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변이 바이러스... 의료관련감염관리 핵심은
엄중식 교수 “병원 인력 확보 중요...정부 정책에도 관심 가져야”
전하연 기자 haye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3-06-23 06:00   수정 2023.06.23 09:01
가천대 길병원 엄중식 감염내과 교수가 22일 경기도 고양시 명지병원에서 열린 '2023 하이펙스'에서 병원 내 감염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약업신문

신·변종 감염병의  신속한 대응 조치를 통해 대규모 유행을 막기 위해선 전문 인력 확보와 지속적으로 인력을 운용할 수 있는 환경 구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가천대 길병원 엄중식 감염내과 교수는 경기도 고양시 명지병원에서 22일 열린 '2023 하이펙스'에서 병원 내 감염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엄 교수는 “각 병원은 정부 정책에 맞춰 충분한 병상 확보 등 감염관리 인프라 구축을 고민해야 한다”며 “제대로 된 감염관리 시스템이 없다면 더 큰 경제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명지병원, 삼정KPMG, 청년의사 공동주최한 2023 하이펙스는 환자 경험과 서비스 디자인 개념을 통한 병원 혁신에 대한 경험을 참가자들과 공유하는 행사로, 21일 개막해 23일까지 열린다.

엄 교수는 이날 병원 내 집단 감염으로 경제적 손실을 크게 입었던 병원들의 사례를 통해  감염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먼저 2015년 메르스 유행 당시,  상급종합병원인 삼성서울병원은 17명의 확진자가 나오면서 3개월 간 정상 운영을 못했다.  삼성서울병원은 이로 인해 약 4000억원의 손해를 봤으나 ‘감염관리의 책임이 있다’는 이유로 국가로부터 손실보상금도 지급받지 못했다. 삼성서울병원은 5년여 간 소송 끝에 2020년 5월 손해액의 일부분인 600억의 손실보상금을 받아냈다.

 당시엔 음압병실 등 감염관리 인프라가 갖춰진 병원이 없었다. 엄 교수는 "메르스를 기점으로 감염관리 전담 의사와 간호사를 채용할 수 있게 법령이 바뀌고 신설 수가가 생겼다"며 "300병상 이상 의료기관은 1개 이상 음압병실을 구축해야 하는 등의 정책이 생겨 이번 코로나 감염병 유행을 견디게 해줬다"고 설명했다. 100병상씩 늘어날 때마다 음압병실을 1개씩 추가하게 돼 있다.

목동이대병원에선 2017년 말 신생아 중환자실이 ‘시트로박터 프룬디 균’이 감염되면서  신생아 4명이 패혈증으로 사망했다. 이 사건으로 이대목동병원은 상급종합병원에서 탈락하고 2018년도 매출이 약 380억원 정도 감소하는 등의 고초를 겪었다. 또 담당 의료진이 구속 수사를 받았고 2022년 12월 무죄 확정까지 약 5년이 걸렸다.  

엄 교수는 이어 코로나 국내 유입 초기, 청도대남병원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한 이유로 '감염관리 시스템 부재'를 들었다. 당시 정신의료기관인 청도대남병원은 '온돌식 다인실 시설'로 감염에 매우 취약한 구조였다. 

엄 교수는 “코로나 이후 의료기관 종별 폐업률을 살펴보면, 병원과 요양병원의 비율이 높다”면서 "상당수가 코로나를 겪으며 집단감염의 영향으로 폐업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아직도 많은 요양병원과 정신병원의 감염관리 인프라는 여전히 열악한 상황이다.

 '의료관련감염'의 의미는 최근 '병원이라는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생기는 모든 감염과 관련된 영역을 포함'하는 것으로 넓어졌다. 일반적으로 의료관련감염은 환자가 입원한 지 48시간 후에 발생한 감염을 의미하지만, 실제로는 퇴원 후 14일 이내에 발생하는 감염과 수술 후 30일 이내에 발생하는 감염, 기구를 삽입하고 1년 이내 발생하는 감염 등이 다 의료관련감염 범주에 들어가고 있다.

엄 교수는 또 △노령 인구의 증가 △만성 퇴행성 질환 인구의 증가 △항암제,면역억제제 투여 중인 면역저하자 증가 △침습적 시술의 증가 △신종 또는 재유행 감염병의 증가 △항생제 내성균의 증가로 의료관련감염이 늘고 있는 만큼 ‘감염관리’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의료관련감염을 막기 위한 병원의 ‘감염관리’ 핵심으로 '인력'을 꼽은 엄 교수는  정부의 '감염관리'와 관련한 정책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엄 교수는 "감염관리 간호사와 의사를 확보해야 하고, 그 전문가들이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인력을 확보해 양성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상급종합병원 기준 1인실에 해당하는 중환자음압병상 확보 개수 상향 등 정부 정책 변화를 주의 깊게 봐야 한다"며 "감염예방관리료 수가 기준도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실제로 질병관리청이 지난 5월 발표한 신종감염병 대유행 대비 중장기 계획에 따르면, 중환자 치료 중심 의료 대응 인프라를 대폭 확충하기 위해 병상 3500개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전국 종합병원 중환자실 병상은 9600여개로 현 병상 수의 3분의 1을 넘어서는 숫자다. 

엄 교수는 정부가 긴급치료병상 구축과 감염병 유행에 대비해 중환자 치료 가능한 병상 확충 및 면적 기준 강화 등 감염 관리 대응 움직임을 보이는 만큼 각 병원은 이런 변화에 대한 고민과 계획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 교수는 "병원 감염관리의 성공은 병원 경영의 성공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며 "감염관리는 의료분쟁과 소송을 줄이고 병상가동률을 높일 수 있어 경영을 위한 소중한 인프라인 만큼, 정부가 진행하는 감염관리 정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병원의 의료관련감염관리를 위한 재정과 인력 확보 방안은 과제로 남아 있다.
인프라 구축에 드는 경제적 비용과 인력 확보 방안에 대한 질의에 엄 교수는 "질병관리청이 재정 확보를 위해 복지부, 기재부와 논의 중에 있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또 "간호사 전문인력은 꾸준히 양성 중인데, 감염예방관리예산은 전문인력이 지속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쓰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길병원은 감염관리실을 중심으로 2017년 이후 다제내성균 등 의료관련 감염병의 발생과 차단을 위해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해 왔다. 국내 의료기관의 감염관리 역량 강화 및 개선을 위해 기여한 점을 인정받아 2021년 의료관련감염병 예방 관리사업 우수기관으로 선정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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