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비만치료제 열풍에 디지털 헬스케어 ‘급성장’…한국 기업 진출하려면

‘원격의료에서 맞춤형 관리까지’ 약물치료 넘어 통합 케어로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를 처방해주는 디지털 헬스 기업 Ro.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미국 비만시장이 새로운 비만치료제의 등장과 함께 디지털헬스 기술 발전을 견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미국 진출을 고려하는 한국 기업들이 현지 헬스케어 생태계에 대한 이해와 대비를 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최근 ‘미국 비만 치료제 열풍에 디지털 헬스가 황금알을 낳다’ 리포트를 통해 이같이 전했다. 위고비, 젭바운드, 리벨서스, 제니칼, 마운자로, 삭센다 등이 효과적인 체중 감량 결과를 보이며 폭발적인 수요를 창출하고 있으며, 이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디지털 헬스 기술마저 함께 성장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그랜드 뷰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비만 관리 디지털 헬스 시장은 2023년 474억 달러 규모로 추산되며, 지난해부터 오는 2030년까지 연평균 22.8%씩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최근 신규 비만 치료제의 등장과 맞물려 더욱 가속화되고 있으며, 관련 디지털 솔루션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특히 이같은 흐름은 미국이 주도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2023년 기준 전세계 비만 관리 디지털 헬스 시장 매출의 35%는 북미가 차지했으며, 그 중에서도 미국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는 것. 미국의 비만관리 디지털 헬스 시장은 2022년 136억 달러 규모로, 지난해부터 오는 2030년까지 연평균 20.4%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미국의 카이저 패밀리 재단이 지난해 5월 수행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전체 미국 성인의 12%, 당뇨를 앓고 있는 미국 성인의 43%, 과체중 또는 비만인 미국 성인의 22%가 오젬픽, 위고비, 마운자로 등 GLP-1 계열 약물을 사용한 경험이 있을 정도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여기에 △원격 의료 및 원격 상담 플랫폼 △개인 맞춤형 식단 및 영양 관리 플랫폼 △피트니스 플랫폼 등 디지털 헬스 기술이 융합되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비만치료의 효과를 강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미국의 디지털 헬스 기업 Ro의 원격의료‧상담 프로그램 ‘Body’는 비만치료제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Ro는 온라인 설문과 간단한 원격 진료를 통해 체중 감량에 도움을 주는 GLP-1 계열 비만치료제를 처방해준다. 이와 함께 투약 코칭 프로그램도 제공해 환자가 꾸준히 치료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 릴리는 자체 디지털 헬스 플랫폼인 릴리다이렉트(LillyDirect)를 통해 비대면진료, 온라인 처방, 약물 배송 기능을 지원하고 있으며, 비만관리 부문에서 폼헬스, 9am헬스, 노운웰과 파트너십을 맺고 비만치료 접근성을 향상시키고 있다.

또한 약물 투여만으로는 체중감량 효과를 장기적으로 유지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약물에 의존하지 않거나 병행 가능한 개인 맞춤형 식단 및 영양 관리 플랫폼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미국의 디지털 헬스 스타트업 너리쉬는 공인 영양사와의 1:1 원격 상담, 식단 분석, 행동 변화 유도까지 포괄하는 통합형 플랫폼을 선보이고 있다. 사용자는 앱을 통해 자신의 건강 상태, 식습관, 체중감량 목표 등을 입력하고, 이에 맞춰 영양사가 제공하는 맞춤형 식단과 지속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특히 비만치료제 투약 환자를 위한 전용 프로그램을 별도로 제공하며, 약물 투여 중 나타날 수 있는 식욕 저하, 근육 손실, 영양 불균형, 좋지 않은 식습관 등을 고려한 맞춤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또 개인의 신체 활동을 정량화하고, 부족한 신체 활동을 유도하는 피트니스 플랫폼 이용자도 늘어나고 있다. 미국에서 피트니스 대중화를 견인하고 있는 대표적인 플랫폼은 애플 피트니스(Apple Fitness+)와 펠로톤(Peloton)이다. 최근 후프(Whoop)같은 피트니스 플랫폼은 고강도 운동을 피해야 하는 비만치료제 투여자, 회복 상태가 중요한 만성질환자에게 필요한 ‘회복 중심 신체활동’ 접근법을 제시하는 등 다양한 사용자에게 적합한 솔루션을 지원하고 있다.

코트라는 “미국의 디지털 헬스 생태계는 단순 약물 처방을 넘어서 정서, 행동, 생활 습관까지 통합 관리하는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으로 전환하고 있다”면서, 미국 진출을 고려하는 한국 기업들이 △AI 기반 초개인화 헬스케어 기술 확보 △미국의 데이터 프라이버시 규제 환경에 대한 이해 △미국 의료기관‧제약사‧보험사와의 공동 생태계 구축이 장기적 성장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