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한국 화장품 기업이 미국 시장 진출을 준비하면서도 핵심 규제의 세부적 요소는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내와 분류 및 체계가 다른 점이 있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규제 인증 기관 NSF의 정호진 본부장은 11일 열린 세미나 ‘K-뷰티 인사이트 콘서트’에서 “규정의 일부 요소를 놓쳐 제품이 통관 단계에서 차단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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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발표는 ‘2025 K-뷰티엑스포 코리아’의 세미나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11~13일 일산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열린 이번 행사는 12개국 512개사가 참여해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졌다. 세미나와 콘퍼런스 프로그램에선 K-뷰티의 해외 시장 공략법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하는 기회를 가졌다. NSF에선 ‘글로벌 화장품 시장 진출의 허들 넘기:미국 아마존 cGMP규정’이라는 제목으로 정호진 본부장과 나빈 샤마(Navin Shama) 아시아 총괄 디렉터가 연사로 나서 미국 규제 대응을 집중 조명했다.
MoCRA 핵심 요건과 의무화 시한
2022년 말 제정된 미국의 ‘화장품 규제 현대화법(MoCRA)’은 화장품 규제의 현대화를 표방하며 자율성 중심의 기존 관리 방침을 강제 규제로 전환한 것이 특징이다. 모든 제조업체는 시설 등록과 제품 리스트를 의무 제출해야 하며, 안전성 입증 자료를 확보하지 못하면 판매 자체가 불가능하다. 특히 중대한 유해사례 보고 의무가 추가돼 부작용 발생 시 FDA에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
여기에 GMP 준수 항목이 핵심으로 포함돼, 단순한 제조 품질 보증을 넘어 최신 기술과 절차에 따른 관리 시스템을 갖추도록 요구한다. 정 본부장은 “MoCRA는 한두 항목만 맞추는 것이 아니라 시설·제품·라벨링 전 과정이 일관되게 통제돼야 한다는 점에서 근본적 변화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자외선차단제는 한국과 미국의 분류 차이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사례다. 국내에선 자외선차단제를 기능성 화장품으로 분류하고 있어 식약처 심사를 거쳐 화장품으로 판매한다. 반면 미국에선 일반의약품(OTC)으로 관리돼 FDA가 승인한 16종 성분만 사용할 수 있다. 자외선 차단 지수와 관련해선 SPF와 ‘Broad Spectrum’ 문구 외에는 별도 표시가 금지된다. 한국 기업이 같은 성분·제형을 사용해도 미국 기준에 맞지 않으면 불법 제품이 되는 셈이다. 실제로 ‘SPF50+’나 ‘PA++++’ 같은 표기가 익숙한 한국 제품은 미국 시장에선 허용되지 않는다. 정 본부장은 “라벨링부터 성분 구성까지 근본적으로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점을 간과하면 수출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피부 미백 제품 역시 주의가 필요하다. 한국에선 미백 기능성을 입증하면 화장품으로 판매할 수 있지만, 미국에선 미백을 치료적 효능으로 해석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하이드로퀴논(hydroquinone) 등의 성분이 함유된 제품은 OTC로 분류된다. 의약품 GMP 체계에 따라 제조돼야 한다는 의미다.
화장품과 의약품의 GMP는 요구 수준에서 큰 차이가 있다. 의약품 GMP는 원재료 검증, 교차 오염 방지, 의약품 수준의 문서화 절차를 포함해 화장품 GMP보다 훨씬 까다롭다. 정 본부장은 “같은 미백 크림이라도 한국에선 화장품, 미국에선 의약품으로 다뤄져 갖춰야 할 조건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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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거부 사례와 주요 원인
실제 거부 사례는 통계로도 확인할 수 있다. MoCRA 시행 이후 2023년 1월부터 2024년 8월까지 한국 화장품의 미국 수입 거부 건수는 총 298건 중 169건이 자외선차단제였다. 대부분은 ‘현행 GMP 요건 미충족’이 이유였다. 선적까지 완료했음에도 통관 과정에서 거부돼 되돌아온 사례가 적지 않았고, 이로 인한 물류비·재고 부담은 고스란히 기업 몫이 된다. 정 본부장은 “단순한 행정적 문제를 넘어서 비용 손실과 브랜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철저한 대비를 당부했다.
이너뷰티와 건강기능식품도 규제가 강화됐다. 아마존은 ‘건강 보조 식품은 FDA의 cGMP(21 CFR 111, 117) 기준에 따라 제조됐음을 입증해야 판매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미국 법령상 GMP 준수가 의무라는 점에 기반을 두지만, 아마존은 이를 한층 강화해 입점 조건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ISO 22716 같은 화장품 GMP 가이드라인이나 기업 내부의 자체 점검 자료는 인정되지 않으며, 반드시 공신력 있는 제3자 인증 기관의 GMP 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아마존은 단순한 자율 점검이 아닌, FDA가 인정한 ‘인정기관(Accreditiation Bodies)’이 자격을 부여한 ‘제3자 인증기관(Third-Party Certifiction Bodies)’의 증명만을 인정한다. 이는 인증 기관 자체가 다시 상위 기관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는 의미로, 객관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절차다.
라벨링 규정도 한층 엄격해졌다. 정 본부장은 “FDA엔 화장품과 관련한 ‘승인(approved)’이나 ‘인증(certified)’이라는 제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FDA 승인 화장품’이나 ‘FDA 인증 화장품’ 같은 문구 또는 로고는 소비자를 오인시키는 잘못된 표시로 간주돼 즉시 제재 대상이 된다. 또한 질병 치료·완화·예방을 암시하는 광고 문구는 전면 금지돼 있다. 정 본부장은 “한국에서 기능성 표현으로 통용되는 문구라도 미국에선 불법이 될 수 있다”며 “라벨링 단계서부터 세밀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으면 수출 자체가 차단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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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대응 전략과 준비 과제
NSF 아시아 총괄 디렉터 나빈 샤마(Navin Shama)는 한국 기업 미국 수출 준비를 하기 위한 실질적 전략을 소개했다. 샤마 디렉터는 실질적 대응 수단으로 제3자 인증을 강조했다. 국제 표준 인증을 갖추면 바이어별 반복 실사를 줄이고 수출 신뢰도를 높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샤마 디렉터는 "인증 마크 획득 자체가 목적이 돼선 안 된다”며 “본질은 제도적 요구를 정확히 이해하고 내부 품질 시스템을 정비하는 데 있다”고 언급했다. NSF와 같은 기관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기업이 준비 과정에서 참고할 수 있는 사례일 뿐, 핵심은 MoCRA 규정에 맞춘 체계적 대응이라는 것이다.
그는 “미국의 규제는 유럽, 아시아, 중동 등 주요 시장에서도 참조될 가능성이 높고, 이미 일부 국가는 미국 기준과 유사한 규정을 도입하고 있다“며 제도 대응이 단순히 미국 수출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는 기반이 된다고 말했다.
발표자들은 MoCRA와 cGMP 의무화는 한국 화장품 기업의 수출 전략을 근본적으로 재편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제품 분류, 라벨링, 테스트 요건까지 세부 규정을 충족해야 하며, 자외선차단제와 미백 제품은 특히 의약품 수준의 GMP를 갖춰야 한다. 규정을 잘못 알거나 대응이 늦으면 수출길이 막히고, 기회를 잃을 우려도 있다. 발표자들은 “제도를 단순한 장벽이 아니라 경쟁력 확보의 기회로 삼을 때, K-뷰티는 글로벌 시장에서 한층 더 강력한 존재감을 이어갈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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