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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의약품안전처가 7월 1일부로 국제기구인 PIC/S(의약품 상호실사협력기구)의 정식회원이 되었다. 지금까지의 사례로 보면 이러한 국제기구에 가입하려면 신청하고서 4~6년이 걸린다. 그런데 우리나라 식약처는 신청한지 불과 2년 만에 가입 승인을 받아냈다. 식약처 PIC/S 가입을 축하하며 앞으로 제약업계의 대응방안 등에 관해 살펴본다.
PIC/S에 가입하려면 PIC/S 규정을 전면적으로 채택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식약처는 국내의 규정 체계를 유지하면서 가입했으니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그 동안 PIC/S 가입을 위해 식약처가 얼마나 치밀한 준비를 했으며 담당 직원들이 얼마나 노력하고 고생했는지를 충분히 헤아릴 수 있다. 1970년대 GMP를 도입할 무렵 GMP라고 하면 GNP 아니냐고 할 정도로 인식이 없었었던 것처럼 PIC/S를 준비할 때는 담당관조차도 PIC/S가 무엇인지 몰랐다는 기사를 전문지에서 읽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출발해서 이뤄낸 PIC/S 가입은 수10회의 세미나, 회의, 조사관 워크숍 등을 개최하고, 해외출장, 해외전문가 초청 등 철저한 준비 작업을 거쳐 2만여 페이지에 달하는 60여개의 책자를 작성․제출하고 평가를 받아 얻어낸 값진 결과이다. 휴일을 반납하고 밤을 새며 고생한 담당관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제 식약처가 PIC/S 회원이 되었다고 해서 축제분위기에만 있을 수는 없다. 식약처도 후속조치로 바쁘게 움직이겠지만 제약업계도 대비할 일이 많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PIC/S가 어떤 단체이며 회원이 되면 어떤 혜택이 있는지를 먼저 알고 어떻게 앞으로 대응해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다.
1. PIC라는 단체
PIC/S에 대해서 알려면 PIC를 먼저 설명해야한다. 왜냐하면 PIC/S는 PIC에서 탄생되었기 때문이다. PIC는 1970년 EFTA(European Free Trade Association, 유럽자유무역연합)에 의해 설립된 단체이다. PIC의 공식명칭은 The Convention for the Mutual Recognition of Inspections in Respect of the Manufacture of Pharmaceutical Products (의약품 제조에 있어서 실사의 상호인증에 관한 협약)이며 약칭으로 Pharmaceutical Inspection Convention (의약품실사협약)이라고 한다. PIC는 당초 10개국이었으나 현재는 18개국으로 구성되어 있다.
PIC를 태동시킨 EFTA는 1960년 7개국으로 결성되어 유럽에서 많은 활동을 한 단체이다. 회원국 중 일부가 EC에 가입하면서 탈퇴하여 지금은 4개국에 불과하다.
EFTA는 다음과 같은 6가지 목적을 가지고 PIC를 설립하였다.
① GMP 공장에 대한 실사를 상호 인증한다. ② GMP가 요구하는 사항의 조화를 이룬다. ③ 동등한 실사시스템을 구축하여 운영한다. ④ GMP 실사를 담당하는 조사관을 훈련한다. ⑤ 가맹국 간에 서로 정보를 교환한다. ⑥ 가맹국 간에 상호신뢰를 돈독히 한다.
결국 PIC란 유럽 내에서 GMP 실사에서 있어서 회원국이 서로 협조하고 함께 발전해나가자는 것을 목표로 설립된 단체라고 볼 수 있다.
2. PIC/S라는 조직
PIC 회원은 본래 유럽 국가뿐이었으나 비유럽 국가에서도 PIC 가입을 희망하여 1993년 오스트레일리아가 가입함으로써 18개 회원국 중 유일한 비유럽 회원이 되었다.
그런데 EU법으로는 EU 국가가 EU 회원국 이외의 국가와 어떤 협약을 체결하려면 EU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오스트레일리아가 PIC에 가입하면서 번거로운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PIC에 가입을 희망하는 비유럽국가에 대해서도 문호를 개방하고 쉽게 멤버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구상하여 생긴 것이 PIC/S(Pharmaceutical Inspection Cooperation Scheme)이다. 그래서 PIC 회원은 국가이지만 PIC/S는 정부가 아닌 의약품규제당국을 회원으로 함으로써 EU법에 저촉되지 않게 된 것이다.
