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이성 유방암에 투여되는 항암제 '페마라'(Femara; 레트로졸)가 자궁내막증에도 효과적인 약물로 사용될 수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 초기단계의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일리노이州 시카고 소재 노스웨스턴大 세어다 부룬 박사팀은 '출산과 불임'誌 2월호에 공개한 논문에서 "항암제 '페마라'가 자궁내막증을 신속하게 괄목할만한 수준으로 개선시켜 줄 수 있음이 입증됐다"며 "따라서 부작용은 적게 수반하면서도 매우 효과적인 치료제로 자리매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페마라'라면 노바티스社가 국내에서도 발매하고 있는 항암제이다.
이와 관련, 자궁내막증은 생리를 할 때 떨어져 나간 뒤 새로운 생리주기가 시작되면 다시 새롭게 만들어지는 자궁내막 조직이 자궁 내에 존재하지 않고 골반장기나 복막 등 자궁 이외의 부위에 위치하면서 내출혈과 염증이 나타나는 경우를 일컫는 증상.
심한 골반통이나 불임과 연관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호르몬제 투여·수술 등의 치료법이 사용되고 있으나, 다수의 환자들에게서는 별다른 효과가 나타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자궁내막증은 미국의 경우 전체 가임기 여성의 7% 정도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여성암의 1~2% 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한편 부룬 박사팀은 자궁내막증으로 인해 심한 통증을 보이는 10명의 폐경기 전 여성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이 환자들은 이미 수술이나 호르몬제 투여 등의 치료법들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부류.
연구팀은 '페마라'와 여성 호르몬제의 일종인 노르에친드론(norethindrone)을 6개월 동안 투여하는 요법으로 환자들을 치료했다.
아울러 연구팀은 치료 시작 전·후로 미세한 크기의 내시경을 환자들의 복부에 삽입시켜 자궁내막증의 정도를 측정했다.
그 뒤 추적조사를 진행한 결과 1명을 제외한 나머지 환자들에게서 자궁내막증 증상이 크게(greatly) 감소되었거나, 완전히 제거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치료를 행한 기간 동안 환자들에게서 골밀도나 호르몬 농도의 변화는 눈에 띄지 않았다.
부룬 박사는 "항암제 '페마라'가 장차 자궁내막증에 1차 약제로 적극 사용될 수 있을 유력한 근거가 제시된 셈"이라고 강조했다.
영국 캠브리지大 의대 산부인과의 앤드류 프렌티스 박사는 "비록 후속연구를 통한 추가적인 입증과정이 뒤따라야 하겠지만, 매우 흥미로운 내용을 담은 연구결과"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