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하순, 전국 곳곳에 폭염 특보가 이어지며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기상청은 올여름이 예년보다 길고 강한 더위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며, 무더위가 10월~11월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7월 중순 이후 전국 평균기온은 35도 안팎을 오르내리며 온열질환자 수가 급증하고 있고, 고온에 따른 면역력 저하로 대상포진 환자도 빠르게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상포진은 한 번 수두에 걸렸던 사람이 바이러스를 체내 잠복한 채 지닌 상태에서,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재활성화되며 나타나는 질환이다. 수포성 피부 발진과 함께 칼로 베이는 듯한 극심한 신경통이 대표 증상이며, 통증이 수개월 이상 지속되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PHN)’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눈 주변이나 안면, 청신경 부위에 발생하면 시력 저하, 안면 마비, 청력 손실 등 심각한 합병증으로도 발전할 수 있어 고위험군은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문제는 대상포진이 지금 같은 무더운 여름철에 집중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이다. 여름철 고온다습한 환경은 수면 질 저하와 체력 소모, 만성 피로를 유발해 면역력을 약화시키고, 이는 바이러스 재활성화 주요 계기가 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국내 대상포진 환자는 연간 70만 명 이상, 이 중 절반 이상이 60세 이상 고령층이며, 7~8월 무더위가 절정일 때 발병률이 가장 높다.
이처럼 계절적 위험이 뚜렷한 질환임에도, 대상포진은 ‘치료’보다는 ‘예방’이 훨씬 효과적인 질환으로 평가된다. 이에 질병관리청은 50세 이상 성인에게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으며, 특히 당뇨병, 고혈압 등 기저질환자나 중장년층은 더욱 접종이 권장된다.
대상포진 백신 접종은 단순 감염 예방을 넘어, 치매 및 심혈관 질환 발생률까지 낮춘다는 연구 결과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팀은 영국 웨일스 고령층 28만 명을 7년 간 추적한 결과, 생백신 접종자가 치매 발생 위험을 약 20% 낮추는 효과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국내 경희대 의대 연구도 50세 이상 성인 220만 명을 분석한 결과, 백신 접종 시 심근경색과 뇌졸중 위험이 평균 23% 감소했고, 이 효과는 최대 8년간 지속된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에서 접종 가능한 대상포진 생백신은 SK바이오사이언스 ‘스카이조스터’가 대표적이다. 한 번 접종으로 면역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50세 이상이라면 지금이 접종 적기’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하지만 접종 환경은 지역마다 차이가 크다. 대상포진 백신은 아직 국가 필수예방접종(NIP) 사업에 포함돼 있지 않아 접종 비용이 개인 부담이거나 지방자치단체 예산 지원에 따라 달라지는 구조다. 전국 260여 개 보건소·보건의료원 중 약 70% 이상이 무료 접종 사업을 시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상당수 지자체는 예산 부족과 인력 문제로 사업을 시행하지 못하거나 대상자 제한이 엄격해 ‘백신 복지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
이는 같은 나이, 같은 건강 상태라 하더라도 거주 지역에 따라 예방 기회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문제로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대상포진은 면역력 관리가 관건이 되는 질환으로, 지금처럼 폭염이 기승을 부릴 때 백신 접종은 치료보다 훨씬 효과적이고 경제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폭염이 건강을 위협하는 지금, 대상포진 생백신 접종은 선택이 아닌 필수고, 50세 이상 중장년층이라면 건강한 여름을 위해 지금이 바로 예방을 시작할 때라는 게 전문가들 공통된 조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