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간 인간배아 복제 '뜨거운 논란'
'월 스트리트 저널' 서울發 보도
이덕규 기자 abcd@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02-03-22 06:06   










윤리와 도덕을 논하는 일에는 동·서양 구분이 따로 없는 모양이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마리아생명공학연구소 박세필 박사팀이 '이종간 핵치환' 방법을 통해 인간의 유전자를 가진 연구용 배아를 복제하는데 성공했다는 18일 국내 보도내용과 관련, 뜨거운 논란이 일고 있다며 다음날 서울발로 전했다. 다음은 기사내용을 요약·정리한 것이다. <편집자 註>

"우리는 인간과 동물을 뒤섞으려는(mixing) 비윤리적인 연구에 반대한다."

발생학을 연구하는 박세필 박사는 18일 긴급전화를 통해 마이크와 피켓을 든 20여명이 연구소 밖에 모여 구호를 외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의 연구팀은 지난해 여름 스스로 '일급비밀' 프로젝트라 칭한 연구에 착수했었다. 이 연구는 인간의 DNA와 소의 난자를 결합시키는 이종간 배아복제 연구였다. 목적은 연구용 또는 이식수술용 인간배아 줄기세포를 만들어 내기 위한 것.

이와 관련, 美 어드밴스 셀 테크놀로지社(ACT) 연구팀은 이미 지난 1998년 인간의 DNA와 소의 난자를 결합시키는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최초로 허가를 받아냈었다.

이 같은 성격의 연구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도 핫 이슈로 뜨거운 논란을 쏟아내는 원천으로 자리매김되고 있다. 영국은 여성의 난자를 이용한 배아복제는 허용하되 이종간 복제는 금지하고 있으며, 일본은 거꾸로 이종간 복제에 한해 연구를 허용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이종간 복제를 법으로 금하고 있지는 않다. 美 특허청도 인간배아와 관련한 특허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Q. 토드 디킨슨 前 특허청장은 "인간과 동물의 이종간 복제연구 등의 경우 어느 선까지 허용하고, 어디서부터 금지할 것인지에 대해 고도의 정책적 논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위스콘신大에 재직 중인 생화학자 R. 알타 샤로 박사는 "인간의 DNA와 동물의 난자를 이용한 이종간 배아복제 연구는 그 동안 배아 관련연구에 확고한 입장을 보였던 사람들의 태도를 바꿔놓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국가생존권위원회(NRLC)라는 이름의 낙태반대운동 단체는 최근 "복제연구는 '인간배아 부화장'(human embryo hatcheries)을 만들어 낼 수도 있는 악몽(nightmare)의 프로젝트"라는 요지의 라디오 광고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현재 상원에서는 인간배아 줄기세포 복제금지 법안이 표결을 앞두고 있는 상태이다.

오늘날 서울의 밤은 복음을 전파하는 교회의 네온 십자가들로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한국 최대의 NGO로 알려진 참여연대의 김지연 간사는 "시민단체와 기독교측이 힘을 합쳐 마리아생명공학연구소와 같은 성격의 연구를 금지하는 법을 하루빨리 제정토록 정부에 촉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한 켠에서는 뜨거운 논란의 소지를 어느 정도는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을 접목해 난자를 교환하는 방식의(Egg-switching) 연구가 현재진행형이다. 한 예로 서울대 수의대 황우석 교수팀은 '낭림'이라 이름 붙인 시베리아産 호랑이의 복제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팀은 암사자 두 마리를 이용해 낭림이를 복제하려 했으나 실패한 바 있다. 현재는 고양이科에 속하지 않는 다른 동물의 자궁을 이용해 낭림이를 복제하는 연구를 시도 중이다.

어떤 동물이 복제연구에 사용되고 있는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황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그건 '일급비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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