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8월...'한의사 뇌파계·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합법 여부 가린다
양의계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해 VS 한의계 현실 무시한 이기주의적 발상
전하연 기자 haye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3-08-02 06:00   수정 2023.08.02 09:04
뇌파계와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두고 의료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픽사베이, 약업신문

최근 양의계와 한의계의 갈등과 긴장감이 부쩍 커지고 있다.  초음파 진단기기에 이어 뇌파계까지 한의사 사용 합법 여부에 대한 선고가 이번달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한의사 뇌파계 사용 합법 여부를 가리는 대법원 선고는 오는 18일 열리고, 이어 24일엔 서울중앙지법의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관련 파기환송심 선고가 예정돼있다.

양의계는 한의사의 진단기기 사용을 합법화하는 건 의료인 면허제도의 존재 의미를 부정한 처사이자, 국민 건강권에 심각한 위해를 줄 것이라는 입장이다. 뇌파계나 초음파가 한의학적 진단 보조수단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한의계는 초음파와 뇌파계 등 다양한 진단기기를 적극적으로 이용해 보다 더 안전하고 효과적인 한의약 치료로 국민건강 증진과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하겠다는 입장이다. 한의사의 교육 내용에도 기본적인 양의학 교육 내용과 과정이 포함돼 있고 진단기기 활용 관련 교육으로 전문성을 높이고 있다는 점을 한의계는 내세우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2010~2012년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해 '의료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한의사 박 모 원장에 대해 형법상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환송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당시 사건을 되돌려 보내며 한의사의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에 관해 종전 판단기준을 새롭게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보조도구로서 사용하는 것은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데 기여할 뿐만 아니라 의료서비스에 대한 국민의 선택권을 합리적인 범위에서 보장하는 것으로 봤다.

한의사 뇌파계 관련 소송건은 1심과 2심 모두 유죄가 선고됐던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과 달리 2심에서 판결이 뒤집혔다. 2013년 1심에선 한의사가 뇌파계를 이용해 파킨슨병·치매를 진단하는 것은 의료법상 허가된 '한의의료행위'로 볼 수 없다고 했으나 2016년 9월 2심에서 '한의사가 사용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한의사의 뇌파계 활용이 한의사에게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라고 할 수는 없다는 판단이다. 

서울고등법원은 당시 "의료기기의 계속적 발전과 함께 의료행위의 수단으로서 의료기기 사용 역시 보편화되는 추세에 있어, 의료기기의 용도나 작동원리가 한의학적 원리와 접목되어 있는 경우 등 한의학의 범위 내에 있는 의료기기 사용에 대해서는 이를 허용할 필요성이 있다"며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의료기기의 성능이 대폭 향상되어 보건위생상 위해의 우려 없이 진단이 이루어질 수 있다면 한의사가 사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는 뇌파계 관련 상고심에서 2심 결과를 다시 뒤집고자 대형 로펌을 선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양의협은 한의학에 없는 질병명인 파킨슨병 진단에 뇌파계를 사용한 것은 진단의 정확성과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한의학적 진단 보조수단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또 초음파 진단기기 판결과 관련해서도 진단기기를 활용하는 자격과 전문성, 환자의 생명과 건강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위험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양의계는 한의사 박 모 원장이 2년여간 68회에 걸친 초음파 진단에도 자궁내막암을 진단하지 못한 사례를   들어 한의계의 초음파 사용 허용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심각한 위해를 가할  뿐만 아니라 의료현장에서의 혼란만 초래할 것이라고 봤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전문성 향상을 위해 초음파 교육 등을 시행하고 있어 한의사의 초음파 기기 사용은 유용할 뿐  위해성은 낮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사법부 판결의 흐름이 바뀌어 가고 있음에도 한의약 폄훼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양의협의 행태를 비난했다. 초음파 진단기기 소송 건의 환자는 당시 한의원과 양방 산부인과를 동시에 다니며 병행 치료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한의협은 "양의계는 자신들만의 우물 안에 갇혀서 한의사의 진단기기 사용을 맹목적으로 가로막고 있다"며 "이같은 모습은 이성을 잃고 법 위에 군림하려는 무소불위의 행태를 적나라하게 보여는 것으로 국민의 건강은 안중에도 없는 이기주의의 결정판"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한편 파기환송심 특성상 초음파 진단기기 관련 대법원 결정을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크다. 최근 법 해석 관점에서 뇌파계 판결도 초음파 진단기기 전원합의체 판결과 비슷하게 '위법하지 않다'는 해석이 날 확률이 높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에 양의협은 최종 선고일을 앞두고 만반의 준비 태세에 돌입했다. 양의협은 7월 31일 ‘한의사 무면허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에 대한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촉구한다’며 이필수 회장 외 의사 1만200명의 탄원서를 모아 서울중앙지방법원 환송심 재판부에 제출했다.

이필수 회장은 탄원서를 제출하며 "한의사 초음파 사용 관련 파기 환송심은 국민의 생명 및 건강과 직결된 문제라 중요하다"며 "한의사들이 이번 대법원 판결을 빌미 삼아 의과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등 면허의 범위를 넘어서는 무면허 의료행위를 지속적으로 시도한다면, 불법 의료행위로 간주하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총력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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