이렇게 해서 1995년 PIC 산하에 PIC/S라는 조직이 만들어졌고 비유럽 국가도 쉽게 참여할 수 있게 되어 현재 회원은 46 규제당국이다.
3. PIC/S의 역할
이러한 배경 하에 탄생한 PIC/S의 역할은 PIC와 비슷하지만 다음의 6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① GMP 실사분야에서 회원 간의 협력을 추구하고 강화한다. ② 필요한 정보와 경험을 교환하기 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③ GMP 조사관은 물론 기술자 훈련에 대해 상호 협조한다. ④ 의약품 제조와 품질관리의 기준과 방법을 개발하고 조화를 위해 공동으로 노력한다. ⑤ GMP의 개발, 조화 및 유지를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한다. ⑥ 동일한 기준과 방법을 적용하는 것을 다른 기관과 협력하고 확대한다.
4. PIC/S의 업무와 회의
PIC/S에는 원활한 운영을 위하여 사무국과 운영위원회가 있다. 사무국은 운영위원회의 업무를 지원하고 PIC/S의 문서를 유지관리하며 PIC/S의 기타 활동을 조정하고 운영하는 역할을 한다. 또 운영위원회는 가맹국 규제당국의 대표자로 구성되며 최소한 1년에 2회 회의를 열고 다음과 같은 사항들에 대해 협의한다.
① PIC/S의 적절하고 효율적인 운영을 달성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한다. ② GMP 기준의 업데이트를 위해 추천하고 제안한다. ③ PIC/S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회원 간의 협력을 촉진한다. ④ 동일하고 효율적인 실사를 위한 방법에 대한 정보와 경험을 교환한다. ⑤ 실사의 품질과 실사당국의 품질시스템을 구축한다. ⑥ GMP 세미나를 통해 조사관을 훈련하고 조화를 위해 상호 방문한다. ⑦ 특수 의약품에 대해 GMP 측면에서의 경험을 교환한다. ⑧ 시험실에서의 경험을 교환하고 시험실 요원을 서로 훈련시킨다. ⑨ 다른 국가의 행정당국 파견에 대해 토의하고 결정한다. ⑩ PIC/S의 개정사항을 제안한다. ⑪ 제조 및 품질관리에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지침서를 개발한다. ⑫ GMP의 국제조화를 촉진한다.
5. PIC/S 가입절차
어느 국가의 규제당국이 PIC/S의 회원이 되려면 현 회원과 대등한 실사시스템을 적용하는 데 필요한 준비와 기능을 보유하고 있는지에 대해 엄밀한 평가를 받게 된다. 그 평가에는 규제당국의 실사 현황, 인허가시스템, 품질관리시스템, 규제 요건, 조사관 훈련 등이 포함되며 조사관이 현지에서 실제로 GMP 실사상황을 보기 위하여 PIC/S 대표단을 파견한다.
이것을 가입절차상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① 세미나에 참가하는 등 관심을 보이고 시행한다. ② 사무국에 신청서류 및 관련 자료를 제출한다. ③ 제출된 서류를 운영위원회가 검토한다. ④ 신청자가 위원회에 출석하여 서류검토자와 위원들의 질문에 답변한다. ⑤ PIC/S 조사팀이 현지에 가서 GMP 운영상황을 평가한다. ⑥ 현지 조사팀이 평가보고서를 작성하여 위원회에 제출한다. ⑦ 운영위원회가 최종적으로 신청자의 회원가입 여부를 결정한다.
현지 조사팀은 5~6명이 약 10일 체류하면서 현지 규제당국 실사팀이 실제로 실사하는 상황을 참관하고 규제당국의 품질시스템 운영상황을 평가한다. 가입 사례를 보면 오스트레일리아가 PIC에 가입할 때 6년이 걸렸고, 미국 FDA의 경우는 2005년에 가입신청하고 2009년 현지평가를 거쳐 2011년 1월에 승인되었으니 역시 6년이 걸렸다.
