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기부전 치료제 알츠하이머 발병률 낮춘다?…"추가 연구 여전히 필요해"
실데나필 처방 남성, 최대 54% 발병률 낮아…여성 데이터 확보 필요
최윤수 기자 jjysc0229@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4-03-15 06:00   수정 2024.03.15 06:01
발기부전 치료제가 알츠하이머 발병률을 낮춘다는 연구결과가 꾸준히 제시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에 의견을 모으고 있다. © 아이스톡

발기부전 치료제가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낮춘다는 연구 결과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발기부전 치료제와 알츠하이머 사이의 연관성을 확인하기 위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 세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번 달 초 ‘알츠하이머병 저널(Journal of Alzheimer’s Disease)’에 실린 연구 결과에 따르면, 비아그라의 주성분이자 폐동맥고혈압 치료제 레바티오의 기본 성분인 실데나필을 처방받아 복용하고 하고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 대비 알츠하이머병 발병률은 30~54% 낮다.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Cleveland Clinic) 연구팀은 실데나필과 알츠하이머 발병 사이의 연결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MarketScan Medicare Supplement와 Cliformatics라는 두 의료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수백만 명의 환자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실데나필을 복용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 대비 알츠하이머 발병률이 MarketScan 데이터베이스에서는 54%, Cliformatics 데이터베이스에서는 3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분석된 데이터에서 실데나필을 관심 약물로 식별한 후, 추가 연구를 진행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연구팀은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 세포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면서 실데나필이 신경독성 타우 단백질의 수준을 낮추는 것을 발견했다.

알츠하이머는 뇌 속에서 타우(Tau)라고 불리는 단백질과 베타 아밀로이드(Beta-Amyloid)라는 단백질 판이 섬유질 엉킴(Fibrous Tangles)이라는 현상을 일으키며 발생한다. 이와 더불어 유전자와 환경적 요인의 복잡한 상호작용 역시 알츠하이머를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츠하이머의 연구가 지속됨에 따라 아밀로이드에 대한 기초 연구는 신뢰를 잃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우 단백질은 여전히 알츠하이머병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이렇듯 발기부전 치료제 성분이 알츠하이머 위험을 낮춘다는 연구 결과는 꾸준히 제시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국제 학술지 Neurology 온라인판을 통해 PDE5 I를 복용한 환자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이 18% 낮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비아그라의 주 성분인 실데나필은 PDE5 억제제(PDE5 I)다.

영국에서 진행된 해당 연구는 영국의 1차 의료 데이터를 기반으로 2000년부터 2007년까지 새롭게 발기부전 진단을 받은 40세 이상의 남성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PDE5 I를 복용하고 있고 기억이나 인지에 문제가 없는 1119명의 남성 들 중 749명, 미처방 환자 중 379명이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만인년 당 8.1명, 9.7명에 해당하는 비율이다.

즉 PDE5 I를 처방받은 환자는 미처방 환자 대비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18% 더 낮다는 것. 해당 연관성은 70세 이상 노인 및 고혈압, 당뇨병 환자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처방 횟수 역시 발병률과 연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1~50회 처방받은 환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 대비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이 44% 낮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50회 이상 처방받은 환자는 35%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0회 미만으로 처방받은 환자에서는 발병 위험이 감소했다는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

이보다 앞선 2021년 12월에는 ‘Nature Aging’을 통해 실데나필 성분이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을 감소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소개되기도 했다. 당시 연구팀은 미국 내 비아그라를 처방받아 복용하는 723만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 이후 6년 동안 알츠하이머에 걸릴 위험이 49% 감소했다고 전했다.

다만, 선정된 723만명의 데이터는 알츠하이머 위험성에 영향을 미치는 아폴리포 단백질 E 유전자(Apolipo Protein E Gene)를 가졌는지 등의 유전자 정보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실데나필 성분과 알츠하이머 사이의 관계를 입증할 수 없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렇듯 발기부전 치료제가 알츠하이머 발병률을 낮춘다는 연구 결과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와 함께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문제점도 존재한다. 연구에 포함된 데이터의 대다수가 남성이라는 것. 실제로 공개된 연구에서 활용된 데이터에서 여성이 차지하고 있는 비율은 2% 미만이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niversity College London, UCL) 루스 브라우어(Ruth Brauer) 박사는 “실데나필과 알츠하이머 발병률 사이의 관계를 보다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는 연구에 남녀를 모두 포함하고 다양한 용량을 통한 무작위 대조시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편, 기존에 허가되어 유통되고 있는 약물의 용도를 바꿔 사용하는 방법은 신약을 개발하는 것보다 비용이나 시간에 많은 이점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이를 활용한 글로벌 연구는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전체댓글 0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