원금, 자녀 학자금 등을 지급하기로 했다.

LG생활건강 측은 “온라인 확대 및 오프라인 성장 정체에 따른 유통 환경 변화로 적절한 인력 운영 방안을 고민해왔다”며 “퇴직 희망 구성원의 이후 인생 설계를 지원하는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신임 대표 취임과는 무관하게 이미 준비해 온 계획”이라며 희망퇴직이 조직개편이나 대규모 인력 조정과는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업계에선 이번 조치를 단순한 인력 감축이 아닌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구조 전환의 신호로 보고 있다. LG생활건강의 올해 2분기 뷰티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가량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거기다 국내 뷰티·퍼스널케어 시장은 중심이 온라인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어 면세점·백화점 등 오프라인 채널에 집중돼 온 판매 인력 구조를 효율화 할 필요성이 커졌다.

애경산업은 태광산업과의 인수 본계약을 체결하며 또 다른 형태의 구조 전환 사례를 보여줬다. 태광산업은 지난 21일, 약 4700억 원 규모로 애경산업 지분 63.13%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맺었다. 애경산업은 “현재 본계약이 체결된 단계로 조직 및 인사에 대해 결정된 것은 없다”며 “향후 시너지와 전략에 대해 언급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인수를 통해 원가 경쟁력과 생산 기반을 보완하고 제조 밸류체인을 강화하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한다. 한화투자증권은 최근 리포트를 통해 “애경산업은 자체 생산 비중이 낮고 외주 의존도가 높아, 중장기적으로 생산기반 확충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태광산업은 소재·화학 분야 인프라를 갖춘 기업으로, 인수가 진행되면 태광산업은 새로운 성장축을 확보할 수 있고, 애경산업은 제조 밸류체인 통합을 통한 효율화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태광산업은 “소비재 분야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 및 안정적 수익 기반 확보”라고 인수 목적을 밝혔다.

LG생활건강이 인력 효율화로 내부 구조를 다듬고 있다면, 애경산업은 인수합병을 통한 효율성 강화를 꾀하고 있다. 방식은 다르지만 두 회사 모두 시장 정체와 유통 환경 변화를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 체질 개선에 나선 것이다.

증권가에선 올해를 기점으로 주요 화장품 기업들의 경영 효율화 작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초 발간한 산업 리포트에서 “화장품 업종이 과도한 밸류에이션 조정을 거치며 체질 개선 국면에 진입했다”며 “수요 회복보다 경영 효율화와 내부 구조 재정비가 성장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신증권 역시 지난해 10월 보고서에서 “중국 사업 부진과 수출 피크아웃 우려가 대형사들에 구조조정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LG생활건강과 애경산업은 다른 결정을 했지만 목적은 같다. 내실을 강화하고 생존 구조를 재설계하기 위함이다. 인력 효율화와 기반 확충이라는 상반된 전략이 어떤 효과로 이어질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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