GMP라는 제도를 처음 탄생시켰고 CGMP가 세계를 리드하고 있는 미국 FDA가 PIC/S 설립 17년이 되어서 6년이나 걸리면서 PIC/S에 가입한 이유는 무엇일까? 2011년 PIC 창립 40주년 기념식에서 당시 FDA 마가렛 청장이 “PIC/S는 의약품 품질확보의 글로벌 리더이며 세계의 많은 의약품규제당국이 협력해서 정보교환과 공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조직이다.” 라는 연설에서 알 수 있다.
미국은 미국 제약회사에서 사용하는 원료의약품의 80%, 미국 국민이 사용하는 완제의약품의 40%를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는데 원가가 저렴하고 품질이 우수한 의약품을 공급받기 위해서는 글로벌 협력이 필요하고 이 협력을 실행하기 위해서 PIC/S라는 조직은 대단히 좋은 기회와 장소를 제공해준다는 것이다.
6. PIC/S 가입의 기대효과
지금 세계 여러 나라가 PIC/S에 가입하려고 하는 이유는 앞의 FDA 청장의 말에서도 알 수 있거니와 회원이 되었을 때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다음과 같다.
① 훈련 기회 : PIC/S는 다른 기관과 달리 독특한 GMP 조사관의 훈련의 장을 제공하는데 PIC/S 세미나와 전문가 서클에 참가하고 합동방문프로그램에 참여함으로써 많은 훈련기회를 얻을 수 있다.
② 국제 GMP 조화 : PIC/S 운영위원회에 참가하여 국제적인 GMP 지침의 개발과 국제조화에 참여할 수 있다. 위원회는 GMP 실사당국에 필요한 GMP 규정 및 품질시스템에 대해 정확히 해석하도록 하고 있다.
③ 네트워킹 : PIC/S에서는 규제당국의 조사관사이에 네트워킹과 신뢰를 구축하는 국제적인 GMP 포럼이 있어서 GMP 조사관 등 전문가들을 만나 상호 관심사를 토론하고 경험과 정보를 교환한다.
④ 높은 기준 : PIC/S 가입이나 재평가를 준비하면서 GMP 실사시스템과 실사방법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이것은 GMP 실사당국의 효율성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오는데, 특히 PIC/S 기준이 높은 품질시스템의 요구사항 및 PIC/S에서 중요시하는 GMP 훈련에 매우 적절하다.
⑤ 정보 공유 : GMP 실사 보고서를 공유함으로써 실사자원을 보다 유효하게 활용할 수 있다. PIC/S 회원이 되면 실사당국의 실사 빈도를 줄일 수 있으며, 특히 원료의약품 분야에서 실사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⑥ 신속경보시스템 : PIC/S 회원국에서 시판된 의약품에 품질문제가 발생하면 PIC/S의 신속경보․리콜시스템에 의해서 PIC/S 회원은 자동적으로 정보를 빨리 취득할 수 있다.
⑦ 협정체결 유리 : PIC/S 회원 간에 MRA(국가간 GMP 상호인증협정)와 같은 협정을 쉽게 체결할 수 있다. 예를 들면 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 MRA를 협상하려면 PIC/S 회원이라는 것이 필수요건 중의 하나이다.
이제 대한민국 식약처가 PIC/S 회원이 됨으로써 제약업계가 실질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무엇일까? ①우리나라 제약수준이 국제적 수준에 있다는 대외적인 홍보효과가 있고 ②국산 의약품의 세계시장 진출이 유리해질 것이며 ③외국과의 MRA 체결로 실사면제, 비용절감, 수출확대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PIC/S 회원국의 경우 WHO의 의약품 조달사업에 참여할 때 실사 면제 가능성이 높고 동남아시아국가연합이 의약품을 수입할 때 PIC/S 회원국 제품을 우선시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로서는 선진국 조사관들과 어께를 나란히 하여 WHO의 실태조사에 참여해서 외국의 GMP 공장을 실사하게 되고 이러한 경험을 통해 우리나라 GMP 수준을 더욱 높이며 국산 의약품의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게 된다.
