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신 정책 급변…GSK·화이자 'RSV 특허 소송' 결국 합의
로버트 F. 케네디 Jr. 장관 취임, 백신 정책 급변
CDC·FDA 백신 자문위원회는 회의 연기 및 취소 중
규제 불확실성에 따른 시장 위축…양사, 소송 철회 합의
최윤수 기자 jjysc0229@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04-07 06:00   수정 2025.04.07 06:01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고 백신에 대한 미국 정부의 태도가 각박해지면서 호흡기 세포융합 바이러스(RSV) 백신 시장에 변화가 일고 있다. RSV 백신 시장이 규제 불확실성으로 급격히 축소되자, 다국적 제약회사인 GSK와 화이자가 관련 특허 소송을 중단하고 합의에 나섰다.

최근 미국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양사는 각사의 RSV 백신을 둘러싼 특허 소송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합의는 지난해 11월 영국 고등법원이 GSK의 RSV 백신 특허 2건이 무효라는 판결을 내린 이후 나온 것이다.

앞서 GSK는 지난해 미 식품의약국(FDA)이 GSK의 RSV 백신 ‘아렉스비(Arexvy)’와 화이자의 경쟁제품 ‘아브리스보(Abrysvo)’를 잇달아 승인한 직후 화이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GSK는 화이자의 백신이 자사의 항원 기술 관련 특허 4건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초기만 해도 RSV 백신 시장은 연간 수십억 달러 규모의 '블록버스터' 시장으로 평가받았다. 실제로 시장에 가장 먼저 진입한 GSK의 아렉스비는 첫해 매출만 15억 달러에 달하며 기대감을 키웠다.

그러나 지난해 중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자문위원회가 RSV 백신의 접종 연령 권장범위를 대폭 축소하면서 시장은 급격히 위축됐다. 이 여파로 GSK의 아렉스비는 지난해 마지막 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70% 급감했고, 화이자의 아브리스보 역시 같은 기간 매출이 62%나 감소했다.

뒤늦게 시장에 진입한 모더나의 RSV 백신 'mRESVIA' 역시 지난해 5월 승인 이후 시장 안착에 실패하며 지난해 4분기 매출이 1500만 달러에 그쳤다. 이 부진한 성과는 모더나가 최근 15억 달러 규모의 비용절감 계획을 발표한 주된 원인이기도 하다.

제약사들은 올해 CDC의 입장이 변화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면서도, 장기 데이터가 축적되면 좀 더 우호적인 정책 전환이 있을 것으로 기대해왔다. 하지만 백신에 비판적인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보건복지부(HHS)의 신임 장관에 임명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취임 불과 몇 주 만에 케네디 장관은 백신에 반대하는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실제로 케네디 장관의 취임 직후 CDC 백신 자문위원회 정례 회의가 연기되었고, FDA 백신 자문위원회 회의도 갑작스레 취소됐다.

뿐만 아니라 FDA 생물의약품평가연구센터(CBER)를 오랜 기간 이끌어온 피터 마크스 소장이 백신 정책을 둘러싼 이견으로 인해 물러났으며, FDA의 사라 브레너 수석부국장이 노바백스의 코로나19 백신 승인 과정에 개입해 추가 데이터를 요구하는 등 이례적인 정치적 개입이 있었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리링크 파트너스의 분석가 마니 포루하르 박사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지금 바이오텍 기업이 되고 싶다면, 백신 회사는 되지 말아야 한다”고까지 경고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GSK와 화이자 역시 특허 소송을 계속 진행할 만한 재정적 이득이 줄어들자 결국 합의점을 찾았다. 다만 양사는 아직 mRNA 코로나19 백신 기술과 관련한 특허 소송은 계속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에서는 잇따른 영유아 RSV 감염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질병관리청에서 밝힌 RSV 감염 0세 영아 현황 자료를 살펴보면, 2024년 RSV에 감염된 0세 영아만 2199명이었다. 하지만 2025년 1~12주에만 785명이 감염됐을 정도로 정도가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RSV의 경우 치료제가 없어 방법은 예방뿐이지만, RSV 고위험군 아이가 아닐 경우, 접종 비용만 60만원에 달해 부모들에겐 부담으로 다가간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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