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내는 ‘AI 신약개발’, 개별 보유 신약 데이터 ‘공유 플랫폼’ 구축 필요
국내 기업, 협업보단 자체 플랫폼‧독자적 파이프라인 보유
미국, 병원‧제약사 등 당사자 간 의료데이터 활용 가능
이주영 기자 jylee@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03-25 06:00   수정 2025.03.25 06:01

전세계적으로 AI 신약개발 플랫폼 기술 고도화 경쟁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은 자체 AI 신약개발 플랫폼을 별도 구축함으로써 독자적인 파이프라인을 보유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개별적으로 보유한 신약 데이터의 공유 플랫폼을 구축해 제약바이오 산업계로의 도출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24일 발간한 ‘AI를 활용한 혁신 신약개발의 동향 및 정책 시사점’ 보고서에서 “국내 대기업과 제약바이오 기업이 세계적 추세에 맞춰 바이오테크, IT 기업 등과 함께 AI 신약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제약바이오업계는 고가치 자산에 대한 특허권 대거 만료, 임상시험의 성공률 감소와 다수의 후보물질 파이프라인 보유에 따른 개발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이에 제약바이오 분야 R&D 생산성을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이를 돌파하기 위해 AI를 활용한 혁신 신약개발이 주요 해결책이 될 거란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앤드컴퍼니 산하의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MGI)는 생산형 AI를 접목한 제약개발 기술을 통해 연간 600억 달러에서 1100억 달러 수준의 가치 창출이 기대된다고 지난해 1월 분석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해외 빅테크 기업들은 인공지능, 클라우드 컴퓨팅, 데이터 분석 기술을 활용해 신약개발에 직접 참여하는 경향이 강하며, 글로벌 빅파마는 빅테크 기업과 오픈이노베이션 등의 전략을 통해 생성형 AI 신약개발 플랫폼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생성형 AI 플랫폼인 ‘바이오니모’에 리커전파마슈티컬스의 AI 모델을 통합한 사례가 여기에 해당한다.

반대로 국내 빅테크 기업은 직접적인 신약개발보다는 의료데이터 분석, 건강관리 서비스 개발을 우선 추진하고 있으며, 제약바이오 기업 역시 관련 기업 투자 등 간접적 접근방법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네이버는 2019년 대웅제약과 의료빅데이터 기업 ‘다나아데이터’를 합작 설립했으나 현재는 건강검진 데이터 활용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로 참여하고 있다. 삼성은 삼성물산,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공동으로 2400억원을 출자해 조성한 ‘라이프사이언스 펀드’를 통해 단백질 신약을 설계하는 AI 플랫폼을 보유한 미국 제너레이트 바이오메디슨에 투자했는데, 이는 AI 기반 신약개발 분야의 첫 사례로 평가받는다.

보고서는 미국이 인공지능 혁신 정책 기조에 힘입어 빅테크‧빅파마 주도의 인공지능 기반 신약개발이 활발이 이뤄지고 있다며, 우리도 국내 시장에 맞는 데이터‧AI와 바이오 분야의 연구간 융합방안 모색을 통해 AI 신약개발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미국은 병원‧제약사 등 당사자 간 계약을 통해 원격진료, AI 신약개발 등에 의료데이터 활용이 가능하며, 영리 기업에도 데이터 개방이 가능하다”며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AI 신약개발 분야의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성과는 영세한 규모로 추진되거나 도전하는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신약개발은 임상시험부터 환자 기록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데이터가 생성되는 산업이므로, AI를 신약개발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일관성과 정확성이 담보된 접근 가능한 데이터 표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AI 신약개발 K-멜로디프로젝트,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구축사업 등을 추진 중이며, 국내 바이오제약 산업의 R&D와 인공지능 기술 융합 촉진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다만 이같은 데이터 집적 및 플랫폼 구축을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은 바람직하지만, 아직 현장에서는 의료데이터 활용 시 당면하는 규제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는 현실이다.

보고서는 “AI 신약개발을 위한 정부 주도의 민첩한 규제 프레임워크 운영, 데이터 표준화 및 전문인재 육성 등 기반 지원을 강화하고, 기추진 중인 K-멜로디프로젝트를 비롯한 관련 투자 확대를 통해 개별 보유 신약 데이터의 공유 플랫폼을 효과적으로 구축해 실제 제약바이오 산업계로의 파급력 도출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한 “제약바이오 기업별 자체 AI 신약개발 플랫폼을 보유해 소규모로 분절돼 추진되는 국내 AI 신약개발의 현주소를 다시 진단하고, 글로벌 빅테크‧빅파마의 치열한 신약개발 경쟁체제를 뚫고 국내 AI 신약개발 성공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 확대를 위한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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