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뷰티 시장에서 '비건'은 더 이상 틈새가 아니다. 다수 브랜드가 비건 라인을 운영하고, 소비자도 안전성과 윤리적 가치를 전제로 삼고 있다. 이런 흐름에 세계 최대 비건 인증 단체 비건 소사이어티(The Vegan Society)가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
비건 소사이어티 미린 루이스(Mirrin Lewis) 세일즈 부매니저는 "한국은 영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비건 트레이드마크 시장"이라며 "많은 브랜드가 인증을 통해 신뢰도와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루이스 매니저는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지난 11~13일 열린 '2025 K-뷰티 엑스포 코리아' 첫날 한국 화장품 업계를 대상으로 ‘윤리적 뷰티에 대한 수요 증가와 비건 화장품 시장의 성장’을 주제로 강연했다.
비건소사이어티는 1944년 도널드 왓슨(Donald Watson)과 6명의 창립 멤버가 설립한 세계 최초의 비건 단체로, ‘비건(Vegan)’이라는 용어를 처음 만들어낸 조직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비건 인증 기관으로 자리잡았다. 비건소사이어티는 비건 뷰티 산업이 2030년까지 약 300억 달러(약 4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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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후 박람회 현장에서 만난 루이스 부매니저는 "비건 인증은 단순히 동물성 성분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가 아니라 공급망 전체의 철학과 투명성을 검증하는 과정"이라며 "우리는 브랜드가 '비건이라고 주장했는지'가 아니라 원료가 어떤 경로로 유래했는지까지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비건 소사이어티의 비건 인증은 동물성 성분, 동물실험, 동물 착취를 모두 배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원료 단계부터 제조·운송·포장까지 전 성분과 절차를 점검하고, 원료 공급처와 제조사의 자료를 바탕으로 인증 여부를 판단한다. 예를 들어 수십 년 전 동물 유래 효소를 사용한 이력이 있는 원료는 지금 아무리 정제돼 있어도 비건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동물성 원료와의 교차 오염 가능성이 존재할 경우, 이를 방지하는 절차를 입증하지 못하면 인증이 거부된다.
루이스 부 매니저는 "CPNP 같은 법적 안전성 평가와 달리 비건 인증은 국제 표준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더 강력하고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까다롭지만, 한국 기업 입장에선 비교적 유연한 절차가 장점이 될 수 있다. 실사나 샘플 제출 없이 문서 기반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루이스 부매니저는 "제품을 구성하는 모든 원료 정보, 공급사, 제조공정에 대한 문서화된 자료를 받아 검토한다"며 "35년간 축적된 원료 데이터를 기반으로 체계적인 인증제를 운영하고 있어 오류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비건 소사이어티에 따르면, 인증은 구매 전환율 효과가 크다. 영국에선 소비자의 78%가 인증 제품을 선택했고, 비건이 아닌 소비자도 인증 마크가 있으면 추가 비용을 지불할 의향을 보였다. 특히 밀레니얼과 Z세대는 최근 3개월 내 비건 화장품을 구매한 비율이 90%에 달했다. 비건 인증이 실제 매출 증대로 이어지는 강력한 요인이 된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수출이 중요한 국내 기업들에게도 비건 인증은 전략적 무기가 된다. 루이스 부매니저는 "프라이마크(Primark), 리들(LIDL) 등 유럽 주요 유통 채널에선 입점 브랜드에 비건 인증을 의무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며 "한국 브랜드가 유럽 수출을 고려한다면 비건 인증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시장에 대한 기대도 드러냈다. 루이스 부매니저는 "한국 소비자들도 점점 비건 인증에 익숙해지고 있다. 단순히 트렌드가 아니라 신념과 연결되는 이슈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확장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비건 소사이어티 트레이드마크 등록 국가 중 한국은 영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이다. 이번 박람회에도 야다, 하예진 등 인증 브랜드가 다수 참가했다. 이들의 바이어 상담에서 비건 인증이 신뢰 요소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루이스 부매니저는 한국 시장에서도 브랜드가 소비자 인식 개선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며 "단순히 '비건'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만으로는 신뢰를 얻기 어렵다. 브랜드가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지 명확히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비건 소사이어티 역시 인증 외에 학교 교육, 캠페인, 정책 제안 등 인식 개선을 위한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비건 소사이어티는 비건 인식 개선을 위한 기초 자료 확보를 위해 올해 한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브랜드 트래커 조사를 준비 중이다. 이번 조사는 한국 시장에서 비건 트렌드가 일시적 유행을 넘어 장기적 구조 변화로 이어지고 있는지 가늠해보는 지표가 될 전망이다. 루이스 부매니저는 "소비자들의 인증 이해 수준, 구매 전환 경험 등을 조사할 예정이며, 결과는 한국 기업과도 공유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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