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근세포치료제 동맹 붕괴…노보, 하트시드 손 뗐다
노보, 전사적 구조조정·9천명 감축 속 글로벌 개발 계획 흔들려
비만·당뇨 집중 전략 속 세포치료제 협력 중단
하트시드, 일본 내 개발 지속…해외 파트너 전략 재검토
최윤수 기자 jjysc0229@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10-02 06:00   수정 2025.10.02 06:01

노보 노디스크가 일본 바이오텍 하트시드(Heartseed)와의 세포치료제 공동개발 계약을 전격 종료했다. 이번 계약 해지 규모는 최대 5억 9800만 달러(약 8200억 원)로, 2021년 체결 당시 심부전 환자를 위한 혁신 치료제 개발 협력으로 기대를 모았던 파트너십이었다. 그러나 신임 CEO 마지아르 마이크 더우스타르(Maziar Mike Doustdar)가 주도하는 전사적 구조조정과 전략 전환 속에서 세포치료제보다 비만·당뇨 치료제에 집중하겠다는 기조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노보 노디스크와 하트시드는 지난 3년간 심근세포치료제 개발을 진행해왔다. 하트시드의 치료제는 유도만능줄기세포(iPSCs)에서 유래한 정제된 심근세포 클러스터를 활용해 손상된 심장을 재생하는 방식으로, 개흉 수술과 관상동맥 우회술 과정에서 함께 이식된다. 이번 협력의 종결은 단순한 계약 종료가 아니라 노보 노디스크가 당뇨·비만 시장을 미래 성장의 핵심 축으로 확실히 규정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하트시드는 일본 내 개발 권리를 보유하면서 노보에 글로벌 개발·제조·허가 제출을 맡겼기 때문에, 해외 사업 확장 전략 대부분이 사실상 무효화됐다. 지난 7월 중증 심부전 환자 10명을 대상으로 한 1/2상 임상시험을 마쳤지만, 이후 국제적 개발 전략을 새롭게 설계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하트시드는 "해외 파트너십 전략과 사업 계획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히며, 당분간 일본 내 임상 개발에 집중할 계획임을 전했다. 노보 노디스크가 보유하던 지적재산권도 모두 하트시드로 반환된다.

노보 노디스크의 결정은 구조조정의 연장선에서 풀이된다. 회사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약 9000명에 달하는 인력 감축을 포함한 대규모 조직 개편을 발표했다. 이는 "영향력이 큰 연구개발(R&D)과 상업화 역량에 자원을 집중하고, 조직을 민첩하게 재편한다"는 목표 아래 진행되고 있다.

더우스타르 CEO는 "가장 어려운 결정이 미래를 위한 올바른 선택일 수 있다"고 강조하며, 비만·당뇨 중심의 성장 전략이 회사 재편의 핵심임을 분명히 했다. 위고비(Wegovy), 오젬픽(Ozempic) 등 GLP-1 계열 의약품으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의미다.

글로벌 세포치료제 시장과 비교해볼 때, 노보의 이번 선택은 다소 이례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화이자,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 노바티스 등 다수의 글로벌 제약사들은 여전히 세포치료제를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특히 종양학 분야에서 CAR-T 세포치료제가 상업적 성공을 거두고 있다.

노바티스의 킴리아(Kymriah)와 BMS의 브레얀지(Breyanzi)는 이미 시장에 안착했으며, 최근에는 심혈관·신경계 질환으로 적응증 확대 가능성을 모색하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또한 일부 글로벌 기업들은 CDMO(위탁개발·생산)와의 협력을 통해 세포치료제 생산 능력을 강화하며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반면 노보 노디스크는 세포치료제라는 장기적이고 불확실성이 큰 영역보다 단기간 내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비만·대사질환 중심 전략을 택했다. 이는 회사가 직면한 구조적 도전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노보 노디스크는 최근 GLP-1 계열 약물 수요 급증에 따라 공급망 확대와 생산능력 증대에 막대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임상 개발뿐만 아니라 제조와 상업화 전반에서 리소스를 재배분할 필요성이 커졌다. 결과적으로 세포치료제와 같은 고위험 분야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를 두고 상반된 평가가 나온다. 일부는 노보 노디스크의 선택을 "합리적 자원 재배치"로 보면서, 비만·당뇨 치료제 시장의 성장성이 그만큼 크다는 점을 반영한 결과라고 해석한다.

그러나 다른 시각에서는 "심부전은 당뇨·비만과 밀접히 연관된 영역"이라는 점에서, 이번 협력 해지가 장기적으로 심혈관계 치료 전략의 연속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더 나아가 세포치료제 분야에서 대형 제약사가 전략적으로 후퇴하는 움직임은 해당 산업 전체에도 불확실성을 던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미래 성장성을 둘러싼 선택에서 어떤 기업은 세포치료제에 베팅하고, 또 다른 기업은 보다 확실한 시장인 비만·당뇨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이는 제약사마다 자원 배분과 위험 감내 수준, 그리고 장기 비전이 얼마나 다른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풀이된다. 하트시드는 독자적인 개발 역량 강화와 새로운 파트너십 확보라는 숙제를 안게 되었으며, 글로벌 세포치료제 시장은 여전히 기회와 불확실성이 공존하는 격전장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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