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겪으면서, 우리나라를 비롯 전 세계적으로 감염병 예방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다. 하지만 지난 2년 동안 코로나19 예방접종에만 관심과 자원이 집중되면서 정작 다른 감염성 질환 예방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낮아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성인에서 예방접종이 권장되는 질환뿐만 아니라 필수 예방접종이 필요한 질환에서조차 백신 접종률이 감소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의 모든 조치가 해제된 지금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을 살펴보면, 지난 11일 기준(2차 접종 완료 기준) 약 87%에 달하면서 세계 최상위권에 속했다. 그에 반해, 코로나19 유행 기간 폐렴구균성 질환, 대상포진, 독감 등 기존 감염병 예방에 필요한 예방 접종률은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만 65세 이상에서 국가 필수예방접종에 속하는 폐렴구균 백신의 접종 현황을 살펴보면, 2020년 약 84만 건에서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되고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2021년에는 약 67만 건으로, 접종자가 1/4가량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올해 37주 차 폐렴 환자 수는 106명으로 2020년 68명, 2021년 82명이었던 것에 비해 약 56%, 30%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겨울철 환자가 증가하는 독감뿐만 아니라 폐렴 환자 역시 예년에 비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는 만큼,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다.
폐렴은 국내 사망원인 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폐렴은 다양한 세균, 바이러스 등에 의해 발병하기도 하지만 27~44%가량은 폐렴구균에 의해 발병한다. 일반적으로 기침, 가래, 발열로 감기와 유사하게 나타나지만, 치료하지 않기 방치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을 정도로 치명적이다.
실제로 폐렴구균성 폐렴의 사망률은 5~7%에 달한다. 이와 더불어 폐렴구균성 폐렴 환자의 25~30%에서는 균혈증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균혈증의 치명률은 20%에 달하고, 그 치명률은 노인에서 60%까지 치솟는다.
일반적으로 폐렴구균 백신 접종은 65세 이상 고령이나 65세 미만의 면역저하자나 만성질환자 등 고위험군에서 강조되고 있다. 건강한 성인과 비교했을 때, 만성 폐 질환자는 8배, 만성 심장 질환자는 4배, 당뇨병 환자는 3배가량 폐렴 발병 위험이 높다.
코로나19 재유행도 폐렴구균성 질환 예방이 필요한 이유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가 경증 호흡기 증상부터 중증 폐렴, 급성 호흡곤란 증후군과 더불어 침습성 폐렴구균성 질환(IPD, Invasive Pneumococcal Disease)에 포함되는 패혈증 및 패혈성 쇼크 등과 동시에 발병하면 침습성 폐렴구균성 질환 단독으로 감염되었을 때와 비교해 그 치명률은 최대 7.8배까지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환자의 수가 본격적으로 증가하는 겨울철이 되기 전에 예방접종을 통해 사전적으로 예방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성인이 접종할 수 있는 폐렴구균 백신은 13가 백신과 23가 백신 두 종류가 있다. 13가 백신은 단백접합 백신이고, 23가 백신은 다당질 백신으로 두 백신은 예방할 수 있는 폐렴구균 혈청형의 범위가 다르다는 차이점이 있다.
두 가지 백신을 순차적으로 모두 접종하면 더 넓은 범위의 혈청형을 예방할 수 있는데, 면역 증강 반응 역시 얻을 수 있어, 두 가지 백신 모두를 순차적으로 접종하는 것이 폐렴구균성 질환 예방에 효과적이다.
대한감염학회는 18~64세의 만성질환자 또는 면역저하자 등에게 13가 백신과 23가 백신을 모두 순차적으로 접종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65세 이상의 건강한 고령자는 23가 백신을 1회 접종하거나, 13가 백신과 23가 백신을 순차적으로 각각 1회 접종할 것을 권고했다. 여기에 접종 권고 대상이 아니더라도 만 50세 이상 성인이라면 누구나 23가 폐렴구균 백신 1회 접종이 가능하다.
만 65세 이상이 되면 전국 보건소 및 지정 의료기관에서 무료로 23가 백신을 접종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독감백신과 동시 접종이 가능한 만큼, 독감백신 접종으로 내원했을 때 함께 접종하면 편리하게 접종을 끝마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