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연구서 장내미생물의 치료효과가 신경퇴행성 질환까지 확대된 가운데, 뚜렷한 성과를 내기 위해선 '면역세포' 조절로의 타깃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미국국립보권원(NIH) 오지훈 연구원은 생물학연구정보센터 동향리포트에서 '신경퇴행성 질환 타깃으로서의 뇌내 면역 반응 및 장내 미생물총 연구 동향'을 주제로 이같이 말했다.
오지훈 연구원은 "장내 미생물총과 질병의 연관관계를 밝히는 연구는 이제 신경계 질환까지 확장됐다"며 "또한 최근 연구결과를 보면 신경성 미생물 대사산물의 공급원으로서 장내 미생물의 중요성을 밝히고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장내 미생물은 미세 아교 세포에 영향을 미치는데, 무균(Germ-free)쥐나 항생제를 처리한 쥐는 미세 아교 세포의 전사 성숙이나 면역반응이 손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 연구원은 "이처럼 장내미생물의 대사 산물은 뇌 기능의 항상성 유지에 이로운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신경퇴행성 질환에는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렇다면 장내 미생물총이 신경퇴행성 질환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 AD)
오 연구관에 따르면 최근에 미생물의 감염이 AD 환자에서 독성 단백질 축적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증거들이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독성 단백질의 축적은 전임상모델에서 장내 미생물 불균형과 관련이 있었는데, 지질다당류와 같은 박테리아 신호 분자가 면역 세포를 활성화시키고 아밀로이드를 생성해 신경 염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비셀리악 글루텐 과민성에 의해 유발되는 장내 미생물 불균형은 치매의 발달과 관련이 깊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항생제 치료법은 장내 미생물총의 변화가 어떻게 AD 치료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일례로 동물 모델에서 다양한 농도의 젠타마이신, 반코마이신, 메트로니다졸, 네오마이신, 암피실린, 카나마이신, 콜리스틴, 세파페라존을 함유하는 광범위 항생제를 장기적으로 처리하면 플라크의 침착이 현저하게 감소됐다.
또한, 항생제 세프리악손의 사용은 뉴런 활성을 향상시키는 글루타메이트 수송을 개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 연구관은 "항생제 치료 외에도 AD 환자에게 락토바실리우스(Lactobacillus)와 비피도박테리움(Bifidobacterium)의 프로바이오틱스를 12주간 매일 각 2×109 CFU/g씩 투여했더니 염증이 18% 감소됐고 인지기능이 개선된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 PD)
뿐만 아니라 그는 여러 연구들에서 PD의 환자 중 80% 정도에서 변비가 발생한다고 보고됐으며 위장관 장애가 루이 신경돌기, 루이 소체, 내장 α-syn의 축적과 강한 연관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10개월 동안 반코마이신, 콜히친, 메트로니다졸과 같은 항생제를 투여받은 PD 환자가 운동 증세가 사라진 사례도 보고된 적이 있다. 파킨슨 환자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를 갖고 있을 때 운동 능력과 인지 능력이 감소되는데, 이러한 효과는 항생제 투여로 바뀔 수 있다.
동물 모델에서 반코마이신, 네오마이신, 젠타마이신, 에리트로마이신과 같은 항생제로 장내 미생물총을 제거하면 PD가 완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항생제인 독시사이클린은 α-syn을 무독성 올리고머로 전환시킴으로써 질병의 진행을 멈췄다. 실제로 PD 환자의 장내 미생물을 동물 모델에 이식했을 때 질병이 악화됐다.
오 연구관은 "고령인구의 증가로 인한 신경퇴행성 질환 환자의 급속한 증가는 보건의료학적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며 "그에 따라 다양한 제약회사에서 치료제 개발에 집중적인 투자를 했지만 현재까지 근본적인 치료제는 전무한 실정이다"고 꼬집었다.
이어 "신경퇴행성 질환의 정확한 발병 기전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며 "이제는 신경퇴행성 질환 치료제의 타깃을 병원성 단백질 자체에서 면역세포의 조절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강조했다.
다만 "뇌내 면역시스템 연구는 아직 초기단계이며, 동물 모델 뿐만 아니라 사람에서도 적용 가능한 정확한 메커니즘 연구가 요구된다"며 "장내 미생물총의 변화를 더 깊이 있게 연구한다면 신경퇴행성 질환의 치료와 더불어 질환 발생을 사전에 막는 예방적인 접근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