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항체 이은 '삼중·사중' 온다” 에이비엘바이오·셀트리온 신성장동력 '콕'
글로벌 빅파마, '다중항체' 임상개발 본격화…파이프라인·기술 확보 위해 'M&A·라이선스 인'
권혁진 기자 hjkw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4-03-12 06:00   수정 2024.03.12 11:17
다중항체 항암제가 차세대 블록버스터로 각광받고 있다. 국내에선 에이비엘바이오, 셀트리온, 싸이런 테라퓨틱스, 이수앱지스가 다중항체 개발을 시작했다.©DALL-E

차세대 블록버스터 유력 후보인 '이중항체(Bispecific antibody)' 항암제를 이을 '삼중항체(Trispecific antibody)' 개발이 본격화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임상시험에 진입한 삼중항체 항암제가 20개에 육박한다. 심지어 사중항체 항암제 개발도 시작됐다. 국내 기업들도 앞다퉈 다중항체 개발에 착수했다.

이중항체 모식도.©삼성바이오로직스

다중항체(Multispecific antibody)는 여러 개의 서로 다른 항원(Antigen)을 인식, 동시에 결합할 수 있는 항체를 말한다. 기존 한 개 항원만을 타깃하는 항체치료제도 우수한 효과가 나타났지만,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요인으로 발생하는 암을 잡기엔 한계가 있었다. 

다중항체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 여러 개의 항원 간의 상호작용 및 활성을 조절해 더욱 강력한 효과를 낸다. 적을 잡기 위해 세개, 네개의 유도 미사일이 한 번에 발사된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글로벌 빅파마 길리어드 사이언스(Gilead Sciences)가 블록버스터 CAR-T '예스카타(Yescarta)'와 ADC '트로델비(Trodelvy)' 다음 타자로 삼중항체 항암신약을 준비하고 있다. 길리어드 사이언스는 최근 네덜란드 이중 및 다중 특이성 항체 전문 메루스(Merus N.V.)와 라이선스 거래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메루스는 다중 특이성 항체 개발 '트리클로닉스(Triclonics)' 플랫폼을 보유 중이다.

양사는 삼중항체 발굴 및 설계부터 전임상, 임상에 거쳐 상업화까지 함께하기로 했다. 총 라이선스 거래 규모는 15억 달러(약 1조9657억원)에 달한다. 메루스는 이번 라이선스 거래를 통해 길리어드 사이언스로부터 선급금 5600만 달러(약 733억8000만원)를 받았다. 또 2500만 달러(약 327억6000만원)의 지분투자도 받는다.

길리어드 사이언스 최고연구책임자 플라비우스 마틴(Flavius Martin) 부사장은 11일 “삼중항체와 다중 특이성 항체 기반 항암제는 이중항체의 성공을 이어 갈 것”이라면서 “개선된 효능과 안전성을 기반으로, 강력한 항종양 면역 반응을 유도할 수 있는 다중항체 개발에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삼중 및 다중항체 연구개발은 초기 단계다. 대부분 후보물질이 임상 1/2상 단계가 수행 중이다. 길리어드 사이언스를 비롯해 사노피와 MSD가 다중항체 기반 항암제 개발에 적극적이다. 사노피는 혈액암과 고형암을 타깃하는 3개의 삼중항체 파이프라인을 구축,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MSD는 지난 1월 M&A한 항암신약 전문 하푼 테라퓨틱스(Harpoon Therapeutics)를 통해 삼중항체 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다. 하푼 테라퓨틱스는 총 4개 파이프라인의 1상을 수행 중이다. 여기에 중국계 바이오텍 Sichuan Baili Pharmaceutical과 시스티뮨(Systimmune)은 사중항체 항암제 1상 3건을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삼중 및 사중 특이성 항체 임상시험 현황(2023년 1월 기준).©National Institutes of Health(NIH)

국내 기업들도 삼중항체 및 다중항체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대표적으로 에이비엘바이오, 셀트리온, 싸이런 테라퓨틱스, 이수앱지스, 머스트바이오, 아크젠바이오사이온스가 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이중항체 다음 성장동력 중 하나로 삼중항체 선제적 확보를 꼽았다. 에이비엘바이오 이상훈 대표는 “글로벌 빅파마들이 더 우수한 항암제 개발을 위해 다중 특이성 항체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면서 “에이비엘바이오는 유망 삼중항체 기반 항암신약 후보물질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삼중항체 후보물질 최적화와 비임상시험을 마치는 대로 신속하게 임상에 진입할 계획이다.

셀트리온은 항체 전문 싸이런 테라퓨틱스와 지난해 12월 이중 및 삼중(다중)항체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 계약을 맺었다. 막대한 자금이 드는 신약개발에 올인하는 전략보다는 다양한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유망 모달리티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셀트리온은 표적 항체 클론을 싸이런 테라퓨틱스에 제공하고, 싸이런 테라퓨틱스는 자체 구축한 'TCE(T-cell Engager)' 플랫폼을 기반으로 삼중항체 및 다중 특이성을 가진 항암제를 개발한다. 양사가 체결한 라이선스 거래는 신약개발 단계별 마일스톤 및 판매 마일스톤 또는 로열티에 따라 최대 1조1580억원으로 알려졌다.

이수앱지스는 삼중항체 항암신약 개발을 위해 외부 물질을 도입했다. 이수앱지스는 중국 바이오사이토젠(Biocytogen)과 물질이전 계약을 맺고, 임상 2상 단계에 있는 CD40 항체를 확보했다. 이수앱지스는 도입 항체와 함께 자체 보유하고 있는 항체를 조합해 삼중항체로 개발하고 있다. 이 외에도 머스트바이오, 아크젠바이오사이온스 등이 삼중 및 다중 항체를 개발 중이다.

한편 존슨앤드존슨의 이중항체 비소세포폐암(NSCLC) 치료제 '리브리반트(Rybrevant)'는 2022년 매출액 약 54억 달러(약 7조659억원)를 기록했다. 암젠의 이중항체 기반 급성림프구성백혈병(ALL) 치료제 '블린사이토(Blincyto)'는 지난해 8억6100만 달러(약 1조1266억원) 매출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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