얼마 전 일인데 동물용의약품 메이커의 책임자로부터 자사 제품을 출품한 외국 전시회에서 어느 외국 참관인이 ‘당신네 나라가 PIC/S에 가입되었느냐’고 물어왔는데 대답을 못했다며 PIC/S가 뭐냐는 문의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 PIC/S는 이렇게 우리나라에는 생소한 기구이지만 이미 사람용 의약품은 물론 동물용 의약품까지도 PIC/S 회원국에서 제조한 것이 아니면 수출 상담도 어렵게 되어가는 실정이다.
7. PIC/S GMP 가이드들
우리나라 제약산업이 PIC/S에 부합하려면 PIC/S의 각종 규정들을 이해하고 준수해야 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PIC/S에는 자체 GMP Guide와 여러 가지 관련 부속규정들(표 1)이 있으며, 참고자료들(표 2)도 많이 있다. 식약처는 이 규정들 중 일부는 이미 갖춰놨으며 없는 부분은 앞으로 마련하게 될 것이다. 제약업계는 제약과 밀접하게 연관되는 규정들이기 때문에 미리 검토하고 준비할 필요가 있겠다. 표 1의 Part Ⅱ 원료의약품에 대한 규정은 ICH Q7과 동일하다.
표 1. PIC/S GMP Guide Series |
Part Ⅰ. Guide to Good Manufacturing Practice for Medicinal Products |
표 2. PIC/S Documents & References |
1. PIC/S GMP Guide (PE 009-11) |
8. PIC/S 회원
7월 1일 현재 PIC/S 회원은 43개국의 46개 규제당국(표 3)이며, 비유럽 국가의 회원은 우리나라 식약처를 포함하여 12개 규제당국이다. 회원이 국가 수보다 많은 이유는 체코, 프랑스, 영국이 사람용 의약품 외에 동물용 의약품 규제당국이 가입되었기 때문이다.
현재 PIC/S에 가입하기 위해 신청 중이거나 준비하고 있는 국가는 필리핀, 카자흐스탄, 브라질, 이란, 멕시코, 터키, 아르메니아, 벨로루시, 우간다, 중국, 홍콩 등이 있으며, 앞으로 PIC/S 회원은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표 3. PIC/S Memberships
1. Argentina |
12. France (2) |
23. Latvia |
34. Singapore |
표 4. 신설된 GMP 관련 규정들 |
1. 원료의약품 GMP 기준 |
9. 앞으로의 과제
PIC/S 회원은 대한민국 정부나 제약회사가 아니라 식품의약품안전처다. 이는 식약처가 우리나라 의약품 관리를 GMP 측면에서 국제기구인 PIC/S와 동일 수준으로 운영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식약처는 PIC/S 가입을 준비하면서 PIC/S 가이드라인에 있는 규정들을 새로 제정(표 4)했다. 이 외에도 내년 6월까지 관련 규정들을 개정하여 보고할 것이라 하며 시행을 위해 마련해야 할 일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또 앞으로 의약품 수출 시 PIC/S 규정을 준수하고 있다는 ‘GMP 증명서(영문)’를 발급해줄 계획이라고 한다.
이제는 모든 규정들을 국제조화(International Harmonization)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식약처의 GMP 조사관이 PIC/S 회원국을 실사하기도 하지만 외국의 조사관이 우리나라 제약회사를 실사하는 일이 많아지고 정보를 공유하게 되는데 만일 GMP 불합치의 문제가 발생한다면한국 제약산업에 대한 신뢰가 실추됨은 물론 PIC/S 가입으로 인한 혜택이 사라질 것이기 때문에 제약업계의 배전의 노력이 필요하다.
결국 PIC/S 가입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다. 시작한 이 일들이 완성되면 한국 제약산업은 크게 국제무대에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식약처는 PIC/S 회원으로서 손색이 없도록 제도를 바꾸고 관리와 지도를 해나가겠지만 제약업계는 이에 적극 호응하여 KGMP 준수와 국내 실사 통과로 만족하는 자세가 아니라 글로벌화를 지향하는 운영정책을 펴나가야 PIC/S 가입의 실효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PIC/S 가입을 계기로 우리나라 제약산업의 비약적인 발전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