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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세포폐암(SCLC)은 폐암 중에서도 진행이 빠르고 예후가 나빠 지난 30년간 획기적 치료제가 나오지 않은 영역이다. 이런 가운데 다이이찌산쿄와 머크(MSD)가 공동 개발 중인 항체-약물 접합체(ADC) ‘이피나타맙 데룩스테칸(Ifinatamab deruxtecan, 개발명 I-DXd)’이 임상 2상에서 유의미한 데이터를 제시하며 글로벌 학계와 업계의 시선을 끌고 있다.
세계폐암학회(WCLC 2025, 바르셀로나)에서 발표된 이번 등록시험 결과에 따르면, I-DXd 12mg/kg을 투여받은 환자 137명 가운데 객관적 반응률(ORR)은 48.2%로 나타났다. 이는 초기 소규모 환자군에서 관찰된 54.8%보다 소폭 낮아졌지만, 여전히 기존 치료제와 비교할 때 경쟁력 있는 수치다. 중앙값 무진행생존기간(PFS)은 4.9개월, 전체생존기간(OS)은 10.3개월로 확인됐다.
다이이찌 연구개발(R&D) 총괄 다케시타 켄 박사는 “항암제 개발에서 초기와 성숙 데이터 간 수치 격차는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결과는 소세포폐암 환자 치료 옵션 부족 상황을 고려하면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안전성 프로파일은 기존 보고와 유사했다. 전체 환자의 89.8%에서 치료 관련 이상반응이 발생했으며, 이 가운데 36.5%는 3등급 이상의 중증이었다. 치료 중단에 이른 사례는 9.5%, 약물 관련 사망은 4.4%였다. 연구진은 고위험군 환자군임을 감안하면 위험-편익 균형이 여전히 긍정적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임상에서 특히 주목된 부분은 뇌전이 환자 아군에 대한 결과다. 기저에 뇌전이가 있던 65명을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 뇌내 ORR은 46.2%로 확인됐다.
다케시타 박사는 “대부분 항암제가 뇌전이에는 효과를 보이지 못하는 반면, I-DXd는 예외적으로 유효성을 입증했다”며 “이 점은 환자들에게 임상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덧붙였다.
이번 성과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ADC를 미래 항암제 개발의 핵심 축으로 삼고 있는 전략적 흐름과 맞닿아 있다.
아스트라제네카와 다이이찌는 이미 HER2 표적 ADC ‘엔허투(Enhertu)’를 통해 ADC 시장의 대표 주자로 자리 잡았다. 엔허투는 유방암, 위암뿐 아니라 폐암과 대장암까지 적응증을 확장하며 새로운 표적 영역을 개척했다. 특히 2022년 HER2 Low 유방암 적응증 획득은 항암제 패러다임을 바꾼 사례로 꼽힌다. 이번 I-DXd 개발 역시 엔허투 성공 경험을 소세포폐암에 접목하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길리어드는 2020년 이뮤노메딕스를 인수해 확보한 Trop-2 ADC ‘트로델비(Trodelvy)’로 삼중음성유방암(TNBC)과 방광암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 그러나 뇌전이 환자에 대한 데이터는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I-DXd의 뇌내 반응률 46.2%는 차별화된 경쟁 포인트가 된다.
또한 화이자는 2023년 430억 달러 규모로 ADC 전문기업 시젠(Seagen)을 인수하며 포트폴리오를 확대했다. 시젠의 대표 자산인 넥틴-4 표적 ‘엔포투맙 베도틴(Enfortumab vedotin)’은 요로상피암에서 활약하고 있지만, 소세포폐암에서는 아직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와 달리 머크-다이이찌의 I-DXd는 난공불락 영역으로 꼽히는 소세포폐암을 정면 돌파하려는 차별적 전략을 취하고 있다.
머크 입장에서도 전략적 의미는 크다. 자사의 면역관문억제제 키트루다(Keytruda)는 비소세포폐암(NSCLC)에서는 성공했지만, 소세포폐암에서는 뚜렷한 효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따라서 I-DXd는 머크가 기존 파이프라인의 공백을 메우고 항암제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강화할 수 있는 수단으로 평가된다.
DXd는 지난 8월 FDA로부터 혁신치료제(Breakthrough Therapy) 지정까지 받으며 개발 가속화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현재 글로벌 3상이 진행 중이며, DLL3 표적 이중항체(MK-6070)와의 병용 전략도 추진된다. 이는 단독 요법에서 나아가 병용 요법을 통한 반응률 확대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머크 글로벌 개발 총괄 엘리압 바르 박사는 “지난 30년간 소세포폐암 치료에 뚜렷한 진전이 없었던 만큼, 새로운 기전을 가진 I-DXd의 등장은 환자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추가 옵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 역시 이번 데이터를 기점으로, 소세포폐암 치료 패러다임이 전환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결국 I-DXd는 단순히 새로운 후보물질에 머물지 않고, 글로벌 ADC 경쟁 구도 속에서 소세포폐암이라는 ‘미개척 영역’을 선점하려는 머크-다이이찌의 승부수로 해석된다. 이들이 보여줄 임상 3상 결과와 FDA 최종 심사 결과가 향후 글로벌 항암제 시장의 판도를 좌우할 중요한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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