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바이어 발굴이 최우선 과제
수출 성장·시장 다변화 속 통관 데이터 활용과 전략적 접근 필요
김민혜 기자 minyang@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09-15 06:00   수정 2025.09.15 06:01

K-뷰티 기업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는 바이어 발굴과 검증이다. 단기적인 매출 성과보다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거래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바이어 네트워크를 확보하는 것이야말로 글로벌 시장에서 성패를 좌우한다는 점이 박람회 현장에서도 거듭 강조됐다.

경기  일산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지난 11~13일 열린 ‘2025 K-뷰티엑스포 코리아’의 세미나에서도 이러한 점이 강조됐다. 이번 엑스포에는 12개국 512개 기업이 790부스로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으며, 전 세계 코트라 무역관이 엄선한 180개 해외 바이어가 상담회에 참여해 기대를 모았다.

블루밍데이터 김상명 대표는엑스포 첫날  ‘한국 화장품 수출 동향 및 통관 데이터의 필요성’을 주제로 강연에 나서, 글로벌 시장 확산 속에서 바이어 검증 역량이야말로 K-뷰티 기업이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전략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블루밍데이터 김상명 대표가 경기 일산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지난 11일 ‘2025 K-뷰티엑스포 코리아’ 부대행사로 마련된  ‘K-뷰티 인사이트 콘서트’ 세미나에서 강연하고 있다. ⓒ화장품신문 김민혜 기자

시장 다변화와 새 과제

2024년 한국 화장품 수출액은 102억 달러에 달하며 전년 대비 20.6% 성장했다. 독일을 제치고 세계 3위 수출국으로 올라섰으며, 미국 시장에선 프랑스를 앞지르며 현지 최대 수입국 자리를 꿰찼다. 2021년 91억8000만 달러에서 2022년 79억5000만 달러로 하락했던 수출 규모는 2023년 84억6000만 달러를 기록한 데 이어 2024년엔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다. 단순한 수치 성장을 넘어,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미국·일본·동남아·중동·아프리카 등지로 시장을 넓힌 결과라 더욱 의미가 깊다.

특히 2021년 전체 수출의 53%를 차지했던 중국 비중은 2024년 24.5%까지 줄었다. 반대로 미국, 일본, 베트남, 홍콩, 아랍에미리트, 인도네시아, 폴란드 등으로 진출 국가가 크게 늘어나며 총 172개국으로 확대됐다. 한국 화장품 산업이 단일 시장 의존 구조에서 벗어나 다변화 체제로 전환했음을 보여준다. 김 대표는 “다변화의 기회는 동시에 과제를 수반한다”고 말했다. 국가별 제도, 규제, 소비자 성향, 가격 민감도, 유통 구조가 서로 달라 단순히 진출만으로는 성과가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K-뷰티의 글로벌 성장은 제품 혁신과 성분 투명성, 세분화된 관리법을 강조한 마케팅 전략에 힘입은 바가 크다. 특히 SNS의 영향력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인스타그램, 틱톡, 유튜브 등 플랫폼을 통해 K-뷰티 제품은 빠르게 확산됐고, 이는 아마존 등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 매출로 연결됐다. 김 대표는 "브랜드에 대한 관심과 화제성이 곧 안정적 수출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판매망을 확보하고, 안정적으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바이어를 얼마나 발굴하고 유지하는가가 실질적인 성과를 좌우한다는 것이다.


통관 데이터, 바이어 검증의 열쇠

김 대표는 “박람회 현장에서 명함을 수백 장 받아도 실제 거래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며, “무역 통관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적이 입증된 바이어를 추적하고 정기적 연락을 통해 관계를 쌓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역 통관 데이터는 각국 세관을 통해 신고되는 수출·수입 기록으로, 기업명, 국가, HS코드, 수량, 단가, 총액 등 거래 정보를 포함한다. 이를 통해 특정 바이어가 한국 화장품을 수입한 이력이 있는지 검증할 수 있으며, 실적이 확인된 ‘검증된 바이어’만을 선별할 수 있다.

데이터 활용은 경쟁사 동향 파악에도 유용하다. 경쟁사의 거래 품목과 규모, 단가 및 상대 국가 등을 확인함으로써 자사 제품의 가격 전략과 포지셔닝을 조정할 수 있다는 것. 김 대표는 “예를 들어 인도 시장에서 3 달러 이상의 마스크팩은 판매가 부진하다는 것을 데이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며 “기업의 해외 진출 시 가격 책정 전략을 세우는 데 근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특정 바이어가 어떤 카테고리에 집중 투자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면 제품 제안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그렇다고 통관 데이터가 ‘만능’은 아니다. 중국처럼 자국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는 국가도 있다. 김 대표는 “중국 같은 경우는 미국에서 중국으로 수출된 데이터를 역추적하는 방식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통관 데이터는 과거 거래 기록일 뿐 미래 수요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에도 주의해야 한다. 해당 국가에서의 수입 경험이 있다고 해서 곧바로 신규 계약으로 이어진다고 볼 수는 없다. 김 대표는 “꾸준한 접촉과 신뢰 구축이 병행되지 않으면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데이터는 바이어 발굴의 출발점이지 종착점은 아니다”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블루밍데이터 김상명 대표는 수출 데이터를 통해 바이어를 검증하는 것이 K-뷰티 기업의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화장품신문 김민혜 기자

현지화 전략과 네트워크 구축

지역별 전략도 필요하다. 미국 시장에선 현지 법인 설립을 신속하게 하는 편이 좋다. 현지 법인이 있어야만 틱톡 숍 운영이나 인플루언서 연계 마케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인도에선 ‘중앙의약품표준통제기구(CDSCO) 인증’을 반드시 거쳐야 하고, CDSCO 인증을 보유한 현지 유통사와 협력해야 매출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품목 확장도 진행 중이다. 과거 기초 화장품 위주였던 수출은 이제 색조, 기능성, 헤어·보디 케어까지 확대되고 있다. 김 대표는 “품목 확장 역시 바이어 네트워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단발성 성과로 끝날 수 있다”며 “신제품 출시 때마다 해당 품목을 적극적으로 수입하는 바이어 리스트를 확보하고, 제품 소개 자료를 정기적으로 제공해야 시장 침투율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보호무역주의 확산 속에서 바이어 확보는 단순한 매출 증대 수단을 넘어 위기 대응 전략이기도 하다. 특정 시장의 경기 변동이나 규제 강화로 수출이 막히더라도, 다변화된 바이어 네트워크를 통해 대체 시장으로 신속히 이동할 수 있다. 핵심 바이어와의 안정적 관계, 성장 잠재력이 큰 신규 바이어 발굴, 특정 지역 의존도를 낮추는 리스크 관리가 동시에 요구되는 이유다.

김 대표는 국내 기관과 지원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라고 권했다. 관세청, 한국무역협회(KITA),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등은 무역 데이터를 기본부터 맞춤형 분석 서비스까지 다양한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자사 제품과 맞는 시장을 선별하고 잠재 바이어와의 접점을 만들어 내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K-뷰티 수출은 단일 시장과 단일 품목 중심을 넘어 폭넓은 확장 국면에 들어섰다. 기회가 확대된 만큼 관리해야 할 변수도 많아졌다. 김 대표는 “복잡한 환경에서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거래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선 검증된 바이어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바이어 확보가 K-뷰티의 지속 성장을 위한 가장 확실한 전략”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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